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4억 대 147억...尹 정부, 엑스포에 文 정부의 3배 쓰고참패했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8 13:05
  • 호수 1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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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엑스포 유치 관련 사업에 실투입된 ‘윤석열의 434억’과 ‘문재인의 147억’ 전격 분석
에델만·대홍기획·HS애드 등 대기업 PR 업체 총동원하고도 실패…“정부에 끌려다닌 것”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의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관련 예산을 어디에 썼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권에서는 국정감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시사저널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공공이 발주한 사업을 전수 분석한 결과, 윤석열 정부 시기에 문재인 정부보다 3배 많은 400억원대 예산이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핵심 예산은 성과가 입증된 대기업이나 글로벌 PR 업체에 지급됐다. 업체 실력 부족을 패인으로 보기 힘든 배경이다. 결국 비판의 화살은 현 정부의 능력 부재에 꽂히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엑스포를 위해 편성한 예산은 지난해 2516억원, 올해 3228억원으로 총 5744억원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와 엑스포 유치를 처음 공식화한 박근혜 정부가 책정한 예산까지 포함하면 금액은 더 늘어난다. 여기에 부산시 자체 예산까지 고려하면 최소 6000억~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이시레 물리노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리셉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산 말고 진짜 쓴 돈은 10년간 582억원

물론 이 예산이 실제 쓰인 액수와 일치하는 건 아니다. 유치 사업 일부를 민자사업으로 넘기거나 사업이 불필요해지면 관련 예산을 불용 처리하기 때문이다. 또 예산이 투입된 사업 중에는 해외 협력이나 부산의 관광 기반시설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구축 등 외교·인프라 사업도 포함돼 있다. 이는 엑스포 유치 여부와 별개의 투자비용으로 볼 수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현 정부의 엑스포 유치 예산 5744억원과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부산이 받은 29표를 비교해 “1표에 198억원을 쓴 것”(11월29일 페이스북)이라고 비꼬았다. 하지만 예산 집행 과정과 용처를 고려하면 그렇게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오롯이 엑스포 홍보에 들어간 매몰비용, 즉 “유치 실패로 낭비됐다”고 비판받는 ‘혈세’는 얼마일까. 본지는 조달청 국가종합조달전산망 ‘나라장터’를 통해 엑스포 유치가 추진된 2014년 박근혜 정부부터 올해까지 10년 동안 추진된 엑스포 유치 관련 사업 27건을 분석했다. 해당 건수는 한국거래소 등 세금이 투입되지 않는 민간기관이 공고한 사업과 중복 사업을 제외한 수치다.

사업 27건은 유형은 다르지만 모두 홍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편성된 예산은 총 617억4300만원이다. 이 중 낙찰업체가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써낸 낙찰금액을 모두 모아보니 582억9300만원으로 산출됐다. 예산의 94.4%다. 이는 공공이 사업 집행을 위해 민간에 지급했거나 지급 예정인 액수의 총액으로 볼 수 있다. 예산과 낙찰가를 정권별로 나눠보면 △윤석열 정부 예산 452억8900만원·낙찰가 434억5900만원 △문재인 정부 163억원·147억원 △박근혜 정부 1억5300만원·1억3300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11월28일(현지시각) 파리에서 열린 제173회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한국이 선보인 최종 PT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최대 금액 쓴 최종 PT가 《강남스타일》

낙찰가를 기준으로 하면 윤석열 정부 시기에 문재인 정부보다 3배 많은 돈이 지출됐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때는 엑스포 유치위원회가 민간 재단법인과 정부 기구로 이원화돼 있었다. 민간 재단법인이 발주한 사업의 총 낙찰가는 66억원. 이에 반해 중앙정부(산업통상자원부) 발주 사업의 낙찰가는 5억원에 불과하다. ‘돈=관심’이라고 가정하면 “지난 정부의 무관심 때문에 실패했다”는 여권의 주장은 일리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반대로 “지난 정부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도 실패했다”는 비판도 엄연한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올 3월 산업부 직속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단이 공고한 ‘부산세계박람회 23년도 유치활동 종합용역(2단계)’은 단일 사업 중 자금 규모가 가장 크다. 정부는 이 사업에 151억원의 예산을 책정했고, 입찰가 147억원을 써낸 외국계 기업 에델만코리아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관련법상 보안의 필요성이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에델만코리아는 지난해 9월에도 80억원 규모의 종합용역 1단계 사업에 경쟁 입찰한 바 있다. 당시 에델만코리아는 현대차 계열사 이노션을 제치고 입찰가 77억원에 낙찰자로 선정됐다.

2단계 종합용역 사업의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에델만코리아는 올 12월31일까지 엑스포 유치활동 총괄기획 및 운영, 의전 지원, 대외 교섭, 현지 실사 등을 수행하기로 돼있었다. 특히 이 중에서 정부가 가장 공들인 과업은 ‘BIE 총회 대응(4·5차 경쟁PT, 리셉션)’이었다. 해당 과업에 들어간 돈은 총 낙찰가 147억원의 36.4%인 약 53억원이다. 여기서 언급된 ‘5차 PT’에서 바로 이번에 논란이 된 홍보 영상이 나왔다.

11월28일 제173차 BIE(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서 진행된 5차 PT는 엑스포 유치를 호소하는 마지막 자리였다. 그런데 여기서 공개된 30초짜리 PT 영상에 정작 부산의 모습은 9초밖에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부산과 무관한 연예인과 《강남스타일》 노래만 나와 조롱에 휩싸였다.

에델만코리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PR 기업인 미국 에델만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에델만은 지난해 수수료만 10억7900만 달러(약 1조4000억원)를 벌어들여 글로벌 PR 기업 중 유일하게 10억 달러를 넘겼다. 또 2016년 리우올림픽, 2022년 G20 발리 정상회담 등 굵직한 국제행사의 PR을 수차례 맡아왔다. 그만큼 실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은 편이다.

에델만코리아 측에 5차 PT 영상의 외주 제작 여부와 정부의 개입 여부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12월8일 오전까지 답이 없었다. 다만 대기업 홍보임원을 지낸 한 PR 전문가는 발주사인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5차 PT 영상은 한마디로 엉망”이라며 “이렇게 중요한 영상이 정부의 컨펌(확인) 없이 국제무대에 공개된다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이 전폭 지원했지만…“정보 실패”

2단계 종합용역 다음으로 많은 예산이 배정된 사업도 윤석열 정부에서 진행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0월 공고한 ‘부산세계박람회 2023년 종합홍보용역’과 올 6월 공고한 ‘부산세계박람회 해외 유치홍보활동 종합용역’이다. 모두 에델만코리아가 담당하지 않는 국내외 매체 홍보와 대국민 홍보 등을 위해 기획됐다. 예산액은 각각 100억원과 80억원이다. 낙찰은 96억원, 76억원에 이뤄졌고 둘 다 롯데 계열사인 대홍기획이 맡았다.

대홍기획이 홍보활동을 소홀히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회사가 속한 롯데그룹이 엑스포 유치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건 기정사실이기 때문이다. 롯데는 전사 차원의 TF를 구성해 엑스포 유치를 지원했다. 신동빈 회장은 작년 6월부터 아일랜드, 스위스, 베트남 등을 방문해 지지를 요청했다. 롯데가 엑스포 유치에 공을 들인 것은 정신적 고향이 부산인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홍기획에 사업을 발주한 언론진흥재단 담당자는 “아쉬운 결과지만 홍보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대홍기획에 이어 큰 사업을 맡은 곳은 LG 계열사인 HS애드다. 이곳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2년 1월 사업을 수주했지만 사업이 실제 진행된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다. HS애드는 에델만코리아가 담당한 BIE 총회 4·5차 PT에 앞서 2·3차 PT를 기획했다. 2차 PT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 달 후인 2022년 6월, 3차 PT는 그해 12월 열렸다. HS애드 모기업인 LG도 엑스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진다. LG는 지난 9월부터 11월말까지 파리, 런던, 브뤼셀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유치 지원활동을 펼쳤다.

일각에서는 수주 기업과 대통령실의 관계에 대해 의혹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수주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윤 대통령은 11월29일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며 이례적으로 사과했다. 여권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다음 날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정보 실패”라고 지적했다. 재계 출신 한 법조인은 “PR을 맡아 각국 주요 인사를 접촉한 대기업이 정보력이 없어 엑스포 유치에 올인했겠나”라고 반문하며 “정부가 드라이브를 거니 마지못해 끌려다닌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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