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대기업 연봉왕’ 대해부…“누가 더 많이 받았을까?”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7.25 10:05
  • 호수 1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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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톱10’ 평균 연봉, 미국 2026억원·한국 206억원·일본 159억원 순
美 최고액은 슈워츠먼 3281억, 日 신중호 450억, 韓 조수용 357억

“직장인이 봉급하고 때에 걸맞은 승진 아니면 뭘로 보상받겠나?” 

직장생활의 애환을 생생히 그려내 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미생》 속 명대사다. 국적을 막론하고 직장인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봉급은 생계와 직결돼 있기에 직장인들에게 더욱 중요하고 민감하게 다가온다. 많은 직장인이 ‘억대 연봉’을 꿈꾼다. 누가 초고액 연봉을 받는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AP 연합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스위스 다보스에서 2019년 1월22일(현지시간)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

일본의 연봉왕은 한국인 신중호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 기업의 연봉 톱랭커들은 어느 수준의 돈을 받고 있을까. 시사저널이 각국 기업 조사기관과 미·일 현지 외신 등을 참고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톱10’ 고연봉자의 평균 연봉 액수는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미국 약 2026억원, 한국 약 206억원, 일본 약 159억원 순으로 높았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6배 가까이 많다. 그만큼 나라 경제 규모나 자국 기업들의 가치가 압도적이라는 방증이다.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경제 규모나 기업 가치 측면에서 앞서지만, 오랜 기간 임원 보수를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해 왔기 때문에 3개국 중 톱10 고연봉자의 평균 연봉이 가장 낮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 그리고 한·미·일을 통틀어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기업 임원은 초대형 사모펀드 회사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였다. 슈워츠먼 CEO는 2022년 한 해 동안 2억5300만 달러(약 3281억원)를 챙겼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블랙스톤은 2022년 기준 운용자산 규모가 9510억 달러(약 1233조원)에 이른다. 슈워츠먼 CEO는 1985년 같은 리먼브러더스 출신인 피트 피터슨과 손잡고 자본금 40만 달러로 블랙스톤을 창업했다. 당시만 해도 월스트리트의 비주류로 취급받던 사모펀드를 주된 비즈니스 모델로 삼아 운용자산을 238만 배가량으로 키웠다. 그의 이름 뒤에는 ‘월스트리트의 황제’ ‘사모펀드의 제왕’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블랙먼데이’, 저축대부조합 파산과 부동산 시장 폭락, 닷컴버블 붕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침체기를 겪으면서도 손대는 거래마다 거의 손실을 내지 않고 승승장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슈워츠먼 CEO 연봉의 30%는 2021년도 투자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라고 블랙스톤 측은 부연했다. 

한국과 일본의 ‘연봉왕’들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이 연봉 액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 1위 조수용 전 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해 357억40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여기서 스톡옵션 행사이익이 337억5000만원에 달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카카오를 퇴임하면서 45만 주에 대한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일본 1위는 한국인인 신중호 Z홀딩스 공동대표다. Z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자회사였던 라인과 야후재팬을 통합해 만든 회사다. 신 공동대표는 스톡옵션 평가액 약 45억 엔(약 417억원)을 포함한 48억6000만 엔(약 450억원)을 받았다. 

ⓒAP 연합·연합뉴스
ⓒAP 연합·연합뉴스

신중호·조수용, 스톡옵션으로 연봉왕 등극 

조수용 전 카카오 공동대표는 프리챌 디자인센터장을 거쳐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네이버의 전신 NHN에서 일하며 네이버의 상징인 초록색 검색창을 만들고 분당 사옥 그린팩토리 건축을 총괄했다. 카카오에는 2016년 12월 브랜드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입사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그를 찾아 직접 영입을 제의했다고 전해졌다. 조 전 공동대표는 카카오에서 카카오뱅크·카카오T·카카오미니 등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였다. 

2018년 3월엔 공동대표에 취임했고, 경영 실적 개선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3월 재선임됐다. 2017년에 연 2조원에 못 미치던 카카오의 매출은 2019년 사상 처음 3조원을 돌파했다. 주력 상품인 카카오톡에서 이익을 창출해 내는 구조가 자리 잡았고, 콘텐츠·모빌리티 등 새로 벌이는 사업에서도 수익 모델이 생겨나면서 전반적인 실적이 좋아졌다. 2021년 매출은 6조1361억원, 영업이익은 596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7.6%, 30.9% 증가했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 개발을 주도한 신중호 Z홀딩스 공동대표는 KAIST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연구개발정보센터(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연구원을 거쳐 2005년 검색엔진 업체 첫눈의 엔지니어로 합류했다. 2006년 이 회사를 NHN이 인수하면서 신 공동대표와 네이버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는 2008년 NHN의 일본 검색엔진 시장 진출을 총괄하다가 2011년 라인 개발을 맡아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성장시켰다. 2019년 4월부터 라인 공동대표로 일했고 2021년 Z홀딩스 공동대표로 임명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도쿄상공리서치 자료를 인용해 신 대표가 지난해 일본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은 상장사 임원이었다고 보도하며 신 대표의 연봉 45억 엔이 보수 1억 엔 이상 임원 공개가 의무화된 2010년 3월 이후 역대 5위에 해당한다고 소개했다. 

일본 온라인 메신저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라인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신 공동대표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개발에 본격 착수해 서비스를 개시하며 초대박을 터뜨렸다. 신 공동대표는 이 창업자가 가장 신뢰하는 임원으로 알려졌으며 한일 IT 업계에서 강한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정평이 나있다. 

한편 미국에서 슈워츠먼 CEO에 이어 지난해 연봉액 2~10위를 차지한 임원은 모두 한일 연봉왕을 가뿐히 넘어섰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CEO가 2억2600만 달러(2931억원)로 2위, 렌터카 회사 허츠의 스티븐 셰어 CEO가 1억8200만 달러(2361억원)로 3위, 홈트레이닝 기업 펠로톤의 배리 매카시 CEO가 1억6800만 달러(2179억원)로 4위, 엔터테인먼트 기업 라이브 네이션의 마이클 라피노 CEO가 1억3900만 달러(1802억원)로 5위를 기록했다. 팀 쿡 애플 CEO는 9900만 달러(1284억원)로 10위였다. 

“일본은 원래 임원 보수 수준 낮은 편” 

한일로 범위를 좁히면 신중호 공동대표가 통합 1위, 조수용 전 공동대표가 통합 2위였다. 여민수 전 카카오 공동대표(331억8400만원), 김제욱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부사장(282억5700만원), 이재현 CJ그룹 회장(221억3700만원) 등 한국 기업 임원들이 통합 3~5위를 채웠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이다. 김제욱 부사장의 급여는 3억7300만원이었지만, 두나무와 리디 등 스타트업에 대한 초기 투자를 주도한 성과로 상여 278억8400만원을 받았다. 이재현 회장의 연봉은 양국의 오너 경영인 가운데 최고액이다. 지난해 급여 99억3600만원, 상여 122억100만원을 받았다. 6위는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그룹 회장(20억8000만 엔·192억원), 7·8위는 SM 자회사 디어유의 김영민 이사(179억900만원)와 안종오 대표이사(160억4300만원), 9위는 크리스토프 웨버 다케다약품공업 대표(17억2000만 엔·159억원), 10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154억100만원)이었다.

일본 톱10 고연봉자 중에는 신 공동대표, 크리스토프 웨버 대표 등 외국인이 5명이나 됐다. 톱30으로 넓힐 경우 미국과 유럽 출신이 다수를 차지한다. 닛케이는 “유럽과 미국은 일본과 비교해 임원 보수 수준이 높다”면서 “일본 기업이 해외에서 경영자를 초빙할 경우 해외 수준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고액으로 책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삼성 이재용 회장 ‘무보수 경영’ 6년째 

국내 재계 1위 기업 삼성의 이재용 회장은 2018년부터 올해 6월 현재까지 6년째 보수를 받지 않고 있다. 다른 재벌그룹이 오너 연봉을 초고액으로 책정하고, 이를 더 높여가는 것과 대조된다. 

이재용 회장은 2018년 2월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후 사실상 경영에 복귀했지만 국민 여론 등을 감안해 보수를 받지 않기로 했다. 사법 리스크는 계속됐다. 이 회장은 2021년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다시 수감돼 207일 만에 풀려났다. ‘무보수 경영’ 기조를 해제하고 말고 할 겨를이 없었다. 취업제한 규정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을 저지르면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그러나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며 경영활동을 가로막는 모든 족쇄를 벗어던졌다. 그로부터 두 달여 후엔 회장직에 올랐다.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0년 만이다. 그가 회장 타이틀을 달고 경영 전면에 나선 지 어느덧 1년여가 흘렀다. 이재용 체제 ‘뉴(New) 삼성’ 비전의 큰 틀이 잡힌 가운데 무보수 경영도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도 무보수 경영을 펼친 바 있다. 2008년 4월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회사를 떠났던 이 회장은 2010년 3월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아 경영 일선에 복귀한 후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보수를 받지 않았다. 

다른 재벌 총수 가운데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5년 광복절 출소 후 몇 달 동안 보수를 받지 않았다. 최 회장은 2013년 구속 수감 중이었는데도 연봉 301억원을 수령한 사실이 알려져 비판 여론이 일자 받은 돈을 기부하기도 했다. 역시 수감됐다가 2014년 풀려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2013년 보수 331억원 중 급여 200억원을 반납했다.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의 경우 2013년 영업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14년 보수를 받지 않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때 주요 대기업 오너들이 쏟아지는 사회적 시선을 고려해 사법 리스크나 실적 악화 등에 책임을 진다는 명분으로 급여를 반납하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조짐이 일었다가 얼마 안 가 사그라들었다”며 “비(非) 오너 일가 임원들 연봉이 많이 늘어나고 산업 재편에 따라 신흥 재벌이 탄생해 전면에 부각되는 추세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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