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치솟는 비트코인, 어디까지 갈까
  • 유길연 시사저널e. 기자 (gilyeonyoo@sisajournal-e.com)
  • 승인 2023.12.02 12:05
  • 호수 1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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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기대·반감기 효과
“5만 달러 간다” vs “현물 ETF 효과 미미할 것”

최근 비트코인 시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최근 3만7000달러(약 4771만원) 선을 회복했다. 지난해 5월 이후 약 1년7개월 만이다. 비트코인은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9월까지 3만 달러를 밑돌며 부진했다. 하지만 10월 중순부터 오름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11월25일 오전 3만8000달러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승인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미국 증권 당국이 현물 ETF를 승인하면 비트코인을 펀드화해 거래소에 상장하고 주식과 같은 조건으로 매매와 투자가 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미국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에 유입돼 비트코인 시세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시세가 최근 급등하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 모습 ⓒ
세계 최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시세가 최근 급등하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 모습 ⓒ연합뉴스

1년9개월 만에 3만7000달러 선 회복

현물 ETF 승인 기대감이 커진 이유는 미국 법원의 판결 때문이다. 미 자산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SEC는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에 그레이스케일은 SEC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지난 8월 법원은 그레이스케일의 손을 들어줬다. SEC가 2021년 비트코인 선물 ETF는 승인을 내줬는데도 현물 ETF는 불허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SEC는 11월14일(현지시간)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겠다고 결정했고 비트코인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업계는 내년 1분기에 현물 ETF가 승인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그레이스케일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 12곳의 운용사가 현물 ETF를 신청한 상황이다.

내년 4월 예정된 반감기도 시세 상승을 이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비트코인은 총 공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돼 있어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거친다. 통상적으로 반감기 때는 비트코인 공급 물량이 감소해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반감기는 4년마다 나타난다”면서 “앞서 세 번의 반감기인 2012년에는 8450%, 2016년에는 290%, 2020년에는 560% 각각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을 강화할 가능성이 줄어든 점도 비트코인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연준 내 매파 성향 인사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현재 통화정책이 경제 과열을 식히고 물가상승률을 2% 목표로 되돌리기에 적절하다는 확신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연준은 올해 들어 두 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기에 향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시장에선 내년에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는 등 은행권에 위기가 닥치자 시장 자금은 비트코인으로 쏠린 바 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을 제도권의 금융자산을 대체할 만한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도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 시장에 유입될 자금 규모는 더 커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뱅크런 우려가 발생하면 모두 비트코인을 먼저 떠올릴 것”이라며 “특히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돼 비트코인 투자가 기관투자가에게 현실적인 옵션이 된다면, 금융기관 불안정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기관투자가의 자금 유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비트코인이 향후 5만 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는 현물 ETF를 신청한 자산운용사들이 운용자산의 1%(약 1550억 달러)를 비트코인에 투자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여기에 실현 시가총액(Realized Capitalization)과 시가총액(Market Cap) 간 증가 비율을 활용해 신규 자금 유입에 따른 비트코인 가격 추이를 파악했다. 실현 시가총액이란 비트코인 구입 당시 가격의 총합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시가총액은 실현 시가총액에 비해 약 3배에서 6배가량 빠르게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비트코인은 5만 달러에서 7만 달러까지 상승한다고 전망했다.

 

“내년에 10만 달러까지 오를 수도”

가상자산 전문기업 트리니토(Trinito)의 허성필 인베스트먼트 헤드는 현물 ETF 승인으로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은 더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 펜션펀드, 연금자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10%가 자산 1%(4191억 달러)를 비트코인에 투자할 때를 가정했다. 여기에 가상자산 시장이 호황이었던 2021년에 나타났던 자금 유입에 따른 비트코인 가격 상승 효과를 산출해 적용했다. 이를 토대로 비트코인은 5만9000달러까지 오른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다국적 금융기관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내년에 비트코인이 10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효과가 기대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이들은 전망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비트코인 상승세가 과도했다”고 진단했다. SEC가 비트코인 ETF를 승인한다 하더라도 가상화폐 시장에 새로운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은 적다는 게 보고서 내용의 요지다. 보고서는 기존에 다른 국가들에서 출시됐던 비트코인 ETF 상품들이 기존 상품들 대비 높은 수익률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JP모건은 더 나아가 ETF 승인 직후 대규모 자금이 이탈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될 경우 단기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을 위해 매도할 것이며, 이에 따라 이자가 붙은 27억 달러의 투자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규모 자금이 유출되면 비트코인 가격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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