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순도 100%’ 친명 체제로? 빠르게 ‘제거’되는 비명계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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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후 ‘탕평’ ‘통합’ 버린 친명계
비명계 사표 즉각 수리, 징계 움직임도…‘옥중 공천’ 가능성↑
2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정청래, 고민정 최고위원 등이 입장하고 있다. 앉아 있는 이는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힌 송갑석 최고위원. ⓒ연합뉴스
2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정청래, 고민정 최고위원 등이 입장하고 있다. 앉아 있는 이는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힌 송갑석 최고위원.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후 더불어민주당 내 두 가지 커다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분노 서린 친(親)이재명계의 ‘체제 강화’, 그리고 비(非)이재명계의 ‘줄사퇴’ 움직임이다. 친명계는 이번 혼란과 분열을 틈타 당을 완전한 ‘친명 체제’로 다지기 위한 속도를 내고 있다. 비명계가 물러나면서 생겨난 빈 자리도 속속 친명계로 채워질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이 대표 ‘옥중 공천’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과 함께 “이재명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왜 비명계가 지고 있나”라는 볼멘소리도 새어나오고 있다.

21일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부터 친명계와 비명계의 태도는 확연히 엇갈렸다. 비명계 박광온 원내대표단은 “표결에 책임을 지겠다”며 총사퇴를 선언했다. 친명계 중심의 최고위원회는 “당의 안정화를 위해 체제를 유지”할 것을 공언했다.

병상에 있던 이재명 대표는 박 원내대표 사퇴를 말리지 않았다. 반면 그와 함께 사의를 표명한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을 향해선 ‘정상 근무’를 지시했다. 이를 두고 이번 사태에 친명계 지도부 책임은 없다는 뜻을 이 대표가 명확히 한 것이라고 풀이됐다.

주말 사이 최고위에서 첫 사퇴 소식이 전해졌다. 역시나 ‘비명계’인 송갑석 최고위원이었다. 송 최고위원은 특히 지난 2월 이재명 대표가 첫 번째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 이후 ‘탕평’과 ‘통합’을 위해 임명했던 인사였다. 따라서 이번 그의 사퇴가 상징하는 바는 더욱 크다. 송 최고위원에 이어 비교적 비명계에 가까운 고민정 최고위원 사퇴설도 현재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비명계의 빈 자리는 친명계로 속속 채워질 전망이다. 당 지도부 유례없이 빠르게 새로운 원내대표 선출 일정을 잡았다. 가결 사흘 만에 후보 등록을 마감했고 단 하루의 선거운동을 거쳐 26일 이 대표 영장실질심사 당일 새 원내대표 선거를 실시한다. 후보군에 비명계는 전무했다. 친명계 홍익표‧남인순‧김민석‧우원식 의원만이 출사표를 던져 ‘그들만의 리그’로 치러지게 됐다.

이들 중 누가 선출이 되더라도 민주당은 곧 친명 최고위에 더해 친명 원내지도부까지 꾸려진 ‘100% 친명 체제’가 마련될 예정이다. 송갑석 최고위원 후임 역시 이 대표가 친명 인사로 새롭게 임명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월 이탈표 달래기에 나섰던 것과 180도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비명계 의원은 “이젠 통합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최소한의 눈치도 보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당 분열과 혼란에 대한 책임을 전부 비명계에서만 지고 있는 상황이 납득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단식 19일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18일 국회에서 119구급차로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단식 19일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18일 국회에서 119구급차로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 끝까지 지킨다” “이제 눈치도 안 봐”

비명계 줄사퇴는 형식상 자발이지만 사실상 축출된 것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체포안 가결 직후부터 친명계는 가결표는 ‘해당행위’로 규정하며 징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의 ‘가결표 색출 작업’에 사실상 협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친명계 서영교 최고위원은 25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가결을 밝힌 의원 중 한 명은 설훈”이라고 밝히며 다시 한 번 해당행위임을 못 박기도 했다.

이러한 친명계의 움직임을 두고 향후 이 대표 구속 시 ‘옥중 공천’을 위한 포석 깔기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친명계는 이미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체제에 변함이 없을 거란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고 있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가결 당일 MBC 라디오에서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이 대표가 당 대표로서의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튿날 정청래 최고위원 역시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끊임없이 이 대표를 흔들겠지만 ‘이재명 지도부’는 흔들림 없이 이 대표 곁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가결 직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비명계 의원들도 다시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기다렸다는 듯 이참에 이재명 사당화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며 “잘 해보라 하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해당 의원은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친명 일색의 지도부가 주도해 12월 임시국회에서 이 대표 ‘석방 결의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라며 “당이 망해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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