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돼도 대표직 유지?…‘옥중공천’ 가능성도 솔솔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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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明 “구속은 사퇴 이유 안 돼” vs 非明 “진짜 옥중공천 하겠다는 건가”
기각 땐, 親明 입지 더 커질 듯…불구속 상태서도 ‘사법 리스크’는 계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 출석한 가운데, 당내에선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면 안 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친명(친이재명)계에선 이 대표의 ‘옥중공천’ 가능성까지 띄우는 분위기다. 여기에 이 대표의 영장이 기각될 경우 친명계의 스피커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물러나지 않겠다’ 의지 드러낸 이재명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분경 ‘백현동 개발특혜’ 및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관련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청사 안으로 들어선 이 대표는 본인의 혐의 관련 쏟아지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법정으로 향했다. 영장심사는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또는 27일 새벽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이 대표의 구속 이후 시나리오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친명계에선 이 대표가 구속돼도 대표직을 유지해야 하며, 이른바 ‘옥중 공천’을 불사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민석 의원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결과 구속돼도 사퇴 이유가 될 수 없다”면서 “어떤 경우든 이번 총선을 앞두고 비상대책위원회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이 대표 중심으로 선거를 치른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친명계의 이 같은 기류는 한 달 전부터 이어져왔다. 4선 중진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8월1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정기국회 과정에서 당대표가 구속됐다고 사퇴하면 더 큰 혼란이 있다”며 “어쨌든 임기가 있는 당대표”라고 강조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8월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구속되더라도 이 대표 중심으로 결속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필요하다면 그것도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유시민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도 지난 22일 유튜브에서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대표직을 내려놓아선 안 된다며 “옥중 출마도 하고, 옥중 결재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기싸움에서 밀리면 그 순간 진영이 무너진다”며 “구치소에 간다고 해도 구속적부심 신청하고 보석 청구하고 계속 싸워야 한다. 굳세어라 재명아”라고 응원을 보냈다. 그러면서 “당 공천장은 이 대표 명의로 나갈 거라고 말했는데 그 사인이라고 본다”고 추측했다.

이 대표도 유 전 이사장의 해당 영상에 ‘공감’을 누른 것으로 확인됐다. 본인이 구속돼도 당장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역사는 반복되면서도 늘 전진했다. 국민을 믿고 굽힘없이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개혁적인 민주당, 더 유능한 민주당, 더 민주적인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 결과에도 사퇴 의사 표명 없이 각오를 다진 것이다.

반면 비명계는 이 대표가 구속되면 당연히 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원욱 의원은 지난 22일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이 대표가 ‘나는 옥중공천이라도 하겠다’라고 한 발언이 기사화된 적 있지 않나, 저는 그것이 진심이라고 본다”며 “결국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지경이기 때문에 그 직을 유지해도 직무대행 체제에 의해서 당무가 집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비롯한 기존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 비명계 의원도 시사저널에 “이 대표가 구속된다면 범죄 사실이 소명된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이 대표는 당대표직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는 연말까지 옥중에서 버티며 당을 조속히 총선 체제로 바꿀 것이다. 만약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꾸린다 해도 어차피 본인이 비대위원장을 임명하는 만큼, 결국 비대위도 친명계가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출발하며 최고위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출발하며 최고위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李, 영장 기각돼도 ‘당 분열’ 책임에 리더십 타격”

일각에선 법원이 이 대표 손을 들어 영장을 기각하면 당내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장 기각 시 이 대표 체제는 더 단단해지고 친명계의 입지도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무리한 영장 청구를 명분으로 여권과 검찰에 대한 투쟁 수위를 높일 수 있어서다. 이 경우 당내 비명계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자연히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교체론도 조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대표의 불구속 상태로 범죄 혐의를 계속 따지는 만큼, 사법리스크 논쟁은 총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검찰에서 불구속한다 해도 이 대표는 반쪽도 못 건지는 것”이라며 “차라리 체포동의안까지 안 가도록 속 시원하게 당초부터 털어버리지, 이렇게 당 분열시켜도 책임이 크고 리더십이 부족함을 증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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