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독주 막을 ‘합병’ 카드 꺼낼까…티빙-웨이브 ‘맞손’ 의미는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11.3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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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떠오른 합병설 현실화 초읽기…통합시 전체 OTT 시장 2위 자리 예약
콘텐츠 총망라 기대…“합리적인 요금제‧연계 할인 등 중요한 변수”

토종 OTT 플랫폼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추진 중이다.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이 합병 기업의 1대 주주가 될 전망으로, 협상이 마무리되면 티빙-웨이브 통합 플랫폼은 토종 OTT 1위 자리에 올라서게 된다. 그동안 토종 OTT끼리의 합병이 넷플릭스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로 여겨져 온 만큼, 시장은 티빙과 웨이브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OTT 티빙이 31일 ‘광고 요금제 도입’을 발표했다. 오는 12월부터 신규 가입자 구독료를 인상하는 등 요금제도 전면 개편한다. ⓒ티빙 제공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티빙의 월 활성 이용자(MAU) 수는 510만 명이다. ⓒ티빙 제공

독주 막을 해답?…“다양한 관점에서 논의 중”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설이 처음 시장에 떠오른 것은 무려 3년 전이다. 2020년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는 국내 OTT의 승산을 ‘통합’에서 찾았고,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당시 부사장)는 한 행사장에서 “웨이브가 티빙과 합병하길 원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합작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었던 티빙이 선을 그으면서 이슈는 가라앉았지만, 두 OTT의 합병이 넷플릭스의 독주를 막을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은 꾸준히 나온 바 있다.

현 시점에서 양측은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인 것은 맞지만, MOU 체결과 합병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략적 제휴를 포함해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 중”이라며 합병의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티빙의 월 활성 이용자(MAU) 수는 510만 명, 웨이브의 MAU는 423만 명이다. 중복 이용자를 제외하면 1000만 명이 넘는 넷플릭스의 MAU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재 쿠팡 와우 멤버십을 기반으로 확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쿠팡플레이의 MAU(527만 명)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로, 충분히 성장 동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티빙과 웨이브의 사용 시간을 합산하면 넷플릭스 사용 시간의 88%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넷플릭스를 추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웨이브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 목록 ⓒ웨이브 홈페이지 캡처
웨이브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 목록 ⓒ웨이브 홈페이지 캡처

“구독자 늘고 제작 원가 절감…난관도 많다”

합병 과정에 대한 우려는 제기된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면 구독자가 늘어나고, 콘텐츠 제작 원가는 절감될 것”이라 진단하면서 “다만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고 짚었다.

먼저 웨이브가 2024년 기업공개를 목표로 조달한 투자금의 상환기한이 다가오고 있다. 이 연구원은 “웨이브의 재무적투자자인 미래에셋벤처투자의 PE본부와 사모펀드 운용사 SKS프라이빗에쿼티가 발행한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의 만기가 다가오는데, 누적된 적자로 해결 방법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CJ ENM도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이 필요해진다. 공정거래법 개정 전 설립된 티빙이 웨이브를 흡수합병할 경우, CJ ENM은 지분을 40% 이상 보유해야 한다. 합병으로 지분율이 희석되는 상황에서 의무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지분 매입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 상당한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에 대한 부담도 존재한다. 지난해 티빙과 시즌의 기업결합 심사 당시에는 양사 합산 점유율이 18%대에 불과해 문제가 없었지만, 티빙과 웨이브의 점유율을 합할 경우 약 32%에 달해 기업결합심사 통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티빙은 국내 케이블 드라마와 예능을 중심 콘텐츠로 삼고 있고, 파라마운트+관 등을 통해 해외 콘텐츠도 제공한다. ⓒ티빙 홈페이지 캡처
티빙은 국내 케이블 드라마와 예능을 중심 콘텐츠로 삼고 있고, 파라마운트+관 등을 통해 해외 콘텐츠도 제공한다. ⓒ티빙 홈페이지 캡처

콘텐츠 측면에서 확실한 장점…관건은 요금제

그럼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점쳐지는 것은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 측면에서 합병의 효과는 확실하다. 티빙은 국내 케이블 드라마와 예능을 중심 콘텐츠로 삼고 있고, 파라마운트+관 등을 통해 해외 콘텐츠도 제공한다. SKT와 지상파 3사가 합작해 만든 웨이브에는 지상파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를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비록 웨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선방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상파 콘텐츠를 다시 보는 수요는 분명히 있다. 두 플랫폼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웨이브의 단점은 tvN 예능과 드라마를 볼 수 없는 것이고, 티빙의 단점은 지상파 드라마를 볼 수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두 플랫폼의 존재 가치는 확실했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특히 국내 콘텐츠를 총망라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이 되는 것이기에, 두 OTT도 그 장점을 유지하려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 한 OTT를 구독하면 지상파와 케이블 콘텐츠를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이용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콘텐츠 제작 비용이 늘어나면서 적자 폭을 키우고 있는 양사가 함께 제작에 나서면 해당 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되고, 이는 효과적인 콘텐츠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

통합을 기대하는 이용자들은 “관건은 요금제”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합리적인 요금제를 설정한다면 기존 중복 이용자들과 새로 유입될 이용자들을 기반으로 넷플릭스에 대항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합병으로 인해 변경되는 서비스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티빙은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과 결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웨이브는 SKT 웨이브 요금제 등을 통해 사실상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토종 OTT 사업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국내 기업과의 연계 혜택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도 합병 후 가입자 변화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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