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출석 때와는 달랐다…구속 기로서 ‘침묵’ 택한 이재명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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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 첫 제1야당 대표 구속심사 시작…李, 쏟아진 질문에 묵묵부답
치열한 법리공방 예상…법원 앞 “몸통 이재명 구속” VS “기각하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헌정사 최초로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이 시작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응원'과 '구속 촉구'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침묵을 지키며 정치 생명이 걸려 있는 법정 안으로 향했다.   

이 대표는 26일 오전 10시3분께 영장 심사가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청사에 도착했다. 검은색 정장에 흰 셔츠를 입은 이 대표는 한 손에 우산을 들고 다른 손으로 지팡이를 짚은 채 천천히 청사로 걸어 들어갔다.

구속영장 심사를 받게 된 심경과 혐의 관련 쏟아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이 대표는 법정에 들어갈 때까지 굳은 표정 속 침묵을 지켰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녹색병원에서 법원으로 출발할 때도 지지자들을 향해 잠시 손을 들어보일 뿐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주요 혐의와 관련해 수 차례 검찰에 출석하며 '정치검찰의 공작' '야당 탄압' 등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향해 날 선 발언을 던졌던 것과는 대비된다.

청사로 들어서 법정으로 향하던 이 대표는 잠시 중심을 잃고 휘청였고 주변의 부축을 받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영장심사는 오전 10시7분께부터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 중이다. 

검찰에서는 이 대표 수사에 참여했던 김영남(사법연수원 34기)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과 최재순(37기) 공주지청장을 포함해 10명 가량이 참석했다. 이 대표 측에서는 고검장 출신 박균택(21기) 변호사를 비롯해 부장판사 출신의 김종근(18기)·이승엽(27기) 변호사,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인 조상호(38기) 변호사 등 6명이 나왔다.

이 대표가 24일간 단식을 했던 만큼 긴급 상황을 대비해 법정에는 의료인력 1명과 함께 휠체어가 배치됐다.

이 대표의 법정 출석에 서울중앙지법 앞은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맞불 집회를 벌이며 긴장감이 돌았다. 

지지자들은 "이재명 힘내라" "이재명은 죄가 없다. 구속영장 기각하라" "우리가 이재명" 등의 문구가 적힌 트럭 전광판을 설치하고 현수막을 흔들며 이 대표를 응원했다. 

대한민국애국순찰팀 등 반대단체 회원들도 법원 인근에서 맞불 집회를 열고 "피의자 이재명이 몸통이다" "이재명 구속"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지난 18일 이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위증교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4월∼2017년 2월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1356억원의 이익을 몰아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2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였던 2019∼2020년 김성태(구속기소)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자신의 방북 비용 등 총 800만 달러(약 100억원)를 북한에 대납하도록 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이와 함께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자신의 '검사 사칭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위증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과 이 대표 측은 혐의 소명 여부와 구속 필요성을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이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제시한 혐의 사실이 직접적·객관적 증거 없이 관련자 진술에 의존했고,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회유·압박이 작용한 '소설'이라는 게 이 대표 측 입장이다. 또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없는 점도 적극 주장할 방침이다. 이 대표가 직접 판사의 질문에 답하며 구속영장 기각 필요성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600쪽에 달하는 의견서를 만들어 이 대표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소명하고 '말 맞추기와 관련자 회유 정황' 등 증거인멸 우려에 따른 구속 필요성을 강조할 방침이다.

영장심사 결과는 이날 밤늦게 또는 다음 날 새벽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심사를 마친 뒤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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