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모집인 1사 전속 폐지만이 능사일까
  •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1.14 13:05
  • 호수 1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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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편의 증진과 경쟁 촉진 취지는 공감
금융상품 판매 규제에 대한 당국의 원칙엔 물음표

10월13일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가 2023년 재검토 규제 중 하나인 ‘대출모집인에 대한 1사 전속의무’를 심의한 결과, 이를 폐지할 것을 금융위원회에 권고했다. 대출금리가 크게 올라 서민의 금융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대출모집인을 통해 여러 대출상품을 한 번에 비교·선택한다면 소비자 편의가 증진되고 경쟁도 촉진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연합뉴스
금융권의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이 시행된 5월31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들의 ATM과 카카오페이 대출 비교 서비스 ‘대출 갈아타기’ 화면 ⓒ연합뉴스

금리 상승으로 서민 금융 부담 가중

규제 현황부터 살펴보자. ‘금융소비자보호감독규정’ 제22조에 따르면, 금융상품 판매 대리·중개업자는 같은 유형의 금융상품에 대해 둘 이상의 직접판매업자를 위해 계약 체결을 대리·중개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금융상품 유형은 예금성, 대출성, 투자성, 보장성 등 네 유형으로 나뉘는데 유형별 대리·중개업자, 즉 모집인은 1사 전속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행 규제는 대출모집인만이 아니라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또는 계약 체결을 권유하는 투자권유대행인,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보험설계사 등에 대해 1사 전속의무를 적용하고 있다. 예금의 경우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대리·중개업자로 등록한다면 역시 동일한 의무가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곧장 의문이 생긴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한 명의 설계사로부터 여러 회사의 보험상품을 비교한 후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대출 역시 대출 중개 플랫폼을 통해 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등의 상품을 비교해 보고 대출받고 있다. 게다가 보험 중개 플랫폼, 예금 중개 플랫폼까지 조만간 생긴다고 한다. 금융상품 유형별 1사 전속의무는 이미 폐지된 게 아닐까.

이유가 있다. 1사 전속의무에 예외가 있고, 확대가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보장성 상품은 예외다. 감독규정은 2021년 3월 시행됐는데, 이미 오래전 1사 전속이 폐지된 보험에 대해서는 예외가 당연한 것이었다. 보험대리점의 경우 1993년 복수대리점, 1996년 다수 보험사 제휴가 가능한 독립보험대리점(GA)이 도입됐고, 현재 주력 채널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서 보험상품을 중개하는 플랫폼도 가능한 것일까. 예외를 위해서는 보험대리점으로 등록해야 하는데, 보험업법상 대리점은 은행 등으로 등록이 제한되며 판매상품과 비중 규제가 적용된다. 전자금융업자의 경우 간단손해보험대리점으로만 등록할 수 있다. 현재 샌드박스를 통해 규제특례가 적용되는 상황으로, 11개 사업자가 내년 초 출시를 준비 중이다.

둘째, 예금성 상품에도 1사 전속의무가 적용되지만, 온라인 보장성 상품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중개에 한해 규제특례가 적용되고 있다. 작년 11월 9개 업체, 올해 6월 16개 업체 등 총 25개 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된 상태다. 현재 1개 업체만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예금 제공 금융회사들의 저조한 참여로 인해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셋째, 대출성 상품(대출, 카드·리스·할부)은 예외 사유가 다소 복잡하다. 우선, 대출성 상품을 제조하는 직접판매업자는 다른 회사의 상품을 대리·중개할 수 있다. 어느 제조사가 자기 상품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들이나 저축은행, 카드, 여전사 등의 대출성 상품도 모집할 수 있다는 말이다. 대출성에 한해 교차 판매가 가능한 것이다. 대출성 상품 중 리스·할부 모집업자도 해당 계약 체결에 대해 1사 전속을 적용받지 않는다. 또한, 다른 하나의 직판업자 대출 모집, 다른 하나의 직판업자 신용카드 모집도 허용된다. 등록 리스·할부 모집법인은 현재 4개이고, 리스·할부 모집인은 2021년 말 기준 3만1244명에 달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매할 경우, 비교적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여건이다.

대출성 상품을 비대면으로 모집할 경우에도 1사 전속이 적용되지 않는다. 전자금융거래 방식이나 방문판매법에 따른 전화권유 판매로만 제3자 대출을 대리·중개하는 경우는 예외다. 대출 중개 플랫폼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온라인 대출모집 법인은 현재 33개로 토스, 카카오페이, 핀다 등 3사가 약 95%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결국, 규개위의 권고는 대면, 즉 오프라인으로 이루어지는 대출모집에 대해서도 1사 전속을 적용하지 말라는 취지로 이해된다. 대출성 상품 내 대출과 리스·할부를 구분하고 있고, 후자는 예외이므로 전자까지 확대하자는 것이다. 등록 오프라인 대출모집 법인은 현재 17개이고, 대출모집인은 2021년 말 기준 은행, 보험, 저축은행, 여전사, 신협 등을 포함해 1만143명에 달한다.

 

모집인 1사 전속의무 폐지는 시간문제

이상의 논의를 요약하면, 금융상품 모집 시 모집인은 1사 전속이 원칙이지만, 오프라인 보장성 상품과 온라인 대출성 상품의 경우 예외이고, 온라인 보장성과 예금성 상품에 대해서는 규제특례가 진행 중이며, 오프라인 대출에 대해서도 규개위가 예외를 권고한 상태다. 이쯤 되면 모집인 1사 전속의무 폐지는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근본적으로 짚어볼 문제가 있다. 1사 전속의무는 왜 필요할까. 제조업자인 직판업자가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직접 책임지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보험에선 왜 일찍부터 1사 전속을 깨는 독립대리점이 발달했을까. 불완전판매로 인한 민원과 분쟁이 가장 많은 보험에 대해 제3자가 소비자에게 다양한 상품을 비교하고 적절한 상품을 추천하게 하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1사 전속 규제, 오프라인과 온라인 법적 예외, 규제특례(샌스박스)를 다소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다음 문제들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상품 판매 규제에 과연 원칙이라는 게 존재하는가? 플랫폼 세상이 됐으니 소비자를 위해 모든 금융상품을 중개하도록 허용한다는 게 원칙인가? 직판업자도 플랫폼인가? 플랫폼은 과연 소비자를 위한 제3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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