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尹정부 ‘남북군사합의’ 폐기는 무책임한 일” 이념 전쟁 ‘작심비판’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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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 참석
“파탄 난 남북관계 안타까워…평화 시기에 경제도 좋았다”
“‘보수정부가 안보‧경제 잘 한다’는 건 조작된 신화”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단식 중 건강 악화로 입원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기 위해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단식 중 건강 악화로 입원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기 위해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은 19일 “정부‧여당에서 군사합의 폐기를 검토한다는 등의 말이 나오고 있다”며 “9‧19 남북군사합의를 폐기한다는 건 최후의 안전핀을 제거하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진 진보정부에서 안보 성적도, 경제 성적도 월등히 좋았다”며 “‘안보‧경제는 보수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 벗어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 김정숙 여사와 함께 직접 참석했다. 지난해 5월 퇴임 후 서울에 방문, 공식 행사에 참석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정부 출신 참모진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 문 전 대통령은 “언제 그런 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파탄 난 지금의 남북 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짝이 없다”며 인사말을 열었다. 이어 “평양공동선언에서 더 진도를 내지 못한 것, 실천적인 성과로 불가역적인 단계까지 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념 전쟁’을 선언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메시지를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정부의 7‧4 공동성명에서 시작해 문재인 정부의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까지, 역대 정부는 긴 공백 기간을 뛰어 넘으며 이어달리기를 해왔다”며 “이어달리기가 될 때마다 남북관계는 발전하고 평화가 진전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구시대적이고 대결적인 냉전 이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할 때 이어달리기는 장시간 중단되곤 했다”며 “이어달리기가 중단 없이 계속되었다면 남북관계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적대적 대북기조로 인해 남북관계 발전이 멈춰버렸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화가 곧 경제…진보정부에서 성적 월등히 좋았다”

문 전 대통령은 “평화가 곧 경제”라고도 거듭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 당시와 현 정부 간 경제 지표를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역대 정부를 비교해보면 남북관계가 상대적으로 평화로웠던 시기의 경제 성적이 그렇지 않았던 시기보다 항상 좋았다”면서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에 1인당 국민소득은 3만5000불을 넘었는데, 지난해 3만2000불 대로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그 밖에도 수출 증가, 무역수지 흑자 규모, 외환보유고, 물가, 주가지수, 외국인 투자액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지금보다 좋았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감사원의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 발표와 관련해 SNS를 통해 공개 반박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의 ‘기울어진 외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나치게 진영외교에 치우쳐 외교의 균형을 잃게 되면 안보와 경제에서 얻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잃을 수 있다”며 ‘균형 있는 외교’ ‘섬세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조속한 대화 재개 필요성을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금 남북관계는 매우 위태롭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엄중했다”며 위기를 막기 위해 대화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이어 “계속되는 북한 도발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도 “결국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 위기를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정부‧여당의 남북군사합의 폐기 검토에 대해 “최후의 안전핀을 제거하는 무책임한 일”이라며 단호히 경고했다. 그는 “남북군사합의는 지금까지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문재인 정부 동안 남북 간 단 한 건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희생된 사람도 없었다. 역대 정부 중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뿐이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문 전 대통령은 “역대 정부의 안보와 경제를 조금 살펴보았다”며 “한마디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진 진보정부에서 안보 성적도, 경제 성적도 월등히 좋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안보는 보수정부가 잘한다’ ‘경제는 보수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젠 벗어날 때가 되었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문재인 정부 당시 장관들과 청와대 참모진, 민주당 원로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고민정‧김영배‧윤건영 등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김동연 경기지사‧강기정 광주시장‧김영록 전남지사‧오영훈 제주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도 자리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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