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간 김기현 “尹 자주 만나 프리토킹”…보란 듯 ‘작심발언’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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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지 출마 압박 속 의정보고회…“고향도, 지역구도 울산인데 잘못됐나”
金 “대통령과 하루 3~4번씩 전화, 밤늦은 시간이더라도 만나서 이야기”
원희룡 만난 인요한 “당과 국가 위해 애국자, 희생하는 사람 나올 것”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월25일 지역구인 울산시 남구에서 열린 의정활동 보고회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월25일 지역구인 울산시 남구에서 열린 의정활동 보고회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 혁신위원회의 '험지 출마' 압박에 응답을 보류한 채 지역구인 울산을 찾았다. 김 대표는 울산에서의 '김기현 역할론'을 강조하며 '윤심'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 대표의 기존 지역구 재출마 시사 행보에 국민의힘 지도부와 인요한 혁신위 간 대립각이 한층 더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대표는 25일 지역구인 울산 남구에서 세 차례 의정보고회를 열고 자신의 행보에 정치권 이목이 쏠린 점을 의식한 듯 "울산 내려간다고 했더니 화제가 되더라. 내 고향이 울산이고, 내 지역구가 울산인데 울산 오는 게 잘못됐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당 혁신위의 '험지 출마·중진 용퇴' 요구를 마주한 상황에서 보란 듯 울산을 찾은 김 대표의 행보가 사실상 혁신위 요구를 일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르자 이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김 대표는 여러 해석이 뒤따를 수 있는 시점에 의정보고회를 진행한 것과 관련해서는 "국민의 알권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정보고회를 한다고 하니 '왜 하냐'고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있어 황당하다"며 직접적으로 불쾌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큰 체육관에 오시라 초청하면 거기서 으쌰으쌰 할 때가 많았다"며 "4년 임기 마무리할 시점에 그렇게 할까 했는데, 그렇게 모아서 했다고 하면 세 과시했다 할까 봐 그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이 경남 함양체육관에서 지지모임을 열고 전세버스 92대에 4200여 명을 동원한 '세 과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영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1월20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영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1월20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기현 "尹과 3시간씩 얘기…대통령 중 가장 소통 잘돼"

김 대표는 울산 지하철과 제2명천교 건설 등 지역구 예산 확보 성과를 나열하는 동시에 '윤심'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저는 대통령과 자주 만난다"며 "어떤 때는 만나면 한 3시간씩도 얘기한다. 주제를 가지고 하는 게 아니고 그냥 '프리토킹'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때는 하루에 3번, 4번씩 전화도 한다"며 "밤늦은 시간이더라도 밤 9시, 10시라도 만나서 이야기 나눈다"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에 대해 "제가 겪은 대통령 중 가장 소통이 잘되고 소탈하고 직선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를 하시는 분"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내년 총선을 '김기현 체제'로 치르겠다는 의지를 시사함과 동시에 일각에서 거론되는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이날 혁신위의 '험지 출마' 요구를 불수용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도 쏟아냈다. 

그는 '변방에서 중심으로'라는 슬로건이 곧 오늘의 결론이라고 언급하며 "울산을 변방에서 중심으로 돌려놔야겠다는 생각을 21년째 했다. 고향을 위한 울산을 위해 열심히 입씨름하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의 응원과 지지를 거듭 호소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월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에 앞서 환담을 나눈 뒤 식사 장소로 이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월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에 앞서 환담을 나눈 뒤 식사 장소로 이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원희룡 만난 인요한 "시간 문제…희생하는 사람 나올 것"

인요한 혁신위가 내주 당 지도부와 중진 등에 '희생 권고안'을 공식 요구하기로 결정하면서 김 대표 등과의 파열음이 예상된다. 

인 위원장은 이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찬을 갖고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 의원들에 대한 '험지 출마'를 거듭 압박했다. 

인 위원장은 험지 출마 의사를 밝힌 원 장관을 향해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당과 국가를 위해서 애국자가 나오고 희생하는 사람 나올 것"이라며 "원 장관처럼 행동으로 옮기는 분이 많이 나오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울산에서 의정보고회를 개최한 것이 결국 기존 지역구 재출마 의지를 피력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인 위원장은 "내용을 잘 모르겠다"며 "만나서 대화할 때 진위를 알아보겠다. 공식적으로 제가 연락받거나 들은 적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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