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DNA 이식해 Z세대 노린다…롯데칠성이 던진 맥주 출사표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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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맥주 신제품 출시…‘김빠진 맥주 사업’ 되살리기 나서
‘새로’ 성공 동력으로 맥주 시장 재도전…디자인·모델 등으로 차별화

롯데칠성음료(롯데칠성)가 3년 만에 맥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동안 맥주 사업에 있어 ‘김이 빠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롯데칠성은 21일 출시하는 신제품 ‘크러시’를 앞세워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이끄는 맥주 시장을 3강 구도로 재편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Z세대를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킨 소주 ‘새로’를 롤모델로 삼아, ‘새로운 맥주’로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칠성은 21일 맥주 신제품 크러시를 출시했다. 광고 모델로는 4세대 아이돌 에스파의 카리나를 기용했다. ⓒ롯데칠성 유튜브 캡처

맥주계 ‘새로’?…Z세대 매혹 가능할까

그동안 맥주 사업은 롯데칠성의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져 왔다. 현재 국내 맥주 시장은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이끌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오비맥주 카스의 맥주 시장 점유율은 무려 38.9%에 달한다. 그 뒤를 하이트진로의 테라(13.37%)와 필라이트(6.24%)가 따르고 있다. 롯데칠성의 클라우드의 점유율은 4.61%에 불과하다.

롯데칠성이 클라우드를 내놓은 것은 지난 2014년이다. 당시 롯데칠성은 카스와 하이트로 대표되는 국내 맥주 양강 구도에 대대적인 선전포고를 했지만, 결국 시장에서 5%의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그동안 맥주 시장에서 침묵하던 롯데칠성이 2020년 클라우드 생(生) 드래프트를 내놓은 이후 3년 만에 새로운 맥주를 출시하면서 맥주 시장에 다시 도전한 배경에는 ‘새로’의 성공이 있었다.

제로 탄산 음료의 성공 공식을 소주에 적용한 새로는 2030세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주류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롯데칠성의 실적까지 끌어올렸다. 롯데칠성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8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이 중 주류 부문의 영업이익은 140억원으로 무려 110%나 늘었다. 새로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15%까지 떨어졌던 롯데칠성의 소주 시장 점유율은 21%까지 올라왔고, 이제 새로는 연 1000억원 매출을 올린 ‘메가브랜드’로의 진입도 앞두고 있다.

롯데칠성은 이를 계기로 그동안 ‘김빠진 맥주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맥주 사업에도 변화를 꾀했다. 주 타깃은 Z세대로, 새로의 DNA를 ‘크러시’에 이식해 ‘젊은 맥주’의 콘셉트를 잡았다. 이를 위해 새로운 병, 새로운 라벨, 새로운 브랜드를 내세웠다. 맥주병은 새로처럼 투명한 병을 사용했고, 기존 맥주와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굴곡 없는 디자인으로 병 모양을 구상했다. 빙산의 일러스트를 넣은 라벨로는 시원한 느낌을 강조했다. 롯데칠성에 따르면, 크러시라는 제품명은 기존 클라우드의 ‘K’와 부수다는 뜻의 ‘Crush’의 합성어다. 관습을 부수고 새로움으로 매혹하겠다는 뜻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통상적으로 맥주 브랜드가 남자 모델을 기용하는 것과 달리, 젊은 여성 모델을 기용한 것도 주목을 끌었다. 현재 하이트진로의 테라는 배우 공유가, 켈리는 손석구가 광고하고 있다. 롯데칠성이 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4세대 아이돌인 에스파의 카리나를 크러시의 모델로 기용한 것은 새로운 맥주 주 타깃층을 분명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신상 맥주’이자 ‘여성들의 맥주’로도 소구하겠다는 계획으로도 해석된다.

롯데칠성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소주 시장에 안착한 새로의 DNA를 신제품 크러시에 이식해 ‘젊은 맥주’ 콘셉트를 잡았다.  ⓒ롯데칠성 IR 자료
롯데칠성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소주 시장에 안착한 새로의 DNA를 신제품 크러시에 이식해 ‘젊은 맥주’ 콘셉트를 잡았다. ⓒ롯데칠성 IR 자료

초겨울 맥주 출시에 시각 갈려…“초기 반응 중요”

이미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새로를 활용한 마케팅이 전개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하이트진로는 과거 맥주 테라와 소주 참이슬을 섞는 ‘테슬라’ 마케팅과 테라와 진로이즈백을 섞는 ‘테진아’ 마케팅을 이어가며 소맥 시장을 잡은 바 있다. 유흥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하는 만큼, 2030을 대상으로 새로운 ‘섞음주’를 홍보할 가능성도 있다.

주류업계가 맥주 소비량이 많지 않은 초겨울에 신제품 출시 소식을 알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시원함과 청량감을 강조하는 맥주 등 신제품은 봄에 출시되고, 홍보 기간을 거친 뒤 여름 시장 특수를 노린다. 오비맥주의 리뉴얼 한맥(3월), 하이트진로의 켈리(4월), 롯데아사히주류의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5월) 등도 같은 공식을 따랐다는 데서 이번 롯데칠성의 행보는 이례적으로 해석된다.

이런 도전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시각이 갈린다. 영하로 기온이 떨어진 늦가을의 날씨가 출시일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새로 등 최근의 신제품 성과를 들어 맥주 시장의 점유율을 늘려갈 동력이 충분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롯데칠성은 크러시를 연말 주류 소비가 많은 술집과 음식점을 중심으로 먼저 선보이고, 내년 상반기 가정용 맥주를 내놓을 계획이다. 

결국 핵심은 제품의 ‘차별화'로, 시장과 소비자의 초기 반응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제품의 경쟁력이 결과를 가를 것이라 예상하면서 “원재료, 패키징 측면에서 기존 제품들과 차별화된 제품은 롯데칠성의 맥주 점유율 반등의 트리거가 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신제품 출시 이후 소비자 초기 반응과 월별 판매 흐름은 향후 롯데칠성의 실적 전망과 주가 흐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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