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공휴일의 경제학…5조원 효과? “복병은 날씨”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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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공휴일 지정 긍정적 검토…하반기 경기 반등 카드 될까
5월 황금연휴 3차례 모두 폭우로 발 묶여…유통업 매출 증가율 한 자릿수에 그쳐

정부가 10월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임시공휴일 지정이 완료되면 추석 명절부터 개천절까지 최장 6일을 쉬게 된다. 3일의 휴가를 이어붙일 경우 한글날까지 12일간 연휴도 가능해진다. 통상 휴일에는 소비가 늘어나는 터라, 임시공휴일 지정은 내수 진작을 통해 하반기 경기 반등을 꾀하기 위한 카드로 꼽힌다.

다만 임시공휴일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엔 날씨 변수가 관건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올해 5월 황금연휴 당시에는 3차례 모두 비가 내려 연휴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이번에도 여행‧유통 등 관련 업계는 임시공휴일 지정 논의를 반기면서도 손익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이 이용객으로 붐비는 모습 ⓒ 연합뉴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이 이용객으로 붐비는 모습 ⓒ 연합뉴스

“최장 6일 쉰다”…임시공휴일 논의에 여행‧유통업 ‘들썩’

29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임시공휴일 지정 논의에 탄력이 붙으면서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추석 연휴를 한 달가량 앞둔 시점인데도 이미 매진된 항공편이 속출하고 있으며, 연휴 기간 중‧장거리 노선 예약률도 80~90% 수준으로 예년 연휴 때보다 높아졌다. 임시공휴일 지정 논의 이후로는 추석 연휴 전(9월27일)보다 연휴 중간(9월29~30일)을 중심으로 예약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추석 특수에 임시 공휴일 지정에 대한 기대가 더해지자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특히 최근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으로 명절선물 한도가 30만원으로 늘어나면서, 업계는 보다 높은 가격대의 다양한 선물세트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업계는 20~30만원대 프리미엄 제품의 물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인한 기대 이익은 약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체공휴일 하루 지정으로 2조4000억원 규모의 소비 지출액이 늘어나, 총 4조8000억원의 생산을 유발할 것으로 분석됐다. 조업일수 감소로 수출에는 차질이 예상되지만, 내수가 늘면서 1조9000억원의 부가가치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분야를 여행업으로 좁혀보면, 공휴일이 하루 늘어날 때마다 국내여행 소비액은 4000억원가량 증가할 수 있다. 한국문화광광연구원은 지난 1월 이 같은 내용의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체공휴일 지정이 9200억원 수준의 생산유발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추산했다.

오는 9월28일부터 10월1일까지 나흘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와 10월3일 개천절 사이를 공휴일로 지정할 경우 총 6일간의 연휴가 생기게 된다. ⓒ 연합뉴스
오는 9월28일부터 10월1일까지 나흘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와 10월3일 개천절 사이를 공휴일로 지정할 경우 총 6일간의 연휴가 생기게 된다. ⓒ 연합뉴스

때 아닌 폭우에 발 묶였던 황금연휴…이번엔 다를까?

그러나 실제적인 생산 효과에는 날씨 변수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올해 5월 황금연휴 때가 거론된다.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석가탄신일을 대체공휴일로 지정하고 상반기 내수 진작을 기대했지만, 5월에 있던 근로자의 날(4월29~5월1일), 어린이날(5월5~7일), 석가탄신일(5월27~29일) 연휴 때마다 비가 왔다. 특히 어린이날 연휴 당시에는 전국 곳곳에 호우특보가 내려 항공편이 무더기로 결항되기도 했다. 각종 연휴 맞이 행사도 줄줄이 취소됐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여행‧숙박업은 호우와 강풍으로 인한 줄환불 사태에 직면했으며 유통업 매출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각 연휴 주간 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주요 유통사의 매출 증가율은 4~8% 내외로 집계됐다. 통상 어린이날 등 5월 연휴 주간에 30~40% 수준의 매출 상승을 기록해왔던 것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다. 유통업 관계자는 “당시 주말마다 비가 많이 와서 백화점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특수를 못 누린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일단 당국은 올해 하반기 경제의 키워드인 ‘상저하고’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임시공휴일 지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이번 추석은 코로나19가 독감 수준인 4급 감염병으로 전환된 이후 처음 맞이하는 명절이기에 (임시공휴일 지정은) 국민의 충분한 휴식권 보장과 내수 진작, 소비 활성화 차원에서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정부에 임시공휴일 지정을 공식 요청했다. 추후 당정 간 논의를 이어간 뒤 국무회의와 대통령 재가를 거쳐 임시공휴일이 지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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