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도 ‘무량판’이었다…‘순살’ 오명 쓴 이 공법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8.0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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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무량판 구조’ 아파트 전수 조사
지난 4월29일 지하 주차장 지붕 구조물 붕괴 사고를 겪은 인천 검단신도시 자이 안단테 건설 현장의 모습 ⓒ 연합뉴스
지난 4월29일 지하 주차장 지붕 구조물 붕괴 사고를 겪은 인천 검단신도시 자이 안단테 건설 현장의 모습 ⓒ 연합뉴스

1995년 삼풍백화점, 지난해 1월 광주시 화정아이파크, 올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자이안단테 등 붕괴 사고가 발생한 건물은 모두 ‘무량판’ 구조였다. 여기에 최근 철근 누락이 대거 발견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의 공통점도 무량판 구조다.

무량판 구조는 층간소음 완화와 공사비용 절감 등을 위해 현장에서 많이 적용하는 공법이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붕괴 사고 여파에 무량판 공법의 위험성을 재평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무량판 구조란 말 그대로 ‘무량(無梁)’, 대들보가 없다는 뜻이다. 수평 기둥을 뜻하는 보 없이도 기둥만으로 상판을 지탱하게 만든 건축 구조다. 보가 없는 만큼 층고를 높일 수 있는데다, 윗층의 소음이 벽이 아닌 기둥에만 전달되기 때문에 층간소음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공법보다 신속한 시공이 가능하고 공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구조로도 통한다.

이 같은 장점 덕에 무량판 구조는 백화점과 같은 상업 시설에 주로 적용되다, 지난 2017년부터는 새 아파트에도 많이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량판 구조는 기둥에 하중이 전부 집중되기 때문에 충격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기둥과 천장 사이에 한 번 문제가 생기면 눈 깜짝할 사이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다. 기둥에 전달되는 하중을 분산시키기 위해 세밀한 보강철근 공사가 필요한 배경이다.

그러나 이번에 도마에 오른 LH발주 ‘철근 누락’ 아파트 15개 단지에서는 지하주차장 무량판 구조 공사 과정에서 필요한 만큼의 보강철근을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단지는 설계 미흡으로 빠져 있었고, 5개 단지는 시공이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량판 구조 아파트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자, 당국은 전국 293개로 추정되는 무량판 구조 채택 민간 아파트로 안전 점검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안전은 돈보다 중요하다”며 “무량판 공법으로 시공한 모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대해 전수조사를 조속히 추진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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