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_금융] 2024년 투자 전략은 ‘숨고르기 후 비중 확대’
  • 조홍규 前 삼성자산운용 리서치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1.18 15:05
  • 호수 1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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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적 개선 여부가 내년 투자의 최대 화두
반도체·헬스케어·화학·소프트웨어·IT 하드웨어주 유망

2023년도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1년 동안 국내 및 해외 금융시장의 성과를 점검해 보고 2024년을 위한 투자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2022년 말 전 세계 금융시장은 물가 상승 리스크 확대, 급진적인 통화긴축 정책, 주식시장 급락 등의 영향으로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고조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2023년 들어 예상보다 양호한 경제지표와 완전고용에 가까운 노동 환경은 소득 증가 및 소비를 지탱해줄 수 있는 힘이 됐고, 전 세계 주식시장은 상반기에 뜻밖의 상승 랠리를 시현할 수 있었다. 6월말까지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는 15% 뛰었고, 미국 S&P500 지수도 16% 상승했다. 물가가 빠른 속도로 안정화되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했고, 하반기 중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상반기 주가 상승을 견인한 요인이었다.

전문가들은 2024년에도 경제 및 금융시장의 위험요인이 있는 만큼 부채비율이 낮고 영업이익률이 개선된 종목 위주로 투자할 것을 권고한다. 사진은 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전광판 모습 ⓒ연합뉴스

2024년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

그러나 8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주가의 상승 흐름이 주춤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리를 자극했고, 전 세계 시중금리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고금리, 고유가, 고환율 영향으로 주식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하반기에만 우리나라 주가는 6% 하락했다. 주요국 주가도 정체 또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경제 및 금융시장을 전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환경요인은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Higher for longer)’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경험해본 적 없는 유동성의 과잉 공급, 수요의 신속한 회복, 인공지능 기반의 기술혁신을 경험했다. 이후 40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 상승, 30년 만에 가장 강한 강도의 긴축정책에 의해 200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금리를 맞이하게 됐다. 당초 2023년 말로 예상됐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2024년 이후로 지연됐다. 또한 금리 인상 이후 최종금리(Terminal Rate)도 예상치보다 상향 조정됐다. 높아진 기준금리와 안정적 경기 회복세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 세계 경제는 미국 중심으로 견조한 회복세가 이어지며 연착륙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중앙은행은 긴축정책을 통해 이미 기준금리를 5.25나 인상했기 때문에 향후 경기가 악화되는 조짐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그리고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해 대처할 수 있다. 물가도 기저효과를 반영해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등 선진국 주도로 진행된 공급망 재편 투자는 2024년에도 재정정책과 결합돼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들어 3가지 투자 법안을 발효했다. 구경제 인프라 중심의 IIJA(2021년 11월 발효), 친환경 전환을 위한 IRA(2022년 8월 발효), 반도체 중심 공급망 재구축 지원 CHIPs(2022년 8월 발효)가 대표적이다. 2024 회계연도부터 재정 투입이 본격화돼 2026 회계연도까지 재정 집행 확대를 계획 중이다. 미국에 이어 유럽도 공급망 재편 관련 재정 집행을 예고했다. 지난 2월 EU는 미국의 IRA에 대응해 그린딜 산업계획을 발표했다. 국가별 보조금 규제 완화, EU 공동기금 조성, 핵심원자재법을 골자로 한 정책이다. 인도는 생산연계 인센티브 등 자국 생산 확대에 세금 보조를 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2024년 경제산업성 예산을 전년보다 50% 늘어난 2조4000억 엔으로 편성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올해 1.3%를 기록한 후 2024년에는 평균 2.1%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강화되며 국내 성장을 지지할 것이다. 고금리와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투자는 다소 부진하겠으나, 반도체 생산이 점차 회복되고 메모리반도체 단가가 상승하면서 IT 중심으로 제조업 부진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 경기선행지수는 올해 4월을 저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해 5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수출단가와 수출물량이 함께 증가하며 수출 증가율은 플러스 전환할 것으로 기대한다.

2024년 경제 및 금융시장의 위험요인 중 첫 번째는 긴축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다. 긴축 사이클이 후반부로 접어들면 경제주체의 신용 및 유동성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미국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은 코로나19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도 선진국 금리 인상 이후 신흥국 위험이 반복적으로 관찰돼 왔다. 아르헨티나, 튀르키예, 헝가리, 남아공, 이집트 등 취약국 등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중동 등의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실물 측면에서의 공급 충격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 전체 분쟁으로 비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상회해 물가 및 긴축 경로가 변화될 수 있다. 2024년에는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2월 인도네시아 대선, 4~5월 인도 총선, 11월 미국 대선 및 총선 등 굵직한 선거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해양 동맹(미국, EU)과 대륙 동맹(중국, 러시아) 구도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선거 결과에 따라 외교 및 정치 노선 변화 속에 국제 갈등이 추가로 심화될 수 있다. 국내 위험요인으로는 PF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 고금리 충격 속에 미분양 물량은 2023년 초 7만5000호까지 늘어났다. 최근 부동산 규제 완화 등으로 미분양 물량이 6만2000호까지 감소했으나, 상대적으로 PF 투자비중이 높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조합 등에서 국지적으로 금융 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주식시장 저점

2024년 상반기에는 주식시장 저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높은 금리에 따른 재무적 영향이 2023년 회계 결산 과정에서 반영돼 기업 실적 부진으로 나타날 것이다. 경기 침체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정책 당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중국의 민간부채 만기 상황 등 부채 위험은 글로벌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남아있고, 이 문제가 글로벌 유동성 환경을 경색시킬 가능성이 크다. 상반기 중 저점을 확인한 후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24년 2분기 이후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 전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신용경색 및 경기에 대한 우려로 완화적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국내 기업의 이익 사이클과 수익성 개선이 가시화되면서 주가는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주식 중에서는 부채비율이 낮고, 영업이익률이 개선되며, FCF 증가율 측면에서 유리한 업종인 반도체, 헬스케어, 화학, 소프트웨어, IT 하드웨어를 추천한다. 생성형 AI 관련 기업들과 해당 기업들에 반도체와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하드웨어 업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반도체 업종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고 특히 AI 반도체 관련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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