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가 베트남에서 ‘구단선’ 논란에 휩싸인 이유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7.2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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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주관 기획사 웹사이트 내 지도로 논란 촉발
하노이 당국, 검토 후 블랙핑크 공연 허가
오는 29~30일 월드투어 공연 예정대로 진행

K팝 걸그룹 블랙핑크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과 관련된 ‘구단선’ 논란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됐다. 25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하노이인민위원회는 오는 29~30일 하노이 미딩 국립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블랙핑크 월드투어 공연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오는 29~3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블랙핑크 월드투어 콘서트 포스터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는 29~3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블랙핑크 월드투어 콘서트 포스터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 여러 국가는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두고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9개의 끊어진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90% 영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6년 8월 국제상설재판소(PCA)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해당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은 그동안 구단선 관련 논란에 강경하게 대처해왔다. 특히 남중국해와 관련한 베트남 정부의 공식 입장과 반하는 장면이 나오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상영·방영금지 처분으로 대응했다.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21일 개봉 예정이었던 할리우드 영화 《바비》에 구단선을 묘사한 장면이 포함됐다며 상영금지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3월 톰 홀랜드가 주연을 맡은 영화 《언차티드》도 같은 이유로 상영 금지 처분을 받았고, 최근 중국 드라마 《플라이트 투 유》도 넷플릭스 베트남 방영 목록에서 삭제됐다.

블랙핑크 공연이 뜻밖의 논란에 휩싸인 것은 콘서트를 주관한 기획사인 iME의 웹사이트에 게재된 지도 때문이다. iME의 지사가 있는 지역들을 표시한 지도에 구단선이 그려져 있다는 지적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제기됐고, 일부 팬들은 “애국적 차원에서 iME가 주관한 이번 공연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가 “구단선을 표시한 출판물이나 상품의 판촉·사용은 베트남 법에 위배되고, 용납되지 않는다”며 조사에 나선 바 있다.

이에 iME는 웹사이트에 게재된 지도 이미지를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브라이언 초우 iME 대표는 “해당 이미지는 베트남 자회사 웹사이트가 아닌 다른 아시아 시장에서 가져온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국가의 주권과 문화를 존중하며, 신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베트남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노이 인민위원회의 허가가 나오면서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틀간 관람객은 각각 3만6000명, 3만1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정부는 공연을 대비해 공안 등 관계 기관에 안전 대책 수립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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