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0만원에 닉네임 팔아요”…불 붙은 가격 경쟁 속 수수료 논란도
  • 이동혁 인턴기자 (dhl4001@gmail.com)
  • 승인 2023.09.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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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이름에 두 글자 단어 놓고 수천만원에 거래
일부 유저 사이에선 ‘닉네임 장사 되나’ 우려 커져
“남들에게 표출하고 싶은 마음…수수료 30%? 과도해”
ⓒ메이플스토리 홈페이지 캡처
넥슨의 인기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의 ‘뉴네임 옥션’ 이벤트 모습 ⓒ메이플스토리 홈페이지 캡처

최근 게이머들 사이에서 게임 캐릭터 이름을 뜻하는 ‘닉네임(Nickname)’ 거래가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넥슨의 인기 온라인 RPG 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선 최고 낙찰가 2900만원을 기록한 사례가 등장할 정도다. 일부 유저들은 “게임 이름도 사고파는 시대”라며 흥미롭다는 반응이나 한편에선 “게임사가 낙찰가의 30%를 거래 수수료로 챙겨간다”며 불만의 목소리도 새어 나오고 있다.

넥슨은 지난달 31일부터 자사 인기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뉴네임 옥션’ 이벤트를 운영 중이다. 해당 이벤트는 판매자가 최소 입찰 금액을 설정해 닉네임을 경매장에 올리면 구매하려고 하는 유저가 최대 48시간 안에 게임 내 재화인 ‘메이플 포인트’로 입찰하는 방식이다. 경매가 종료되면 최고 가격 입찰자가 닉네임을 낙찰받고 수수료를 제한 판매 대금은 닉네임 판매자에게 지급된다. 해당 이벤트는 오는 20일까지 진행된다.

현재까지 가장 높은 낙찰가를 기록한 닉네임은 ‘스타’로 현금가 기준 29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8일에도 닉네임 ‘사과’가 1888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낙찰가가 높았던 닉네임은 ‘수지(900만원)’, ‘페이커(469만원)’ 등 유명인의 이름을 비롯해 ‘궁수(1500만원)’, ‘가로(300만원)’, ‘버블(250만원)’ 등 두 글자 혹은 받침이 없는 단어 등이 선호도가 높았다. 

게임 커뮤니티 이용자들 사이에선 두 글자 닉네임 선호 현상에 대해 “캐릭터 크기가 작은데 닉네임이 길면 어울리지 않아서”, “닉네임 또한 캐릭터 코디랑 연관되기에 최대한 짧고 깔끔한 게 좋아서” 등을 이유로 꼽았다.

18일 기준, 메이플스토리 닉네임 경매장에서 판매 완료된 캐릭터 이름 목록이다. ⓒ시사저널 이동혁
지난 18일 ‘메이플스토리’의 ‘뉴네임 옥션’에서 판매 완료된 캐릭터 이름 목록 ⓒ메이플스토리 홈페이지 캡처

넥슨이 해당 이벤트를 개최한 데는 게임 재화를 일부 회수해 게임 내 경제를 조절하고, 동시에 이용자 간 암거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일환으로 분석된다. 그간 닉네임 거래는 아이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개인 간 암암리에 이뤄져 왔다. 현물로 닉네임을 거래하는 행위가 게임 운영정책 내 ‘이름 정책 위반’ 사항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개인 간 거래에서 사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 것도 사실이다. 

유저들도 이번 이벤트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이다. 유저 입장에선 게임사의 통제 하에 안전한 시스템을 통해 거래 사기를 방지할 수 있고 게임사 입장에선 이용 약관 위반 사례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일부 유저들은 닉네임 가격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메이플스토리를 이용하는 유저 A씨는 최근 닉네임 거래 현상을 두고 일명 ‘닉변(닉네임 변경) 전쟁’에 비유했다. A씨는 “압도적인 돈을 갖고 있지 않는 이상 원하는 닉네임을 구매하긴 쉽지가 않다”면서 “캐릭터 콘셉트와 어울리는 닉네임이 3개 정도 있었는데 현금 100만원을 준비해도 구매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게임사가 거둬들이는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넥슨은 닉네임 거래 시 현금 재화와 비슷한 가치를 지닌 메이플 포인트에 거래 수수료 30%를 책정했다. 유저 B씨는 “넥슨이 닉네임 경매 시스템으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 다른 게임사들도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보다 장사를 목적으로 하는 유저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가에 거래되는 닉네임을 명품 브랜드에 비유했다. 이 교수는 “디올, 루이비통 같은 명품 브랜드처럼 게임 속 닉네임 또한 수천만원의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면서 그 원인으로 단어의 연상 효과를 지목했다. 그는 “단어 자체가 이용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전달할 경우 긍정적인 브랜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구매력 있는 소비자 입장에선 높은 가치를 지닌 닉네임을 구매해 남들에게 표출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다만 이 교수는 게임사가 취하고 있는 수수료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거래 과정에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긴 하지만 30%라는 수치는 보지 못했다”면서 “사업자가 거래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굉장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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