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마음대로”…이낙연 출당 청원 삭제 ‘고무줄 잣대’ 논란
  • 박성의·변문우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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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내규에 의한 것…당의 통합 저해하는 불만글은 삭제”
野일각 “총선 전 ‘가결파 출당 청원’에는 침묵하더니” 반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장인상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장인상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출당을 촉구하는 당원들의 청원을 삭제 조치했다. 총선을 앞두고 당의 분열을 우려한 이 대표 메시지에 힘을 싣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 지도부의 이번 조치를 두고 청원에 호응하던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뿐 아니라 비이재명(비명)계 모두 반발하는 양상이다. 삭제 기준이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에서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3일 등록된 이낙연 전 대표의 출당 청원이 삭제됐다. 해당 청원은 전날 오후 5시 기준 당원 2만442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당원의 77.7%가 뽑은 이 대표를 (통해) 민주당 당원은 총선을 치르길 원한다”며 “힘을 모아 통합해야 할 때 또다시 분란을 일으키는 이 전 대표를 당원으로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취지를 밝혔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는 권리당원 2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을 지도부에 보고하고,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지도부가 공식 답변을 내놓는 형태로 운영된다. 동의 추이대로라면 5만 명 돌파도 가능했지만, 당 지도부의 선택은 ‘청원 삭제’였다. 당의 화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 대표의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대의 의견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반론을 자유롭게 말하며 민주적 토론을 만들어 가는 것이 민주당다운 모습”이라고 적었다.

당의 이 같은 조처를 두고 ‘개딸’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이재명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과 당원 게시판 ‘블루웨이브’ 등 일부 커뮤니티에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출당 청원 삭제 조치를 규탄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지지자들은 “청원을 삭제하는 것이 말이 되나. 당원들의 목소리를 묵살하는 셈”, “청원 삭제를 주동한 자를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의 이 같은 조처에 일부 현역 의원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과거 이 대표 체포동의안 정국 당시 ‘가결파’로 지목된 의원들을 겨냥한 출당 청원이 제기됐을 당시를 상기하면, 당 지도부의 입장과 태도가 달라졌다는 의심에서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실 한 관계자는 “가결파 (출당 관련)글들은 아직도 삭제 조치 없이 그대로 남아있다”며 “당시 청원인들이 ‘당을 팔아먹었다’ 등의 모욕 언행을 했는데, 이건 당규에도 나오는 징계사유 아닌가. 그럼에도 글 삭제는커녕 징계 조치도 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원 삭제가 총선처럼 특정 ‘타이밍’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장인 강준현 의원은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이번 청원 삭제 조치가 ‘내규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내규에 비방의 글이나 욕설이나 청원 아닌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는 삭제할 수 있도록 돼있다”며 “이 사안(이 전 대표 출당)도 청원 제기자가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그래서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려서 삭제 조치한 것으로, 글이 일요일에 갑자기 올라와서 삭제 조치가 조금 늦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가결파 출당 청원 당시와 비교하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는 “형평성 문제를 따지기 시작하면 그런 말도 나올 수 있겠다”면서도 “이낙연 전 대표는 총리까지 지내셨던 분이고 당 대표님이셨다. 당의 통합에 불만을 표시하는 글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서 이번에 내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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