급발진 사망사고 피고인 ‘무죄’…法 “차량 결함 의심 여지 충분”
  • 이금나 디지털팀 기자 (goldlee1209@gmail.com)
  • 승인 2023.06.2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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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충돌 후 13초간 가속 페달은 상상하기 어려워”
대전 법원 전경 ⓒ 연합뉴스
대전 법원 전경 ⓒ 연합뉴스

차로 사람을 치어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가 법원에서 차량 결함 가능성을 인정받아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5단독 김정헌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56)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계속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보기 어렵고, 브레이크 조작 없이 차가 멈춘 거로 보이는 등 사고 차량의 결함을 의심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20년 12월 자신의 승용차로 서울 성북구 한 대학교 내 광장을 가로질러 운전하다 이 대학 경비원 B씨(60)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씨는 차량이 잔디가 깔린 광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제지하려다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도중 숨졌다. 

검찰은 A씨가 가속장치와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지 못해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으나, A씨는 차량 결함으로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고 항변했다. 

A씨는 사고 직후 "차량 엔진 소리가 커지며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고 급발진했으며, 정지 후에도 시동이 꺼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블랙박스 영상에는 A씨 차량이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와 시속 10km로 우회전하다가 급가속하면서 주차 정산소 차단막을 들이받은 뒤 광장 주변 인도로 올라서는 모습이 담겼다. 차량은 피해자를 치고도 13초 동안 빠른 속도로 주행하다가 보도블록과 보호난간에 부딪히고 나서야 멈춰섰다.

재판부는 "교통사고 분석서에 따르면 피고인이 시속 10.5㎞ 속도로 우회전하다 갑자기 속도가 시속 68㎞까지 증가했고, 속도가 줄어들기까지 약 13초 동안 운전 경력이 30년가량인 피고인이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계속 밟았다고 생각하기 어렵다"며 "차량 결함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고 음주나 약물로 사고를 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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