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만 62조원대 공유 오피스 공룡 위워크 파산설 ‘후폭풍’ 어디까지
  • 한다원 시사저널e 기자 (hdw@sisajournal-e.com)
  • 승인 2023.09.05 07:35
  • 호수 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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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오피스 창업 15년 만에 경영난으로 파산 위기…한국 공유 오피스 3사에 어떤 영향 미칠지 주목

글로벌 공유 오피스 공룡인 ‘위워크(Wework)’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창업을 위해 값싼 사무실을 찾던 시기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위워크는 창업 9년 만에 세계 120여 개 도시, 800개 이상 지점을 운영하며 가파른 성장을 이어갔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후원까지 받으면서 위워크는 ‘공유 경제’를 이끄는 대표적인 스타트업으로 자리 잡았다. 기업 가치는 한때 60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세계 최대 공유 오피스 회사인 위워크가 최근 경영 악화로 인한 파산설에 휩싸이면서 배경이 주목된다. ⓒEPA 연합

불안한 실적·지배구조가 위기 불러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이 신화가 무너졌다. 계속되는 실적 악화로 위워크는 창업 15년 만에 경영난을 맞게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최근 블랙록과 블리게이트 캐피털, 킹스트리트 캐피털 등 채권자들이 위워크 문제를 놓고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채권자들이 논의한 대책에는 연방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챕터 11에 명시된 파산보호는 기업의 채무 이행을 일시 중지시키고 자산 매각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하는 절차다. 로이터통신은 뉴욕증권거래소가 8월23일 위워크 상장 폐지 절차를 밟았다고 전했다. 위워크는 30거래일 연속 주가가 1달러를 밑돌아 올해 4월18일 상장 폐지 요건을 충족했다. 위워크는 향후 6개월 내에 주가 1달러를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된다.

일단 위워크는 파산보호 신청을 최대한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위워크 경영진은 파산보호 신청 없이 건물 임대 조건 협상을 통해 임대료를 낮추고, 회사채와 주식 발행 등으로 자금을 추가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고객이 이탈하고 있어 위워크가 현금 부족 사태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위워크는 지난 6월말 기준으로 2억5000만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위워크와 채권단 사이의 논의가 올해 말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위워크는 실적을 공개한 2016년부터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올해 2분기 위워크는 매출 8억4400만 달러(약 1조1200억원), 영업손실은 3억5100만 달러(약 4658억원)로 집계됐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위워크는 46억3200만 달러(약 6조원)의 역대급 순손실을 냈다. 이는 당시 전체 매출액(25억7000만 달러)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번 2분기 실적 공개 후 위워크 측은 “상업용 부동산의 과잉 공급,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2분기 손실을 초래했다”면서 “최근 회원 이탈이 늘어남에 따라 회사가 계속 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는지 상당한 의구심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위워크의 불안한 지배구조도 파산설에 힘을 실었다. 위워크는 공동 창업자였던 애덤 노이만의 비정상적인 경영 방식과 잇단 구설로 투자자의 우려를 샀다. 노이만은 현금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기업공개를 강행했지만, 이를 반대하던 손정의 회장과 마찰을 빚었다. 결국 노이만은 2019년 사임했다. 손 회장은 산딥 마트라니를 새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으나, 위워크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마트라니도 자리를 내놨다. 당시 손 회장은 “위워크 투자는 어리석은 일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AP 연합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오른쪽)와 악수하는 애덤 노이만 위워크 공동창업자ⓒAP 연합

국내 업체들 “사업 영역 넓어 영향 미미”

위워크가 파산 위기를 맞자,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도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국내 공유 오피스 기업들은 “위워크 파산설에 따른 영향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공유 오피스 업체들은 사업 영역이 넓고 자구안으로 위워크와 다른 사업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인 3대 공유 오피스는 위워크코리아·패스트파이브·스파크플러스 등이다. 위워크코리아는 19개 점,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플러스는 각각 43개, 36개 점을 운영하고 있다.

실적도 나쁘지 않다. 위워크코리아 매출은 2019년 765억원, 영업손실 407억원이었지만 지난해 매출은 1229억원, 영업이익은 39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스파크플러스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에 비해 30%가량 늘어난 633억원, 영업이익은 1억7915만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스파크플러스 관계자는 “작년 흑자 전환으로 재무적 선순환을 달성했다고 보고, 올해는 운영 고도화 측면에서 프롭테크를 접목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현재 본사의 30% 이상이 테크 인력으로 구성돼 있으며 모든 공간과 자산을 디지털화하고, 출입·예약·정산을 비롯한 전반적 운영과 서비스를 자동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패스트파이브는 지난해 매출 1186억원을 기록해 전년(830억원) 대비 크게 늘어났으나, 영업손실은 39억원에서 93억원으로 확대됐다. 다만 순손실이 598억원에서 255억원까지 줄어들었고, 지점 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데다 공실률을 3%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패스트파이브 관계자는 “위워크는 미국 본토 전체에서 비즈니스를 하지만 패스트파이브는 서울에서만 하고 있고, 손익 측면이나 신사업 등을 봤을 때 위워크와 정체성이 다르다”고 했다. 이어 “패스트파이브는 공유 오피스와 광고, IT, 인테리어 등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면서 “위워크가 파산해도 그 영향이 한국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업계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공유 오피스 업계 관계자는 “서울과 미국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상황과 지역별로 위워크에 노출된 정도(위워크 임대차 면적)가 다르다”면서 “시장의 객관적 정황을 봤을 때 위워크가 어려워져도 국내시장을 좌우할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은 아닐지라도 해당 건물주와 고객에게 피해가 우려돼 이에 대한 국내 공유 오피스 업체들의 대비책 마련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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