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에 빠진 KBS…취임 첫 날 선공 날린 박민에 대충돌 예고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11.1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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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직후 대규모 인사, KBS ‘대수술’ 예고
노조는 ‘강력 반발’…법적 투쟁 방침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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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신임 KBS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매섭게 인사권을 휘두르며 ‘KBS 대수술’을 예고했다. 메인 뉴스의 앵커를 하루 만에 전면 교체하는가 하면, 간판 시사 프로그램 폐지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 측은 법적 투쟁을 불사한다는 방침이라, 내부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KBS에 따르면, 전날 취임한 박 사장은 “재창조 수준의 조직 통폐합과 인력 재배치를 주저해선 안 된다”며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보도본부장 등 본부‧센터장급 간부 9명과 주요 부서 국‧부장급 보직자 60명이 대상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주요 보직에서 제외됐던 인물들을 대거 발탁했다는 평가다.

박 사장은 전날 취임식에서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 2TV 재허가, 예산 지원 삭감이라는 전례 없는 재정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KBS의 위기의 원인은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내부에 있다”고 했다. 박 사장은 “능력과 성과가 인사의 기준이 되고, 효율성이 조직 운영의 원칙이 되고, 수익률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상식적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대대적인 추가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아울러 KBS는 전날 메인 뉴스 《뉴스9》의 이소정 앵커와 주요 라디오 프로그램 《주진우 라이브》 진행자 주진우씨 등을 하차시켰다. 《뉴스9》의 새 앵커는 박장범 기자와 박지원 아나운서 등으로 대체됐고, 《주진우 라이브》는 《특집 1라디오 저녁》으로 바뀌고 김용준 기자가 진행을 대신했다.

주요 시사 프로그램은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시사교양 중 시청률 1위 프로그램이었던 《더 라이브》는 전날부터 나흘간 편성에서 삭제됐다. 대신 그 시간대엔 사극이나 개그 프로그램 재방송이 긴급 대체 편성됐다.

특히 이 같은 진행자 교체 등 중대한 사안이 하루 만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주진우 라이브》는 방송 하루 전인 지난 12일에서야 라디오센터장 내정자가 담당PD에게 전화를 걸어 진행자 하차 통보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진우씨는 이튿날 SNS에 “오늘 오전 KBS에서 연락을 받았다. 이제 회사에서 오지 말라는, 방송을 그만두라는, 잘린 것”이라고 적었다.

KBS 내부에선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박 사장은 출근 첫날 편성 규약과 제작 자율성을 한 방에 무너뜨렸다”며 “박 사장 임명이 재가된 후 이뤄진 대대적인 인사에서 언론노조 KBS본부 소속은 ‘축출’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 빈자리엔 현 정권을 옹호하는 데 앞장선 단체 소속 인물들이 대거 등용됐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는 “모든 불법적 행위들이 박민 사장 임명 재가 하루가 채 되지 않아 벌어졌다”며 “그야말로 KBS 구성원들을 향한 선전포고이자 공영방송 KBS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행위를 한 보직자들에 대해서는 방송법 위반과 단체협약 위반 혐의로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민 신임 KBS 사장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KBS 제공
박민 신임 KBS 사장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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