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우려했는데 미풍…공매도 금지 한 달, 복기해보니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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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이탈’ 걱정했는데 반도체株 쓸어 담은 외인
제도 개선 논의는 지지부진…개미 반발은 여전
정부가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는 조치를 최근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사진은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공매도 상황을 점검하는 모습 ⓒ연합뉴스<br>
정부가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는 조치를 최근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사진은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공매도 상황을 점검하는 모습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한 지 꼭 한 달이 지났다. 외인의 대규모 자금 이탈 가능성이 부각됐지만, 한 달이 지난 현재 시장 반응은 “예상보다 충격파가 크지 않다”는 데 쏠린다. 당국은 공매도 제도 개선 필요성을 부각하며 내년 6월까지 예정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가 금지된 지난달 6일부터 전날 종가까지 코스피 지수는 5.32%, 코스닥 지수는 4.01% 올랐다. 금지 조치 직후에는 공매도 잔고 비율이 높았던 2차전지 종목을 중심으로 큰 폭의 변동률을 보였지만, 이내 안정세를 되찾고 강세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세도 잠잠하다. 외국인은 지난 한 달 동안 코스피에서 2조9152억원, 코스닥에서 1조1313억원을 순매수했다. 당초 공매도를 헤지(위험 분산) 수단으로 활용했던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이탈할 것이란 우려가 컸지만, 예상 밖 매도세를 보인 것이다.

일등공신은 반도체였다. 외국인은 지난 한 달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만 2조3000억원 넘게 쓸어 담았다. 금리 인상 등 대외 악재가 완화한 흐름 속에서 올해 4분기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조치 직후에는 증시의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였으나,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공매도 금지 조치가 증시의 하방을 지지해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공매도가 금지된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촉구하는 공매도 상환기간 90~120일 통일, 무차입공매도 적발시스템 가동, 시장조성자 퇴출 등의 내용이 적힌 손팻말이 놓여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공매도가 금지 조치가 시행된 11월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촉구하는 공매도 상환기간 90~120일 통일, 무차입공매도 적발시스템 가동, 시장조성자 퇴출 등의 내용이 적힌 손팻말이 놓여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는다’는 당국…개미는 “부족하다”

금융당국은 내년 6월까지인 공매도 금지 조치 시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16일 공매도 제도개선 방향 민당정 협의회에서 “제도 개선 사항이 충분하지 않으면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국이 추진하는 공매도 제도 개선의 골자는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다. 앞선 민당정 협의회를 통해 나온 공매도 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개인과 기관 투자자의 공매도 상환기관과 담보비율을 똑같이 적용해 기존에 제기된 차별 논란을 잠재우려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중도 상환 요구가 있는 기관의 대차 거래 상환기간을 개인의 대주 서비스와 동일하게 90일로 하되,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개인의 대주담보비율(현행 120%)을 기관과 외국인의 대차와 동일하게 105%로 낮추는 방안 등이 담겼다.

그러나 공매도 제도 개선이 연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제도 개선이 이뤄지려면 국회 차원에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아직 관련 법안이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도 공매도 제도 개선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순서에 밀려 논의대에 오르지 못했다.

여기에 공매도 제도 개선 정부안과 관련해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여전한 터라, 사회적 합의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4일 열린 공매도 제도 개선 관련 의견을 취합하기 위해 증권 유관기관이 마련한 토론회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진 바 있다. 당시 개인 투자자 대표로서 토론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토론 주제에 개인 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반발하며 당일 불참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과 시장조성자(유동성 공급자) 등 공매도 예외 규정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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