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운동이 다른 이유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0.01 13:05
  • 호수 1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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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선택인 반면 노동은 의무와 스트레스 동반  

직업적 노동과 여가 시간에 하는 운동의 차이는 무엇일까. 둘 다 개인의 노력에 의한 신체활동이다. 그러나 여러 연구에서 건강에 미치는 효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난다. 노동이든 운동이든 신체활동은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모든 신체활동이 건강에 동일한 수준의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 듯하다. 

2013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 운동은 심혈관 질환에 대한 보호 효과가 있으나 강도 높은 노동은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는 결과가 나왔다. 2012년 연구에서도 운동은 병으로 인한 장기 병가를 15% 줄여주지만 노동이 증가하는 경우 장기 병가를 59~89% 높이는 결과를 보였다. 2020년 후속 연구에서도 운동은 장기 병가를 20% 줄여주지만 노동이 증가한 경우에는 15% 늘어나는 결과를 보였다. 이들 연구가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바는 직업상 신체활동과 여가 시간의 운동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직업적인 신체활동과 여가 시간 운동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 면에서 이렇게 대조적인 결과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몇 가지 메커니즘이 있다. 우선 신체활동의 강도와 지속 시간 문제다. 직업적 신체활동은 종종 적절한 회복 없이 긴 시간 동안 중간 강도의 작업을 포함하고 있어 만성적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초래한다. 그러나 여가 시간 운동은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지속 시간은 짧아, 더 적절한 신체적인 회복 기전을 갖는다. 

다음으로는 반복성의 요소다. 직업적 신체활동은 반복적이며 근골격 장애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여가 시간 운동은 그 종류나 형태가 다양하므로 이러한 위험이 적은 편이다. 또 다른 점은 심리적 요인이다. 여가 시간 운동은 선택이고, 휴식이나 즐거움 측면과 연관되어 있다. 반면 직업적 신체활동은 의무적이고 높은 스트레스가 동반될 수 있다.

심혈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특히 장시간 서있는 자세에서 직업적으로 하는 신체활동은 정맥에 가해지는 압력을 높이거나 기본적인 심박수를 너무 많이 올리는 경향이 있다. 운동은 짧은 시간에 심박수를 올리고 회복 시간에 심박수를 회복시킨다. 오랜 시간 지속된 높은 심박수는 심혈관 질환과 사망의 위험 인자 중 하나다.

택배 배송 모습 ⓒ시사저널 최준필
택배 배송 모습 ⓒ시사저널 최준필

직업적 신체활동은 휴식 요구해

긴 노동 시간에 반복적으로 무거운 중량의 물건을 운반하거나 똑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있는 것이 하루 평균 혈압을 높일 수도 있다. 운동 또한 상대적으로 무거운 물건을 들고 이에 따라 혈압이 상승하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인 데 반해 노동에 의한 혈압 상승 시간은 지속적일 수 있다.

이러한 직업적 신체활동과 여가 시간 운동의 대조적인 건강 효과를 고려할 때 직장 내에서 적절한 휴식 시간, 인체공학적 작업 공간, 다양한 움직임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 이러한 정보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대중적인 인식 캠페인을 통해 직업적 신체활동과 여가 시간 운동이 나타내는 서로 다른 건강 영향을 알릴 필요가 있다. 

우리 주변에는 건설현장부터 기업 사무실까지 근로자로 가득 차 있다. 도시가 멈추지 않는 한 모든 움직임이 같은 건강 혜택을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앞선 연구들의 증거가 보여주는 것처럼, 직업적 신체활동과 여가 시간 운동의 건강 효과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개인이 여가 시간을 적절하게 활용하려는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대개의 경우 긴 노동 시간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적절한 노동 시간이 인간 건강의 중요한 요소임을 인식하고 이를 증진하려는 사회적·경제적·제도적인 노력이 지속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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