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_부동산] 전세 가격은 진짜 오르고 있는 것일까
  •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7 07:30
  • 호수 1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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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가격, 8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했다는데…2년 전과 비교하면 70%가 전세보증금 하락 토로, 왜?

전세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세가격지수에 따르면, 10월 전세가격지수는 전국 0.55%, 서울 0.7% 상승했다. 올해 8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수로만 보면 체감이 잘 되지 않는다. 실제로 전세가 얼마에 거래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8월부터 3개월 연속 전세 가격이 오르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
지난 8월부터 3개월 연속 전세 가격이 오르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월별 변동 폭보다 2년 전 가격 비교가 중요

최근 서울에서 전세가격지수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성동구다. 성동구에서 가장 큰 대단지 아파트는 센트라스다. 센트라스 전세만 본다면 가격이 상승하다가 다시 하락하고 있다. 센트라스 전용 84㎡ 아파트 평균 전세보증금은 올해 1분기 7억원대 중반에서 2분기에 8억원으로 상승했다. 3분기에는 8억원 후반대로 올랐다. 그러나 9월부터는 8억원 중반대로 하락하고 있다. 센트라스 아파트 전세만 본다면 가격이 상승하다가 다시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성동구 전체 전세지수와는 다른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발표되는 지수는 실제 시장 변화보다 후행적인 특성을 보인다. 지수 산정이 설문조사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최근 전세 가격 상승은 실제 시장과 비교하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반면, 전세시장을 이야기할 때는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해볼 필요가 있다. 임차인 입장에서 월별 전세보증금 가격 변동률이 과연 중요할까. 임대인 입장에서도 보자. 월별 가격 변동보다 2년 전 전세가와 현재 가격이 어떤지가 휠씬 더 중요하지 않을까.

임대인과 임차인에게는 현재 전세보증금과 2년 전 가격 비교가 월별 변동보다 더 중요하다. 전세보증금이 한 달 전과 비교해 5000만원 올랐어도 2년 전과 비교해 1억원이 하락했다면 임대인과 임차인은 전세 가격이 떨어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2년 전 전세보증금과 비교하면 현재 전세시장은 어떤 상황일까. 2023년 1월부터 11월16일까지 서울 아파트 갱신계약 중에서 신뢰할 만한 표본 1만7823건의 전세보증금 변화를 조사했다. 표본 건수 중에서 2년 전보다 전세보증금을 낮춰 갱신계약한 경우는 1만2460건으로 조사됐다. 반면 전세보증금이 2년 전보다 상승한 갱신계약은 5363건에 불과했다. 약 70%가 2년 전보다 전세보증금이 하락했고 30%만이 상승한 것이다. 이런 조사 결과를 보고도 과연 전세보증금이 상승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분명한 사실은 2년 전보다 전세보증금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별 전세 가격이 상승하고 있음에도 2년 전보다 전세보증금이 하락하는 이유는 당시 전세 가격이 높았기 때문이다. 2년 전 전세보증금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에 지금 월별 전세 가격이 올라도 당시와 비교하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역전세 역시 지속되고 있다. 역전세는 월별 전세 가격 변화가 아니라 2년 전 가격과 비교해 전세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아직도 역전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역전세 문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전세 가격이 상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역전세 현상이 발생하면서 정부는 전세금 반환대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전세금을 반환할 때 받는 대출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지 않고 DTI(총부채상환비율) 60%를 적용했다. 대출 규제 완화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새로 취급된 전세금 반환대출은 5.6조원에 이른다.

전세금을 올려만 받아오던 집주인들은 이제 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고 있는 상황이다. 높은 이자도 내야 한다. 투자 목적으로 집을 가지고 있는 집주인들에겐 고민이 시작됐다. 이자를 계속 내면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도대체 아파트를 언제까지 보유하고 있어야 할까. 팔아볼까. 평생 가지고 갈 수는 없잖아. 만약 집값이라도 떨어진다면?”

전세는 한국 부동산에 존재하는 특수한 임대차 계약 방식이다. 따라서 한국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전망하기 위해서는 전세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전세시장의 변화도 부동산 전체 시장을 전망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2년 전 전세시장을 현재와 비교하면 역전세 문제는 2024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역전세가 현실화되면서 갭투자를 통해 집을 보유하고 있는 임대인들이 주택 매도에 나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009년 부동산 시장과 유사한 흐름 주목

2023년 11월22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도 물량은 7만9000건으로 6개월 전과 비교해 25.5% 증가했다. 매도 물량 증가는 공급이 늘어난다는 의미로 집값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전세 가격 하락과 그에 따른 매도 물량 증가를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2023년이 한 달 남짓 남았다. 한국 부동산 시장만 보면 2023년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하락하던 집값이 다시 상승했다. 크게 감소했던 거래량이 회복세를 보였다. 부동산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변화가 빨랐으나 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과거 2009년과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인 부동산 시장이었다.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락했던 부동산 가격이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완화 정책으로 일시적인 상승세를 보인 기간이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집값은 2014년까지 다시 하락했다. 과거와 미래가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자산시장에서는 과거의 경험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9년 이후 한국 주택시장 변화를 보면 투자수요 감소와 공급, 특히 매도 물량 증가로 요약할 수 있다. 수요가 감소하고 공급이 증가하면서 집값은 하락했다. 2014년 이후, 즉 수요 감소와 공급 증가라는 시장 변화가 지나간 다음에 집값은 장기간 상승했다. 내 집을 마련하고 싶다면 2024년부터 다가올 과거와 유사한 변화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에겐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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