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미룰 수 없다”더니…‘맹탕’ 연금개혁안 논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10.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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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확정
보험료율·수급개시연령·소득대체율 등 구체적 수치 없어
“공론화 통해 폭넓은 논의 이뤄질 수 있도록 방향성 제시”
정부가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원금 기준 65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 판정과 관련해 경제개혁연대가 국민연금에 적극적인 손해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정부가 27일 국민연금 개혁 정부안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27일 국민연금 개혁 정부안을 공개했다.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방향성은 담겼으나, 얼마나 올릴지, 언제부터 받을지 등의 구체적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연금개혁의 핵심 내용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의 내용은 모두 빠져 있어 ‘맹탕’이란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7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심의‧확정했다. 지난 3월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내놓은 장기 연금재정 전망과 복지부 산하 연금재정계산위원회의 자문안 등을 토대로 마련한 정부의 공식적 개혁안이 나온 것이다.

이날 발표에서 보험료율은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이라는 방향성만 제시됐다. 복지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평균 보험료율이 18.2%, 소득대체율은 42.2%라는 점을 언급하며 “소득대체율은 유사한 반면 보험료율은 절반 수준으로,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점진적인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복지부는 가장 큰 관심사였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급개시연령은 모두 확정하지 않았다. 현재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40%, 수급개시연령은 1969년생 이후 65세까지 상향하기로 돼 있다.

앞서 재정계산위는 현 9%인 보험료율을 12%·15%·18%로 올리고, 올해 기준 63세인 수급개시연령을 66세·67세·68세로 늦추는 안과 함께 연기금 운용 수익률을 0.5%포인트 또는 1%포인트씩 올리는 안을 조합해 2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공식 발표에서 특정안을 선택하지 않았다.

구체적 수치를 발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복지부는 “의견이 다양한 만큼 특정안을 제시하기보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의 논의 결과에 따라 적정 수준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국회 연금개혁 특위에서 구조개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며 “국회와 함께 공론화 과정을 통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구체적인 수준을 결정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사실상 국회에 공을 넘긴 것으로 해석됐다.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였던 연금개혁에 대한 동력이 상실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개혁이란 것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해내야 한다”며 국민연금 개혁에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좀처럼 연금개혁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아 결정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내년 4월 여론에 민감한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국회로 공이 넘어간 연금개혁이 속도를 내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내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오는 31일까지 종합운영계획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이후 국회 연금개혁 특위와 협의해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고, 관련 논의를 뒷받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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