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정상 만나는 尹대통령…‘일본해 공식 표기’ 해법 찾을까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8.1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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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 ‘동해’ 대신 ‘일본해’ 표기 방침…野 “오염수와 묶어 문제 제기”
野 “尹, 문제 제기 못하면 이번에도 들러리” vs 與 “신중히 접근해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7월12일 빌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7월12일 빌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국방부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겠다고 선언해 논란이 커진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차 세 번째 미국행 순방길에 오른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미·일 정상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해 표기 관련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한·미·일’ 삼각공조에 방점을 찍은 윤 대통령이 일본과의 마찰을 고려, 관련 논란을 정상회의 테이블에 올리지 못할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오는 18일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으로 순방을 나선다. 3국 정상은 이번 회의를 통해 3국 협력 강화 방안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북 문제 공조 ▲3국 핫라인 개설 ▲각국 위기 시 협의 의무 등의 내용이 원칙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협력의 핵심 골격을 만들고 제도화까지 이루겠다는 각오다.

다만 3국간에도 아직 풀지 못한 현안은 산적해있다. 특히 ‘동해 명칭’ 논란은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다. 미국은 앞서 지난 2월 동해상에서 한·미·일 훈련을 실시하며 훈련 장소를 ‘동해’ 대신 ‘일본해’라고 표기했다. 이에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한국은 미국 측에 그러한 사실을 수정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했으나, 훈련이 끝날 때까지 우리 입장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JTBC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앞으로도 동해상에서 훈련할 때 일본해 명칭을 고수할 것이란 방침이다. 미 국방부는 앞으로 동해의 명칭을 어떻게 쓸 건지 질문하자 “‘일본해’가 공식표기가 맞다”며 “‘일본해’라고 쓰는 건 미 국방부 뿐 아니라 미국 정부 기관들의 정책”이라고 답했다.

미 국방부가 앞으로도 ‘일본해’ 표현으로 통일시키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에는 우리나라의 항의에 따라 표현을 수정해왔다. 지난해 10월에도 첫 한·미·일 훈련에선 ‘일본해’로 표기했다가 우리 측의 항의에 ‘한국과 일본 사이 수역’으로 변경한 바 있다. 반대로 9월엔 ‘동해’로 표기했다가 일본 측의 항의로 ‘한반도 동쪽 수역’으로 바꾸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野 “잼버리 꼬리표에 실속 기대 안 돼”

이에 야권에선 윤 대통령이 3국 정상회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물론, ‘일본해 표기 논란’ 해법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17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일방적 외교 기조를 핑계로 양국 간의 민감한 사항을 말도 못 꺼내면 굴종적 태도만 보이는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광복절 경축사에서 보여준 태도처럼 실익을 챙기지 못하면 들러리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권 일각에선 그간 정부의 외교 기조를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동해 명칭 논란 해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도 제기된다. 호남 지역구의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이날 시사저널과 만나 “윤 대통령은 정무경험은 물론 외교 경험도 별로 많지 않다. 지금까지 보여주기 식 외의 실적을 낸 건이 얼마나 되나”라며 “특히 이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까지 파행시키며 ‘꼬리표’가 붙은 이상, 윤 대통령은 해당 문제는 물론 후쿠시마 문제도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 정책 자체가 잘못된 과거사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도 없고, 일본도 현안 요구에 대해 들어줄 생각이 없다”며 “3국 모두 총선이나 정치에 유리하도록 대북 문제 등 잘한 부분만 부각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겉으로만 화려하고 실속은 없는 정상회의가 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여권도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강하게 ‘동해 표기’를 요구해야 하지만, 한·미·일 삼각공조에 균열이 일 수 있단 우려에 선뜻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의는 세계적 신냉전 상황에서 3국 협력의 토대를 마련할 기회다. 핵심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 발표를 통해 3국 공조를 강화하는 의미”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께서도 해당 문제를 정상회의 자리에서 곧바로 제기하면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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