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휴대폰 속 前여친 동영상 몰래 본 30대女…벌금형 선고유예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3.06.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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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 몰래 입력해 정보 열람…法 “형법 위반 해당, 초범인 점 고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픽사베이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픽사베이

애인의 스마트폰 비밀번호를 이용해 몰래 과거 연인 등의 정보를 파악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2단독(하진우 판사)는 최근 전자기록등내용탐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 A(30)씨에게 벌금 3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피고인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지만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는 법원 결정이다. 2년이 경과될 경우 면소된 것으로 간주되지만 유예 기간 내 자격정지 이상 판결이 확정되면 형이 다시 선고된다.

A씨는 지난 2020년 12월 당시 남자친구였던 B씨의 휴대전화에 비밀번호를 몰래 입력, 그의 전 연인의 연락처나 동영상 등 정보를 열람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B씨는 A씨를 수사기관에 고소한 바 있다. 반면 B씨는 형법상 비밀침해죄로 벌금 30만원에 약식기소한 검찰 판단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복잡한 이성 관계로 깨진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B씨가 비밀번호를 알려줘서 이를 사용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B씨가 A씨에게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또한 경험칙에 비춰봤을 때, 전 여자친구의 자료가 남아있는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스스로 알려줬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설령 B씨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고 하더라도, 그 사용범위는 통화목록, 카카오톡 메시지 내역 등 다른 이성과의 접촉 여부를 불시에 확인할 수 있는 상태로 둔다는 정도의 의미로 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씨가 B씨의 휴대전화를 뒤져 전 여자친구의 연락처와 동영상을 열람한 것은 B씨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고 이는 형법상 금지된 ‘기술적 수단을 이용한 정보취득’으로 봐야한다”면서도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A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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