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만공사, BIPC 내용 종합…“전략수립에 활용”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진 해운 호황 당시 선사들의 과도한 선박발주가 경영악화 요인이 될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부산항만공사(BPA)가 지난 달 28일부터 이틀간 열린 제11회 부산국제항만컨퍼런스(BIPC)에서 논의된 해운시장의 주요 전망들을 종합한 결과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 BIPC 첫 번째 세션 글로벌 해운시황에서 ‘컨테이너 해운시장 : 2024~2030년 주요한 변화는?’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라스 얀센(Lars Jensen) 베스푸치 마리타임 대표는 2024년 이후 해운시장 전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팬데믹 이후 선사들이 해운호황을 겪을 때 과도한 선박발주로 인한 공급과잉을 전망했다. 선박을 구하지 못해 물류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던 당시 상황과는 정반대일 것이란 예측이다. 2024년 이후 선박들이 차례로 시장에 공급되는데, 이로 인해 수요를 크게 초과하는 공급이 선사의 운임협상력을 약화시킨다는 설명이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유휴선박이 발생해 경영악화의 요인이 된다는 주장도 했다.
라스 얀센 대표는 호황과 불황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해운시장에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해운불황이 9년여간 지속된 점을 언급했다. 6년간 지속되던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던 2014년쯤 선사들 간에 2만 TEU급의 초대형선박을 발주하며 다시 공급과잉을 유발했던 사례를 들었다.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더 탄력적인 공급노력과 대응으로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니어쇼어링(Near-shoring)’에 관해 시장의 의견에 대립하는 이례적인 의견도 주목을 받았다. 니어쇼어링이란 근거리 또는 인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을 말한다. 라스 얀센 대표는 “최근 몇 년 간 미중 무역 갈등, 글로벌 공급망 혼란 등을 겪으면서 생산기지가 중국을 벗어나 동남아, 남미 등으로 이전하는 니어쇼어링이 늘어나고 있으나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그는 수출입 화물 가치(금액) 대비 컨테이너 해상 수송 비용은 아주 미미하다고 했다. 또 글로벌 기업들은 여전히 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 등 기존의 생산기지에서 생산을 하고 있고 미래에도 그럴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니어쇼어링의 경우 기존에 비해 해상운송 거리가 단축돼 더 친환경적일 것이라는 통념이 있으나, 반드시 사실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역내 단거리 운송은 중소형 선박을 이용하기 때문에 ‘규모의 비경제(dis-economies of scale)’가 발생해 단위 화물당 배출가스량은 더 많을 수 있다고도 봤다.
실제 최근 덴마크 해운조사분석 기관인 씨인텔리전스(Sea-Intelligence)에 따르면, 컨테이너 화물 1TEU 당 평균 해상 운송 거리가 과거 5개년 간 계속 증가했다. 니어쇼어링이 늘고 있다는 주장에 반하는 데이터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BPA는 BIPC에서 논의된 다양한 제안과 전망들을 향후 부산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마케팅 전략수립 등을 위해 활용할 계획이다.
강준석 BPA 사장은 “해운시장의 변화, 항만의 디지털 전환, 친환경 규제 강화 등 현재 급변하는 대외환경은 부산항에 있어 위기이자 기회”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