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경제 효과에 ‘막꺾마’…부산 엑스포가 ‘61조 잭팟’인 이유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8 12: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전·여수 엑스포와 체급 다른 ‘등록 엑스포’…세계 3대 국제행사
부산 엑스포 유치시 ‘메가 이벤트’ 모두 유치한 7번째 국가 등극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가 선정되는 ‘결전의 날’이 밝았다. 엑스포 개최지는 28일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회원국 대표의 익명 투표로 결정된다. 후보 도시인 부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순으로 진행되는 경쟁 프레젠테이션(PT)과 투표를 거쳐, 최종 결과는 한국 시각으로 29일 0시30분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유치전을 시작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오일머니’ 투입 계획을 앞세워 선방할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한국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언급한 ‘막꺾마(막판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로 마지막 총력전을 벌이며 역전승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개최지가 선정되는 ‘운명의 날’, 부산에서는 엑스포 유치 결과가 나오는 밤까지 대규모 시민 응원전이 진행될 예정이다.

2030 세계 박람회(엑스포) 개최국 선정을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를 하루 앞둔 지난 27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된 부산시 캐릭터 부기와 에펠탑 조형물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국 선정을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를 하루 앞둔 지난 27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 설치된 부산시 캐릭터 부기와 에펠탑 조형물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엑스포 참가국이 직접 전시관 건설

한국이 유독 부산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뭘까. 부산 유치를 목표로 하는 2030년 엑스포가 과거 대전 엑스포(1993년)나 여수 엑스포(2012년)와 차원이 다른 ‘잭팟’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등록 엑스포’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기술이나 산업적 성과를 전시해놓는 행사를 엑스포라고 일컫지만, 등록 엑스포는 전 세계적인 공식 인증을 받은 행사로 그 체급이 다르다.

BIE가 인정하는 공인 엑스포에는 등록 엑스포와 인정 엑스포가 있다. 두 박람회 모두 5년 주기로 열리지만, 그 규모와 운영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인정 엑스포는 정해진 주제로 제한된 전시 면적(25만㎡)에서 최대 3개월간 동안만 진행할 수 있다. 대전 엑스포는 ‘새로운 도약의 길’이라는 주제로 ‘과학’에, 여수 엑스포는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해양’에 방점을 찍은 엑스포를 진행했다.

등록 엑스포는 5년에 한 번 개최되고 최대 6개월간 진행된다. 인간과 관련된 모든 것을 광범위한 주제로 다룰 수 있다. 긴 행사 기간과 다양한 주제를 통해 막대한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또 개최국에서 모든 전시관을 마련해야 하는 인정 엑스포와 달리, 등록 엑스포에 참가한 나라들은 직접 전시관을 건설·철거하게 되어있어 개최국의 경제적 부담이 적다. 여수는 과거 등록 엑스포 개최를 도전했지만, 개최지 경쟁에서 중국 상하이에 밀린 뒤 한 단계 낮은 인정 엑스포를 유치한 바 있다.

27일 오전(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시내 한 지하철역 앞에서 부산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한복을 입고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시내 한 지하철역 앞에서 부산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한복을 입고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월드컵 4배 달하는 경제 효과 창출

특히 등록 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국제행사’로 불린다. 부산 엑스포를 유치할 경우, 한국은 처음으로 등록 엑스포를 유치하게 된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올림픽과 월드컵, 등록 엑스포를 모두 유치한 나라는 프랑스, 미국,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6개국뿐이다. 유치에 성공하면 한국은 세 가지 메가 이벤트를 모두 개최한 7번째 국가가 된다.

정부와 주요 기업들이 원팀을 구성해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총력전을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막판 외교전’에 참전했고, 부산시와 각 기업은 유럽 대표 명소에서 광고와 홍보 영상 등을 통해서도 홍보전에 나선 바 있다. 투표일까지 파리에 남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엑스포 유치를 위한 움직임을 ‘전투’에 비유하기도 했다.

상하이, 밀라노 등 지금까지 등록 엑스포를 유치한 도시들이 글로벌 상업도시의 입지를 갖추고 있는 만큼, 엑스포 유치가 부산의 인지도가 상승하는 동력으로도 작용하면서 부산 북항 일대의 인프라 개발 사업, 동북아 해양수도로서의 입지 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엑스포 유치시 총 사업비는 4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엑스포의 생산유발 효과는 43조원에 달하고 18조원의 부가가치까지 창출할 수 있다. 이는 평창 동계올림픽(2018년)의 2배 이상, 한‧일월드컵(2002년)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실제로 2010년 엑스포를 개최한 중국 상하이는 110조원의 경제 효과를 봤다. 2015년 이탈리아 밀라노 엑스포는 40조원 이상을 벌어들였고, 2021년에 개최된 2020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엑스포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40조원이 넘는 경제적 효과를 만들어냈다.

파리 시내의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 광고 ⓒ부산시 제공
파리 시내의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 광고 ⓒ부산시 제공

PT서 국제사회 지원·발전 경험 공유…2차 투표서 역전극 노려

한국은 28일 투표 직전 진행하는 PT에서 ‘부산 엑스포가 인류가 당면한 공동 과제를 함께 해결하는 연대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할 예정이다. 또 국제사회의 지원과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고, 산업과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중장기적으로 협력할 기회가 많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꾀하기로 했다.

이날 진행되는 1차 투표에서 한 나라가 3분의 2 이상을 득표할 경우 그대로 개최지로 결정되고, 그렇지 않으면 2개 국가가 2차 결선 투표로 진출한다. 정부는 PT 전 전략 노출을 우려해 연사를 비밀에 부쳤다. 지난 4차례 PT에서 여러 명의 인사들이 연단에 오른 만큼, 한 총리와 유치 교섭 활동을 함께 전개해 온 정부·재계 인사, 국제적 영향력이 있는 인사들이 함께 부산 엑스포 개최의 당위성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나승연 부산 엑스포 홍보대사도 연사로 거론되고 있다.

민·관이 모든 회원국을 접촉하면서 설득해온 만큼, 한국은 1차에서 이탈리아를 누르고 결선으로 진출해 2차 투표에서 이기는 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지난해 7월 출범한 엑스포 유치위원회가 이동한 거리는 지구 495바퀴에 해당하는 1989만1579㎞”라며 “우리는 승산이 없다던 1988 서울올림픽과 2002 한·일 월드컵을 ‘막판 뒤집기’로 유치한 저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