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강판’ 임박? 힘 받는 한동훈 ‘구원 등판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8 16: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막말 논란’에 내분 겹치며 혁신위 동력 ‘물음표’
한동훈, 김기현과 ‘공동 선대위원장설’ 급부상

여당 혁신을 자신했던 인요한호(號)가 출항 한 달 만에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인요한 위원장의 언행이 연이어 논란을 부르고 있는 가운데, 혁신위원들 간 갈등까지 불거지면서다. 이에 여권 내에서는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조기 해산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역할론이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다음 주 예고된 대통령실 개각·개편 이후 한 장관이 총선 출마를 선언, 김기현 대표와 함께 선대위를 ‘투 톱’으로 이끌 것이란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언급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연합뉴스

흔들리는 인요한…김은경 전철 밟을까

여야는 중요 선거를 앞두거나 당이 위기에 처할 때면 혁신위를 꾸렸다. 그러나 ‘승률’이 떨어진다. 진영을 막론하고 성공한 혁신위는 찾기 어렵다. 지난 6월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도 예고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좌초됐다. 정치권은 크게 3가지를 혁신위의 한계로 꼽는다. ▲전권을 행사할 수 없는 지도 체제 ▲혁신을 단행하기에 촉박한 시간 ▲정치 경험 부재에서 기반한 혁신위원들의 실책이다.

인요한 혁신위도 이 ‘실패 공식’을 피해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통합과 변화’를 내걸고 야심차게 닻을 올렸지만, 출범 한 달 만에 위기에 봉착했다. 혁신위가 내놓은 안들을 김기현 지도부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혁신위 내부에서 표출되면서다. 이에 일부 위원들이 시사저널에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다음 날 입장을 번복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23일 혁신위 회의에서 김경진 위원으로부터 “혁신위는 시간끌기용”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들었다며, 김 위원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사태를 봉합해야할 인요한 위원장은 설화에 휘말렸다. 인 위원장은 지난 26일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의 잘못이 큰 것 같다” 발언했다가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 “혁신위 활동을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는 반발을 샀다. 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지자 인 위원장은 사과를 표명한 뒤 29일까지 자숙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잇따른 논란에 여권 일각에선 혁신위의 혁신 동력이 상실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이날 방송된 시사저널TV 《시사톡톡》에 출연해 “당 위기를 극복하라고 만든 조직이 더 큰 위기 만들고 있다”며 “혁신위 내부에서도 인요한 위원장의 ‘그립감’이 떨어진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쯤되면 인 위원장이 결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1월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1월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플랜B는 한동훈? “비대위보단 선대위 유력”

일각의 우려에도 혁신위는 ‘조기 해산’은 없다는 입장이다. 혁신위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오는 30일 회의에서 친윤(친윤석열)계 핵심과 당 지도부, 중진 의원의 불출마와 험지 출마를 공식 안건으로 의결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김기현 지도부는 혁신위의 용퇴론과 관련해 보고를 받더라도 ‘의결’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혁신위가 내놓은 간판 안건이 사장된다면, 혁신위가 임기를 채우는 게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에 당에서는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동훈 역할론’이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대중 인지도를 갖춘 한 장관이 총선 출마를 선언한 뒤 당의 ‘새 리더’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친윤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한 장관의 구체적인 ‘등판 타임테이블’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다음 주 예고된 대통령실의 개각‧개편에 맞춰 한 장관이 ‘야인’으로 돌아간 뒤 출마 선언 시기를 타진할 것이란 관측이다. 동시에 인요한 혁신위는 조기 해산을 발표하고, 당이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킬 것이란 전망이 언급된다. 이후 한 장관이 전격적으로 총선 출마를 선언, 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시나리오다.

일각에선 ‘한동훈 비대위원회’ 체제도 언급되지만, 당 내부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는 당대표 혹은 최고위원 4명 이상 사퇴 시 비대위가 구성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친윤계로 구성된 김기현 지도부가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있지 않는 한 자진 사퇴할 가능성은 적다. 여기에 정치 경험이 전무한 한 장관이 단독으로 여당의 총선을 전면에서 지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한 장관이 김기현 대표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뒤 전국을 돌며 총선을 지휘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윤석열 정부와 여당 입장에선 내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모든 것이 올스톱된다”며 “그런 의미에서 대중적 인기가 있고, 윤석열 대통령과 깊은 교감을 주고받는 ‘윤심(尹心)’ 인사인 데다, 법무부 장관이라는 중책을 맞고 있는 3박자를 갖춘 한 장관이 선대위원장으로 적임자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