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승아양 사망’ 만취운전 60대, 반성문 냈지만…유족 “악어의 눈물”
  • 문경아 디지털팀 기자 (mka927@naver.com)
  • 승인 2023.09.2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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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징역 15년 구형 “음주사고 여전…적절한 사법권 행사 필요”
배양 유족 “가해자 사과 없어…반성문 제출은 유족 2차 가해”
대전지법 ⓒ연합뉴스
대전지법 ⓒ연합뉴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인도를 지나던 배승아 양을 치어 숨지게 한 60대에 검찰에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20일 대전지법 형사12부(나상훈 부장판사)심리로 열린 전직 공무원 방아무개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위험운전치사상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지난 4월8일은 누구에게 평범한 하루였지만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끔찍한 하루였을 것”이라며 “죄책에 걸맞는 처벌을 해달라”고 방씨에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부모가 자식을 잃는 슬픔은 창자가 끊어지고 눈이 멀 정도의 고통이라고 한다”며 “깊은 고통에도 불구하고 유가족이 법정에 출석해 기억하기 싫은 일을 떠올리며 진술하는 것은 다시는 무고한 희생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이어 “다른 피해 아동들도 사고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여전히 사고가 난 그날에 갇혀 있다”며 “사망한 피해 아동이 주로 보도됐지만 상해를 입은 아동들은 대부분 1년 이상의 정신과적 진료를 요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승아 양 사고 이후 수원에서 8살 남아가 신호 위반 차량에 치여 숨지는 등 유사한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가해자가 상응하는 처벌을 받았다는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법안 개정과 제도 개선 등을 입법부와 행정부가 각각 시행했지만 여전히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해, 남은 최후의 보루는 적절한 사법권의 행사”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검찰의 구형에 방씨 측 변호인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사죄를 위해 연락할 방법을 문의했지만 개인정보보호 및 피해 가족의 충격 때문에 제공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반성하는 것도 변명이며 금전적 보상으로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 점을 알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러한 것밖에 없다는 점을 헤아려달라”고 밝혔다.

방씨는 최후 진술에서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갈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며 “제가 지은 죄를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다. 죗값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배양의 유족에 진술할 기회를 주자 배양의 오빠는 “방씨가 하는 반성은 감형 받기 위한 악어의 눈물”이라며 “사고 직후 사과를 하지 않고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자신의 살길을 찾았다는 것에 분노하며, 사죄 없는 반성문 제출은 유족을 향한 2차 가해”라고 말했다.

앞서 방씨는 지난 4월8일 오후 2시20분경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교차로에서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해 길을 가던 배양을 치어 숨지게 하고, 배양과 함께 있던 어린이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당시 방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를 웃도는 0.108%로 나타났다. 또한 스쿨존 제한 속도인 시속 30km를 초과한 35km로 주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방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1996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음주운전을 하고도 적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자백을 통해 확인됐다.

재판부는 다음달 20일 오후 2시에 방씨에 대한 선고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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