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규제 우회’ 대출 결국 막았지만…당국 갈지자 행보에 풍선 효과 우려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4 17: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0년 주담대, DSR 산정 만기 최대 40년 제한…한도 줄어
주택구입에 쏠린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도 8개월 만에 중단
억울한 은행권…여전한 주택구매수요에 주담대는 증가 전망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및 특례보금자리론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및 특례보금자리론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결국 칼을 빼들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우회 수단으로 지목받은 50년 만기 주담대 대출 심사 강화를 은행에 주문했고,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자도 축소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상품들은 사실상 부동산 시장 경기를 위해 정부가 허용해줬다는 점에서 오락가락 행보에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다. 당장 오는 26일 접수가 중단되는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에 수요가 몰릴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줄이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다시 강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금융위원회는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를 열고 일반은행에서 주담대를 받는 사람이 상환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DSR 산정 만기를 최대 40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개별차주별로 상환능력이 명백히 입증되는 경우에만 50년 만기 주담대를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50년 만기 주담대에 손을 댄 이유는 상품 출시 이후 증가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올해 총 8조3000억원이 공급됐다. 그 가운데 6조7000억원이 7월과 8월에 집중됐다. 시중은행들이 7월 들어 해당 상품을 내놓으면서 수요가 쏠린 것이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급증한 데는 DSR 규제 하에 만기가 길어지면서 한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부가 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지목한 이유다.

대출을 받은 연령대도 논란이 됐다. 당국에 따르면, 50년 만기 주담대의 40∼50대 비중은 57.1%였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비율도 12.9%에 달했다. 반면 20~30대는 29.9%에 그쳤다. 만기가 50년이지만 청년층보다 중장년층에 더 많이 공급된 셈이다. 게다가 기존에 주택을 보유한 이들이 해당 상품을 이용한 비율도 52%에 달했다. 과잉 대출, 투기 수요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정부는 DSR 규제 계산시 사용되는 산정만기를 40년으로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한도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 금리를 적용하는 ‘스트레스(Stress) DSR 제도’를 도입한다. 이에 따라 연 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금리 4.5%로 DSR 40%에 50년 만기로 대출할 경우 가산금리 1%포인트(p)가 적용되면 기존에 4억원이던 대출 가능액이 3억4000억원으로 줄게 된다. 대출 원리금은 종전대로 50년간 나눠 갚도록 하며 상환 부담은 낮추면서도 한도를 40년 만기 수준으로 제한하며 DSR 우회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 ⓒ연합뉴스

8개월 만에 중단된 정책 모기지…규제 허들 너무 내렸나

정책 모기지인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도 중단한다. 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 초과 차주 또는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주택대상인 해당 상품은 당초 내년 1월까지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는 27일부턴 이용이 불가하다. 출시 8개월 만에 중단한 것이다.

당초 특례보금자리론은 고정금리 대환을 주목적으로 했지만 신규주택 구입 목적 대출이 늘어나자 방향을 틀었다. 실제로 8월 말 기준 35조4000억원이 풀린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하는 목적 가운데 신규주택구입은 23조6139억원으로 전체의 62.7%에 달했다. 신규주택구입에 자금이 몰리면서 가계부채 증가의 한 원인이 됐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당국은 최근 들어 급증한 가계부채 증가 배경을 은행권으로 돌리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50년 만기 대출 취급에서 나타난 느슨한 대출행태를 바로잡으려면 차주의 상환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과잉 대출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은행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면밀한 심사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출을 내줬다는 의미다.

반면 은행권은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국의 정책 방침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출시한 대출상품의 수요 증가를 은행권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에 대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증가세는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파르지만 올 초부터 DSR 규제 완화 측면에서 시행한 정책 모기지 규모도 상당하다”며 “갈지자 정책 행보는 실수요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풍선효과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당장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이 오는 27일부터 중단되면서 수요가 쏠릴 수도 있어서다. 여전히 주택구입자금 수요가 상당한 상황도 변수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지난 13일 “주택경기가 올해 들어 회복 흐름을 보이면서 주택 구입 관련 자금 수요가 늘었다”며 “지금까지 주택 거래량 추이를 보면, 당분간 주담대 증가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주택가격 상승으로 구입 수요가 느는 상황에서 DSR 예외대상 대출도 13개 유형에 달해 자금 수요가 어느 쪽으로 쏠릴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