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사태에 여론 들끓는 진짜 이유는?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8.04 12:05
  • 호수 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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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거침입 강도 선처해 ‘대인배’ 칭송
발달장애 아들 담당했던 특수교사는 아동학대 신고해 대비

웹툰작가 주호민은 누리꾼들에게 ‘대인배’라는 칭송을 들었다. 지난겨울, 흉기를 들고 자신의 집에 침입해 협박한 강도를 선처해 줬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강도가 불치병에 걸린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6억이 필요하다며 협박했는데 거짓말이었다. 주식 투자로 인한 빚이었다. 강도의 거짓말에 화가 났지만 8세 아이가 있는 건 사실이었다. 아빠가 왜 집에 안 오는지 모르고 있다고 해서 합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합의해서 3년6개월로 감형됐다”고 말했다. 큰일을 당했는데도 아이 아빠라는 말에 용서해 줬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강도처럼 특수교사에게도 관대했더라면… 

그렇게 타인에게 관대한 태도로 대인배 칭송을 받았던 그가 최근 누리꾼들의 맹비난을 받았다. 이번 사건에선 거꾸로 타인에게 전혀 관대하지 않은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바로 자신의 아들을 담당한 특수교사를 신고한 사건이다. 

그의 아들은 발달장애로 자폐 성향이 있는데, 통합학급에서 여아를 대상으로 반복적인 뺨 때리기 등을 했고 수업 도중 여아 앞에서 하의를 벗기까지 했다고 한다. 피해 여아는 큰 충격을 받아 등교 거부까지 했고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됐다. 피해 여아의 부모는 주호민 아들의 강제 전학을 원했는데, 당시 통합학급 담임이 코로나19 확진 상태여서 특수교사가 협의를 진행했다. 그때 특수교사가 주호민의 아들을 두둔하자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왜 이렇게 그 아이(주호민 아들)의 편만 드냐”고 했고, 특수교사는 “제 학생이잖아요. 어머니 한 번만 선처를 부탁드립니다”라고 사정했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다행히 피해 아동 부모 측에서 용서를 해줬고 주호민의 아들은 강제 전학을 면한 대신 특수반으로 분리됐다고 한다. 

당시 주호민 아들은 상당한 불안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특수반 수업 중에 통합학급으로 뛰쳐나가려고 했고 등교도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자 부모인 주호민 부부는 걱정이 됐고 사태 파악을 위해 녹음기를 아이에게 딸려 보냈는데 거기에서 정서적 아동학대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고했고, 검찰 수사 후 기소까지 됐다. 해당 특수교사는 직위해제 상태에서 아동학대 재판을 받는다(논란이 크게 불거진 후 직위해제는 풀렸다). 

여기서 문제가 된 건 신고다. 이러면 상대방은 수사를 받게 되고, 기소되면 재판까지 받아야 한다. 교사라고 해도 평범한 직장인과 다를 바 없다. 그런 서민 직장인에게 검경 수사와 재판은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고통이다. 아동학대로 고발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교사의 커리어가 무너질 수 있다. 삶의 기반이 흔들릴 사안이다. 거기에 더해 만약 유죄 판결까지 받는다면 아동학대자로 낙인찍히면서 사회적으로 치명타를 입을 것이다. 

해당 교사는 수사를 받은 후에 큰 충격을 받았다. 운전 중에 운전대를 놓는 등 이상 행동을 했고 2시간 이상 잠을 못 자는 상황이라고 전해진다.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 아직 재판 초기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정신적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유죄판결까지 받는다면? 상상하기도 무섭다. 상대의 밥줄을 끊어버릴 수 있는 일인데도 너무 쉽게 신고한 것처럼 느껴졌다는 점. 바로 그 때문에 공분이 들끓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주호민이 문제 삼은 건 특수교사의 말이다.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싫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 “아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등의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특수교사는 긴 대화 중에서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된 것이며, 교육적 설명이었고, 일부는 혼잣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특수교육 분야 권위자인 나사렛대 류재연 교수는 녹취록에서 학대 행위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반인의 시각에선 특수교사의 말 중에 감정적민 부분도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검찰도 ‘장애인인 아동에게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라며 기소했다. 주호민 부부도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부모로서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잘못이 과연 아동학대자로 낙인찍혀 사회적으로 치명타를 입고 평생 커리어가 무너져야 할 정도의 수준일까? 

주호민 아들도 피해 아동에게 큰 상처를 줬다. 물리적인 폭력까지 행사했다. 그럼에도 용서받았다. 특수교사가 헌신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한다. 큰 배려를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주호민도 그 교사에게 좀 더 관대했어야 하지 않을까? 이 부분이 아쉽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의 주호민 출연 장면 ⓒSBS 제공
tvN 《라면꼰대 여름캠프》 포스터 ⓒtvN 제공

타인의 처지 헤아리는 마음 놓쳐 여론 뭇매 

주호민은 교사의 문제 발언을 들은 후 교사 교체를 원했고, 교육청 및 교장과 상담했지만 돌아온 건 신고해야 한다는 답이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교육청과 교장의 태도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교육청, 교장이 먼저 신고 운운하자 자연스럽게 신고를 선택지로 느끼게 됐을 수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특수교사가 어떤 일을 당하게 될지 모르고 신고했다는 것이다.  교육청과 교장이 신고 운운했어도 더 고민하고 특수교사와 소통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경우 어떤 처지가 될지 몰랐다는 부분은 납득이 잘 안된다. 주호민의 부인이 법정에서 해당 교사를 처벌해 달라는 뜻을 밝혔다고 해서 여론이 더 악화되기도 했다. 다만 부모 입장에서 장애 아들이 잘못된 환경에 노출됐다고 느꼈을 때 매우 절박한 심정이 됐을 거라는 건 짐작할 수 있다.  

해당 교사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았던 것 같다. 많은 학부모가 탄원에 나섰다. 한 학부모는 “선생님을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다른 학교에선 수업을 듣기 싫어하던 아이가 A교사를 만나고 한글도 떼고 즐거워했다”며 “통합반 수업 적응도 적극 도와주셨다”고 했고, 다른 학부모는 “A교사가 직무해제 되고 자폐 퇴행이 온 아이도 있다…아동학대를 했다면 저희 아이가 A교사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가고 싶어 했겠냐”고 했다. 

그 교사도 사람인지라 잘못은 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주호민이 특수교사를 관대하게 대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주호민이 아들을 관대하게 봐달라고 남들에게 요청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강도도 아이 아빠라는 말에 선처해줄 정도로 아들을 아꼈던 것 같다. 장애 아이를 둔 부모의 심정이 안타깝기도 하면서, 특수교사의 처지도 안타까운 사건이다. 신고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는 교육청, 교장에 대해서도 사실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어쨌든 유명인이 타인의 처지를 헤아리는 마음을 놓치면 언제든 논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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