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신경전’에 ‘집안 싸움’까지…與 혁신위 운명은?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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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인요한 갈등 격화…30일 혁신안 송부 분수령
김경진-외부위원 갈등에 다시 ‘화약고’ 터질 우려도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극에 치달았던 내홍을 일시 봉합했다. 다만 이들의 내홍은 각종 변수에 따라 이번 주 내로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사퇴를 표명했던 외부 영입 위원들과 정치인 출신 위원들의 생각이 여전히 다른 가운데, 지도부가 ‘주류 총선 불출마·험지출마’ 희생 요구를 끝내 받지 않으면 내부 이견은 다시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여기에 외부 영입 위원들은 두문불출 중인 김경진 혁신위 대변인의 거취에도 주의를 집중시키고 있다. 앞서 이들은 김 대변인이 ‘혁신위는 시간 끌기’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사의를 밝히기도 했던 한 혁신위원은 “김 대변인이 오는 30일 혁신위 회의에서 공식사과를 할 계획이라고 전해 들었다”면서도 “어떤 형식이나 태도일지 두고 볼 것”이라는 입장이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연합뉴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연합뉴스

버티는 윤핵관…김경진 거취도 변수

혁신위는 앞서 ‘주류 희생’ 권고안을 정식 안건으로 의결해 지도부에 송부하는 시점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박소연·이젬마·임장미 혁신위원은 김경진 혁신위원의 “혁신위는 김기현 지도부 체제 유지를 위한 시간끌기용” 발언에 회의감을 느꼈다며 지난 23일 시사저널에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이튿날 인 위원장과의 회동에서 ‘희생 권고안 수용 강경대응’과 ‘김 대변인 사과·사퇴’를 촉구하며 사퇴 입장을 선회했다.

다만 실제로 혁신위가 희생 권고안에 대해 전방위 압박을 해도 주류층이 응답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인 위원장은 오는 30일 최고위원회의에 권고안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겠다며 최후통첩도 한 상태다. 다만 주류층은 3주간의 기 싸움 과정에서 ‘수용 거부’ 입장을 확실히 밝혀왔다. 김기현 대표는 본인 지역구인 울산을 찾아 재출마 의지를 표출했고, 주호영 의원과 장제원 의원도 “서울에 가지 않겠다”며 험지 출마 요구를 일축했다.

이처럼 주류층이 혁신위의 강경 요구에도 불구하고 강력 반발할 경우, 혁신위 내부에서도 대응 카드는 거의 전무하다. 일각에선 혁신위가 동력을 잃고 조기 해체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비윤(비윤석열)계 여권 관계자는 “지도부가 혁신위에 ‘전권’을 준다고 했던 것은 허상일 뿐”이라며 “특히 혁신위 내부도 정치인 출신들과 정치적 빚이 없는 외부 위원들이 주류 침묵에 대한 대응책을 놓고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봤다.

여기에 김경진 대변인의 향후 움직임에 따라서도 혁신위 내홍이 다시금 불거질 수 있다. 현재 김 대변인은 내홍 논란 이후 외부와의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다만 일부 혁신위원들에 따르면, 김 대변인은 오는 30일 회의에서 공식사과를 할 계획도 있다는 전언이다. 김 대변인은 지난 25일 일부 측근들에게도 “혁신위에 갈등이 있었지만 빠르고 조용히 끝내고 싶다”는 취지로 문자를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김 대변인이 남은 기간 동안 어떤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김 대변인이 혹여 공식사과를 한다 해도 혁신위원들이 온전히 수용할지도 예측 불가능하다. 사퇴 의사를 보였던 한 혁신위원은 시사저널에 “(김 대변인이) 사과를 하시는 시점도 너무 늦다”며 “혹여 희생 권고안 최후통첩 일자인 30일까지 ‘시간 끌기’ 의도가 있으신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계속 (김 대변인의 태도를) 두고봐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0월31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5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0월31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5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인요한 기강잡기 필요…용산 정치력도 한계”

여권에선 인 위원장도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야 할 시점이란 지적도 나온다. 혁신위 내부 문제로 동력을 잃지 않도록 어느 정도 기강은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계파색이 옅은 여권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물론 인 위원장도 정치인이 아니었던 만큼 지금처럼 이슈몰이를 해서 혁신의 주도권을 여당에 집중시킨 부분은 성공했다”면서도 “내홍 때문에 혁신위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도록, 격론 과정에선 본인의 소신을 밀어붙이는 등 결단력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결국 용산 대통령실의 정치력 한계가 그대로 노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에서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위원장의 갈등을 조율하지 못한 것은 물론,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의 움직임조차 끌어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여권 관계자는 “여권 내부에서 집안싸움 하는 모습이 외부로 계속 노출되고 있는데, 결국 당정일체를 표방했던 용산의 한계 영향도 보인다”며 “특히 개각과 대통령실 개편을 앞두고 긴장감이나 그립감도 약해진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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