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 옛 트위터)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반유대주의 음모론 지지 이후 수백억원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25일(현지 시각)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입수한 X 영업팀의 내부 문서를 인용해 이 플랫폼의 광고주 이탈에 따른 매출 손실이 최대 7500만 달러(약 9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에어비앤비와 아마존,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등 200여 기업·기관이 최근 X에 내는 광고를 끊었거나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X는 이와 관련한 성명을 통해 손실 위험에 처한 광고 수익이 1100만 달러(약 144억원) 정도이며, 해당 문서에 언급된 수치는 전체 위험을 평가하기 위한 내부 연습 차원에서 표현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머스크가 반유대주의 음모론을 지지하는 글을 직접 올린 데 이어 X에서 나치즘을 내세우는 콘텐츠 옆에 주요 기업 광고가 배치돼 있다는 한 미디어 감시단체의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광고주 이탈이 현실화되고 있다.
앞서 머스크가 지난해 10월 440억 달러(약 57조원)에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혐오 표현이 증가했다는 논란이 이어지면서 광고 수익이 작년보다 6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머스크는 지난 5월 경영에서 물러난 뒤 NBC유니버설의 광고책임자였던 린다 야카리노를 X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해 쇄신을 꾀한 바 있다. 이후 야카리노 CEO가 수완을 발휘하며 떠난 광고주들이 한때 복귀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유대인들이 백인 인구를 대체하기 위해 소수 민족의 이민을 지지하고 백인에 대한 증오를 부추긴다는 반대유주의 음모론에 머스크가 "실제 진실"이라고 동조하는 댓글을 달면서 최근 관련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 이에 유대계가 거세게 반발한 것은 물론, 백악관까지 나서 "용납할 수 없다"는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머스크는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지난 21일 인도주의를 내세우며 X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콘텐츠 수익 전액을 이스라엘의 병원들과 가자지구의 적십자·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에 기부하겠다고 밝혔지만 후폭풍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광고대행사 아웃캐스트의 디지털 마케팅 담당 부사장 리샤 앤더슨은 자사 고객인 광고주들이 X에 대한 지출을 중단하고 틱톡 등 다른 플랫폼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앤더슨 부사장은 "오늘날 브랜드는 다양한 광고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소셜 플랫폼의 관리자와 소유자는 개인적 신념이나 정치적 입장 등을 드러내는 데 있어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과거에도 극우주의 음모론에 동조하는 댓글을 달았다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그는 지난 6월 미국 정부가 우익 단체에 대한 인식을 나빠지게 할 목적으로 과격한 우익단체 시위를 꾸며내고 있다는 '거짓 깃발'(False flag) 음모론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댓글을 달았다. 이후 머스크는 해당 게시물에서 주동자로 지목된 20대 청년에게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 남편이 괴한의 습격을 당한 사건의 배경을 두고 음모론을 담은 우익 사이트를 링크하면서 "이 이야기에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있을 가능성이 조금은 있는 것 같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후 비판이 일자 머스크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한편, 최근 테슬라의 일부 주주는 잇따른 머스크의 문제 발언을 지적하며 그가 CEO직에서 물러나게 해달라고 이사회에 요청하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HSBC는 지난 9일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면서 "머스크는 테슬라의 자산이자 리스크"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