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등판’ 술렁이는 의료계…‘총파업’ 물음표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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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집행부 퇴진 압박하는 의사단체 목소리 나오며 충돌
전공의·의대생 ‘신중모드’에 파업 동력 확보 차질 분석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11월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임원 연석회의에서 삭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11월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임원 연석회의에서 삭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추진에 전면전을 선포한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 동력 확보에 변수를 맞닥뜨렸다. 의료계 내부에서 현 의협 지도부에 대한 비토를 쏟아내며 '퇴진'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분출하면서다. 단일대오로 대정부 투쟁에 돌입하려 했던 의협은 정부 강경 대응과 정치권·여론 압박에 내부 반발까지 마주하며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의사 단체인 미래의료포럼은 27일 성명을 내고 이필수 의협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 총사퇴와 동시에 별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의협 집행부 퇴진을 압박한 포럼은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간판만 바꾼 비대위? "파국 책임 회피하려는 의도"

포럼 측은 윤석열 정부의 의사 수 확대 추진을 막지 못한 책임이 이 회장과 현 의협 지도부에 있다고 보고 있다. 사태 책임을 져야 할 지도부가 퇴진은 커녕 비대위 구성에 돌입하자 이를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이 회장은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임원 연석회의'에서 삭발을 감행하며 대정부 투쟁을 위해 현 의협 집행부 산하에 비대위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포럼 측은 비대위원장을 이 회장이 맡는 등 현 지도부 중심의 비대위 구성을 비판하며 "사실상 집행부가 이름만 바꿔 다는 것에 불과하다. 의대 정원 확대 사태를 파국적인 상황까지 이르게 한 책임을 져야 할 이 회장과 집행부가 이를 회피하려는 의도"라고 직격했다.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이 비대위 참여를 시사, 전면에 나서면서 오히려 의사들의 단일대오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포럼은 "최 전 회장이 참여하면 의료계 내부 동력은 와해하고 국민은 등 돌린다"면서 "최 전 회장을 비대위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만약 주요 직책 임명이 결정됐더라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하려면 (이필수) 회장을 비롯한 (현 의협) 집행부가 총사퇴하고 완전히 새롭고 독립적인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경 투쟁을 공언한 의협은 총파업 분수령을 맞은 시점에 동력 확보는 커녕 퇴진 압박에 부딪히며 곤혹스런 상황이 됐다. 의협은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의대 설립과 의사 수 증원에 반대해 총파업을 벌였던 것보다 더 센 투쟁을 경고했지만, 실제 실행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11월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임원 연석회의에서 이필수 협회장, 최대집 전 협회장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11월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임원 연석회의에서 이필수 협회장, 최대집 전 협회장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총파업 최대 동력인 전공의·의대생 '신중'

의료계 안팎에서는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와 의대생 참여가 총파업 최대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집단행동 때에도 전공의들의 집단휴진 참여와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거부가 파급력 확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같은 추진 동력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22일 의대 증원에 처음으로 공개 반대 입장을 냈지만, 단체 행동 돌입 여부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의대생과 의학전문대학원생 단체인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도 지난 25일 임시총회를 열고 대응안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행동지침은 결정하지 못한 채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의대생과 전공의 단체가 결론을 유보한 상황에서 정치권 및 여론은 의대 증원 확대에 우호적인 입장이어서 의협이 주도권을 점차 상실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사 단체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강력한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사진은 11월27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의과대학 ⓒ 연합뉴스
의사 단체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강력한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사진은 11월27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의과대학 ⓒ 연합뉴스

정부가 의협 뿐 아니라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와도 대화 창구를 마련하는 등 논의 기구를 다각화한 것도 의협 입지 축소에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의사 외에 병원계와 의학교육계, 의료계 원로 등 여러 창구를 통해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현 정원에서 2배 안팎의 증원을 요구하는 전국 대학 수요조사 결과와 긍정적인 여론 추이를 확인한 정부는 정책 추진에 충분한 명분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복지부는 의협이 총파업을 거론한 데 대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한 총파업 언급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확대는 의협뿐 아니라 필수의료 현장의 환자와 의료 소비자, 지역 주민 등 국민 모두의 생명·건강과 관련된 국가 정책"이라며 "국민 여론에 귀 기울이면서 의료단체와 계속 협의하고, 환자단체 등 의료 수요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필수의료 확충과 제도 개선을 착실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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