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손 들어준 헌재…장관직 지켰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7.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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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9명 전원 “장관 탄핵사유 안된다” 기각
“미흡함 이유로 책임 묻는 것, 탄핵심판 본질 부합하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엿새째인 11월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엿새째인 11월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 결정으로 직무 정지 167일 만에 복귀한 이 장관은 결국 '직'을 지키게 됐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열린 이 장관 탄핵 심판 사건 선고 재판에서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태원 참사 발생 269일 만에 나온 결정이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장관)은 행정안전부의 장이므로 사회재난과 인명 피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국민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태원 참사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확대된 것이 아니다"며 "각 정부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역량을 기르지 못한 점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규범적 측면에서 그 책임을 피청구인에게 돌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재난대응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재난대응의 미흡함을 이유로 책임을 묻는 것은 탄핵심판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국무위원에 대한 헌정사상 첫 탄핵 심판은 기각으로 마무리됐다. 탄핵 심판은 선고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해 이 장관은 즉시 장관 직무에 복귀한다.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7월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7월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예방·대응·발언 모두 탄핵사유 충족 안돼

헌재는 이태원 참사를 전후해 ▲이 장관의 사전 예방조치 의무 ▲사후 재난대응 ▲국회에서의 사후 발언 등 모든 쟁점과 관련해 탄핵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안전관리계획 수립 대상 축제 중 대규모·고위험 축제에 대해 미비점 개선·보완 요청 등을 했다"며 "다중밀집사고 자체에 대한 예방·대비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장관이 재난안전통신망을 사전에 제대로 구축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재난안전통신설비의 신규 도입·교체는 단계적으로 이뤄졌다"며 "피청구인의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사후 재난대응 조치와 관련해서도 이 장관이 참사 발생 직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적시에 설치하지 않았다는 탄핵 청구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중대본 운영보다는 실질적 초동대응이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피청구인이 참사를 인지한 직후인 10월29일 23시22분경 군중의 눌림·끼임 상태가 해소돼 구조와 환자·시신의 이송이 이뤄졌다"며 "중대본과 중수본을 설치하지 않아 긴급구조 활동이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월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마련된 추모 공간이 희생자를 기리는 국화와 시민들이 작성한 추모 메시지로 가득하다.ⓒ시사저널 박정훈<br>
2022년 11월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마련된 추모 공간이 희생자를 기리는 국화와 시민들이 작성한 추모 메시지로 가득하다. ⓒ시사저널 박정훈

헌재는 "피청구인은 참사 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관계 기관의 보고를 받고 지시 및 협력 요청을 계속했다"며 "공적 신뢰를 현저히 해할 정도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했다거나 유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참사 원인이나 '골든타임'과 관련해 국회나 언론 질의에 부적절하게 답했다는 탄핵청구 사유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부적절하다"면서도 탄핵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이 장관의 사후 재난대응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은 맞는다고 봤다. 세 재판관은 "피청구인은 참사 발생을 인지한 때로부터 현장지휘소 도착까지 85분∼105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최소한의 원론적 지휘에 허비했다"며 "행정안전부는 물론 국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세 재판관과 정정미 재판관 등 4명은 이 장관의 사후 발언 일부가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 위반 행위라고 봤다. 다만 이 같은 잘못이 이 장관을 탄핵할 정도는 아니라는 데는 모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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