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집단강간 후 살해”…목격자들이 전한 참상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3.12.0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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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의료진 증언 1500여건 확보…여성 단체, 유엔 ‘늑장대응’ 비판
현장 훼손·피해자 사망에 수사 난관…하마스는 성범죄 부인
지난 달 29일(현지 시각) 하마스 공격 희생자들을 기리는 현장에서 이스라엘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달 29일(현지 시각) 하마스 공격 희생자들을 기리는 현장에서 이스라엘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10월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할 당시 심각한 수준의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목격자와 의료진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경찰은 현재까지 하마스의 성범죄에 관한 목격자와 의료진 증언 1500여건을 확보했다고 4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스라엘 측은 지난 10월 첫 기습 당시 하마스가 성폭력 등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해왔다. 하마스는 이에 대해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성범죄 등 잔혹 행위는 하마스 공격 이후 침입한 다른 무장 세력이 저지른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측은 의료진과 목격자의 증언, 시신 사진과 부검 내용 등 2차 증거들을 계속 공개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여성 인권 운동가이자 변호사인 루스 할페린-카다리 교수는 영국 BBC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풀숲에 숨어 여러 명의 남성이 한 여성을 강간하는 것을 지켜 본 목격자의 증언을 포함해 다수의 직접적인 목격자 진술을 접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네 명의 남성에게 강간당한 뒤 과다 출혈을 겪은 여성 피해자를 치료한 의료진과도 직접 대화했다면서 “많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으로 훼손된 상태의 시신들의 사진과 영상을 봤다. 이는 이 여성들이 살해당하기 전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에 의심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성범죄가 다양한 지역에서 하루 사이에 집중적으로 자행됐다는 것은 “하마스가 성폭행을 전쟁 무기로 쓰려고 계획했다는 사실을 의심할 수 없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본격적으로 하마스 성범죄 수사에 착수한 이스라엘 경찰도 남성과 여성 수십명이 하마스 대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전했다.

메니 비냐민 이스라엘 경찰 국제범죄수사국장은 NYT와 인터뷰를 하면서 그의 수사팀이 생존자와 목격자, 군인, 응급 의료 대원 등의 증언을 수집했다며 “당시 현장을 담은 사진과 영상 증거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비냐민 국장은 “우리가 지금껏 본 것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의 성범죄와 폭력적인 강간 범죄들이 남성과 여성 모두를 대상으로 수십차례 벌어졌다”고 전했다.

다만 성범죄 피해 당사자 증언의 확보 여부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았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스라엘군과 하마스의 교전으로 범죄 추정 현장이 훼손되고 대부분의 성폭행 피해자들이 죽임을 당해 직접적인 성범죄 증거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비냐민 국장은 부검과 법의학적 증거, 생포한 하마스 대원의 증언 등을 토대로 성범죄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장은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7일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 근교에서 열린 음악축제 학살 당시 생존한 목격자 요니 사돈(남·39)은 최근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여성이 8~10명의 하마스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집단 구타와 성폭행을 당한 후 총살됐다”고 증언했다.

사돈은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은 한 여성을 벌거벗기고 성폭행을 시도하려 했으나 그녀가 저항하자 삽으로 그녀를 참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 앞에서 또 다른 여성이 머리에 총살을 당해 쓰러졌다. 나는 그녀의 시신을 끌어당겨 몸을 가리고 죽은 척했다”며 “아직도 그녀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매일 밤 일어나 잠에서 깨 그녀에게 사과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남부 크파 아자에서 2023년 10월10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사망한 주민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 AFP=연합
이스라엘 남부 크파 아자에서 10월10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사망한 주민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 AFP=연합

이스라엘 여성 인권 운동가들은 이러한 하마스의 성범죄 의혹에 국제 사회의 대응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엔여성기구는 하마스 공격 두 달 뒤인 지난 1일에야 하마스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10월7일 발생한 모든 종류의 성폭력이 조사되고 처벌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여성기구가 성명을 발표하기 하루 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하마스의 성범죄 조사의 필요성을 시인하는 글을 올렸다.

할페린-카다리 교수는 이 같은 유엔의 대응에 “너무 오래 걸렸다”며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유엔의 누구도 ‘성폭력’이라는 단어를 드러내놓고 사용하지 않았다. 이들이 그렇게 하기까지는 7주가 넘게 걸렸다”고 비판했다.

이날 미국 뉴욕 유엔 본부 앞에서는 이스라엘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에 대한 유엔의 미흡한 대응을 비판하는 집회가 열렸다.

유엔 조사위원회는 현재 하마스의 성범죄를 비롯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서 일어난 전쟁범죄를 조사하고 있다.

나비 필레이 조사위원장은 이날 BBC에 유엔이 하마스의 성범죄 의혹을 인정하는 것을 지연시켰다는 것을 부인하며 관련 조사에 ‘가능한 모든 노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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