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한국 아닌 미국行? “몬테네그로 법무, 美 대사에 의사 밝혀”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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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 송환 놓고 미국 측과 교감한 듯
美서 기소되면 최소 100년 이상 선고 가능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지난 6월16일(현지 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 제공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지난 6월16일(현지 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 제공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일으킨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으로 송환될 것이란 외신 보도가 나왔다.

7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몬테네그로 법무부가 권 대표를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보내 범죄 혐의를 다루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장관이 주디 라이징 라인케 몬테네그로 주재 미국대사와의 지난달 만남을 포함한 인사들과의 비공개 논의에서 권 대표를 미국으로 보낼 계획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는 지난해 4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 해외로 몸을 숨겨 도피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지난 3월 몬테네그로 공항에서 가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한 채로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현재 권 대표는 공문서 위조 혐의로 몬테네그로 현지에 수감된 상태다. 지난달 17일엔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 대표에 대해 징역 4개월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권 대표는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보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건을 심리한 몬테네그로 법원은 권 대표의 인도를 승인했다. 다만 송환 결정은 권씨가 공문서 위조 혐의로 몬테네그로 현지에서 선고 받은 징역 4개월의 형량을 다 채운 뒤에 내려지도록 했다. 하지만 한국이나 미국, 어느 쪽으로 송환할지에 대해서는 밀로비치 장관의 몫으로 맡겼다.

권 대표 송환에 대해 밀로비치 장관은 비공개 논의 사항에 대한 언급을 피한 채 성명을 통해 “대중에게 적시에 결정을 알릴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에 밀로비치 장관은 최종적인 법원 판결이 내려진 이후 송환 국가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과 미국은 몬테네그로 사법당국에 권 대표를 자국으로 송환해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국과 몬테네그로는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한 상태이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론 권 대표의 미국행에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현재 우리나라 검찰은 권 대표에 대해 증권사기·배임 등 5개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권 대표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단성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은 지난 5월 WSJ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조사하는 것이 투자자들을 위해 정의를 구현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권 대표가 한국에서 기소돼 유죄를 인정받으면 한국 금융 범죄 역사상 최장기 징역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송환을 주장 1조원대 펀드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징역 40년을 선고받은 만큼 권 대표 형량은 최소 40년이 넘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형량을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사법당국은 권 대표에 금융사기·시세조작 등 8개의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100년 이상 선고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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