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이 총선 지휘 본부? 尹 ‘핀셋 개각’ 속내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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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여가부 장관 교체로 ‘국감 방어’‘…유인촌, 이동관과 언론개혁 주도할 듯
총선 7개월 앞 ‘강성 장관’ 등용에 與일각 “총선 용산이 주도하겠단 尹心”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사의를 표명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 장관 등에 대한 소폭 개각을 단행했다. 복수의 장관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것은 윤 대통령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은 후임 장관으로 지목된 후보자들의 ‘성향’과 개각 ‘타이밍’에 주목한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전투력 강한 장관들을 앞세워 차기 총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매파 성향의 각료들이 대야 전선을 구축, 차기 총선을 ‘여당 對 야당’이 아닌 ‘윤석열 정부 對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대선 2라운드 구도’로 치르려 한다는 것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왼쪽부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2차 개각 발표 브리핑에 배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왼쪽부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2차 개각 발표 브리핑에 배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心’ 얻은 ‘강골 장관 후보자들’

윤 대통령은 13일 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는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문체부 장관 후보자에는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 여가부 장관 후보자에는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각각 발탁됐다.

대통령실은 인사 키워드로 ‘능력’과 ‘전문성’을 앞세웠지만, 이날 개각은 문책성 성격도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가부는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파행’, 국방부는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등으로 논란을 빚었기 때문이다. 10월 국정감사에서 야권의 집중 공세가 예고된 부처인만큼, 장관 교체를 통해 정부가 선제적 방어에 나섰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특히 여권 내부에선 이번 개각에 ‘장관은 싸워야 된다’는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 장관들을 향해 “여야 스펙트럼 간극이 너무 넓으면 점잖게 얘기한다고 되지 않는다”며 “전사가 돼 싸워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준에 맞는 인사가 ‘신원식‧유인촌‧김행’ 3인이라는 얘기다.

실제 이들 3인은 보수색이 짙은 ‘매파’ 성향 인사로 구분된다. 신 후보자는 극우단체의 ‘태극기집회’ 등에서 “문재인 모가지를 따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한 것이 알려지며 논란을 빚었다. 유 후보자의 경우 MB(이명박)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고, 과거 사진기자들에게 ‘찍지마 XX, 성질 뻗쳐서’ 등 막말을 퍼부어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 후보자는 전임 김현숙 장관과 비교해 수위 높은 주장을 펴는 모습이다. 그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김 후보자가 김 여사와 친분으로 여가부 장관 자리에 발탁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가짜뉴스를 만드는 사람도 사회적 해악이지만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정당 의원이 정치 공세를 하는 것은 정말 적절치 않다”고 맞받았다. 잼버리 파행에 관한 여가부 책임에 대해선 “여가부뿐 아니라 12개 기관에 대해 감사원 감사가 이뤄질 텐데, 책임 소재가 분명치 않은 것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20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20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각에 與의견 분분…“당 들러리인가”vs“전투력 강화”

정치권에선 이번 개각으로 윤석열 정부의 보수 색(色)이 더 짙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윤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잇따라 ‘이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동시에 ‘경력직 정치인’들의 가세로 참모진의 ‘전투력’도 강화됐다는 평가다. 이른바 ‘야당 저격수’란 별명이 붙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국회의원인 신원식 후보자, MB정부 관료 출신 유인촌 후보자, 대변인 출신 김행 후보자가 국감 전후로 야당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인촌 후보자의 경우 앞서 임명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언론‧문화계 개혁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모두 MB계 인사로, 유 후보자가 문화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 이 위원장은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을 지냈다. 정부 언론 정책을 문체부와 방통위가 양분한다는 점에서 야권 일각에선 이들이 ‘언론 통제’에 나설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이번 개각을 보면) 대통령실에 인재풀이 적다. 대통령이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 보니 ‘MB맨’들을 불러 들이려는 것”이라며 “퇴임한 김효재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까지 차지한다면 ‘이동관-유인촌-김효재’ 3각 편대가 신문‧방송계를 장악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가 개각을 단행한 데 대해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13일 이번 개각을 두고 “윤석열 정부 2년 차에 접어든 이 시점에 우리 사회에서 좀 더 큰 변혁을 속도감 있게 이끌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 고삐를 당기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도권 의원들을 비롯한 여권 일각에선 우려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용산’의 거듭된 우향우 인사로 국민의힘의 총선 전 ‘산토끼(중도 지지층) 잡기’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단 분석에서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유인촌 후보자의 등용은 의외의 결정이었다. 논란을 부른 OB(Old Boy‧기성 정치인)를 불러들이면 야당에게 공격 빌미만 주는 셈”이라며 “총선은 용산이 치르는 게 아니라 정당이 치르는 것인데, 국민 시선이 장관들로만 향하면 당은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번 개각으로 윤 대통령의 향후 정국 운영 방향과 내년 ‘총선 전략’이 구체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사정에 능통한 여권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차기 총선을 ‘여당과 야당의 대결’이 아닌 ‘정부와 야당의 대결’로 인식하고 있다”며 “‘스타 장관’인 한동훈 장관도 결국 스테이(불출마) 할 가능성이 높다. 장관들이 대야 전선 일선에 서서 야당과 맞서는 정부의 ‘창’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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