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부 “韓 은행에 동결된 자산 해제 중”…70억 달러 추정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3.08.11 11: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기업·한국은행 등 이란 원유 수출대금 4년여간 동결
원화 가치 하락 우려…“국내 실물·금융 영향 제한적일 것”
10일(현지 시간) 이란 국영 통신인 IRNA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협상 과정에서 '한국에 동결된 자금'을 해제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연합뉴스

이란에 구금된 미국인의 석방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국내 은행에 4년여간 묶어둔 원유 결제 대금을 이란에 돌려주는 방안이 양국 협상안에 포함됐다. 

10일(현지 시간) 이란 국영 통신인 IRNA은 이란 유엔대표부를 인용해 미국 내 수감자 5명과 이란 내 수감자 5명의 맞교환과 더불어 '한국에 동결된 자금'을 해제한다고 보도했다.

외신이 밝힌 해당 자금은 2019년 5월 트럼프 정부의 이란 제재로 국내 은행 등에 발이 묶인 이란산 원유 수입 대금을 뜻한다. 현재 한국은행과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은 정확하게 공개된 적 없지만 70억 달러(약 9조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일단 한은에 개설된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당좌예금 계좌에만 수조원의 자금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멜라트은행이 예치한 지준금과 초과 지준금을 합한 규모가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대부분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이다. 이와 별도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도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이 동결돼 있다. 우리은행에 동결된 자금은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개설된 원화 계좌에 들어가 있다.

미국과 이란이 이런 동결 자금에 대한 해제에 합의했기 때문에 이란 중앙은행과 멜라트은행이 원하면 이를 해외로 송금하거나 결제 대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란 동결자금은 이번 협상 타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카타르의 계좌로 옮겨질 것으로 전해졌다.

동결이 해제되는 원화 규모가 작지 않고 단기에 대규모로 동결 자금이 인출될 경우 이론적으로 원화 가치 하락 등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당장 국내외 금융시장과 실물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번 미국과 이란의 협상 타결이 이란산 원유 수입 재개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국제 유가가 불안한 상황에서 이란산 원유 수입 재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시지 않은 한국 등 일부 국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 국내에 수입됐던 이란산 원유의 70% 정도는 콘덴세이트(초경질유)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시장 선호도가 높았다. 2017년 1분기 기준 국내 전체 콘덴세이트 도입량의 51%(작년 1분기 기준)를 이란산이 차지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