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명이 고통받는 질환 ‘무릎관절증’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6 16:05
  • 호수 1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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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오르내릴 때 시큰거리면 병원 찾아야…경사지 오르거나 쪼그려 앉지 말아야 

국내 무릎관절증 환자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무릎관절증 환자는 2022년 기준 306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약 16만 명 늘어났다. 이 가운데 여자가 약 200만 명을 차지한다. 연령별로는 60대가 약 35%로 가장 많고, 이어 70대(약 27%), 50대(약 17%) 순이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입원한 65세 이상 노인에게 가장 많았던 질병은 백내장, 치매, 폐렴에 이어 무릎관절증이 4번째다.

이에 따라 무릎관절증 환자의 건강보험 진료비는 1조8898억원으로 2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박상훈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근력이 약해 쉽게 유발된다. 그리고 50대 이후 호르몬 변화로 인한 영향도 크게 작용한다. 남성은 70대 이후에 골다공증이 발생한다면 여성은 50대 이후에 발생하므로 이런 영향도 크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유전적인 내반변형 즉 O자형 다리를 들 수 있는데, 이런 내반변형 또한 여성에게서 좀 더 많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사저널 임준선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은 무릎관절증

무릎관절증이란 무릎에 염증을 발생시키는 모든 질환을 말한다. 대표적인 무릎관절증은 퇴행성 관절염이다. 퇴행성 관절염 증상은 갑자기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서서히 나타난다. 초기에는 관절염이 발생한 부위에 국소적인 통증이 생기고 무릎이 붓거나 운동 범위가 작아진다. 기압 차이로 인해 춥거나 비가 오면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심하면 통증이 악화하고 다리가 휘거나 걷는 데 지장을 받는다.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나이, 성별, 유전적 요소, 비만, 외상 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화로 인한 신체적 변화가 관절염의 발생 위험을 높이기는 하지만 노화 자체가 원인은 아니다. 비만 혹은 심한 운동으로 관절에 무리를 주면 젊은 나이에도 무릎관절증이 찾아올 수 있다.

관절뼈와 뼈 사이에 있는 연골(물렁뼈)에는 통증 세포가 없어 다 닳아 뼈끼리 부딪칠 때까지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연골 손상을 방치하다가 관절염 말기로 진행한 후에 발견하기 쉽다. 무릎 통증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가 되면 생각보다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양익환 세란병원 정형외과 부장은 “쌓인 농사일이나 집안일 때문에 통증이 생겨도 참고 견디다 수술이 불가피할 정도로 악화된 상태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흔하다. 지속적으로 무릎 통증이 느껴지는 65세 이상 고령층이라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진단은 엑스선 촬영으로 가능하다. 연골, 연골판, 인대, 연부조직 등의 손상을 초기에 확인하기에는 MRI(자기공명영상)도 유용하다. 관절염이 많이 진행되지 않아 연골의 손상이 가벼운 상태라면 계단을 오르내릴 때 시큰거리는 정도의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이때는 대증요법, 물리치료, 약물치료로 해결된다. 대증요법은 관절을 편하게 해주면서 적당한 운동을 병행하는 방법이다. 물리치료에는 온열치료와 한랭치료가 있다. 온열치료는 찜질, 적외선, 초음파 등을 사용하며 한랭치료는 얼음이나 냉습포 등을 이용해 관절의 염증을 감소시킨다. 약물치료는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지만 개인이나 증상에 따라 약물을 조절해야 하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담한 후 진행해야 한다.

특히 퇴행성 관절염 초기(1~2기)에는 체중 줄이기와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을 통한 근력 강화가 필수다. 통증이 동반되면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 보존치료가 동원된다. 이런 보존치료는 퇴행성 관절염이 3~4기이거나 나이가 많을수록(65세 이상) 효과가 떨어진다. 연골이 닳아 뼈가 서로 닿기 시작한 수준이라면 부종과 함께 심한 통증이 동반된다. 앉았다 일어날 때 어려움을 겪게 되고 점차 다리가 O자형으로 굽는다. 이 시기부터는 약물치료와 주사치료만으로 근본적인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한번 닳아진 연골은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수술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손상된 관절면을 다듬어 환자의 무릎뼈 크기에 맞는 인공관절을 씌우는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이 일반적이다. 

ⓒfreepik

인공관절 수술은 최후의 치료 수단

퇴행성 관절염이 65세 이전에 4기인 경우, 65세 이상에서 3~4기인 경우는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65세 이상에서 3~4기인 경우라도 보존치료로 통증이 조절되고 일상생활에 큰 무리가 없다면 인공관절 수술을 보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공관절 수술은 걷기 힘들고 통증이 너무 심해 일상생활에 큰 장애를 초래할 때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치료법이다. 최근에는 골수줄기세포 치료법도 일부 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 평가위원회는 7월 해당 치료가 무릎관절염의 통증을 완화하고 기능 개선에서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대부분 관절염이 갑자기 생겼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수십 년간 살아온 자신의 습관과 행동의 결과물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관절에 퇴행성 변화가 생기면 치료해도 그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따라서 무릎관절증에 대해 의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소염진통제 처방과 주사치료 정도이고, 상당 부분은 환자의 노력에 따라 개선되거나 악화한다. 결국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이 무릎관절증의 치료이자 예방이다. 특히 쪼그려 앉거나 양반다리로 앉거나 경사지를 오르내리는 습관은 무릎에 부담을 주는 행동이므로 삼가야 한다. 또 비만도 무릎에 하중을 가하므로 정상 체중을 유지할 필요도 있다.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필요한 것이 운동이다. 정호원 연세건우병원장(정형외과전문의)은 “관절염 환자는 본능적으로 관절을 사용하는 운동을 피한다. 가뜩이나 무릎에 통증이 있는 데다 연골이 계속 닳고 있다는 생각에 몸을 움직이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리한 운동을 피하라는 것이지 운동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무릎 주변 근육을 단련하면 관절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근력운동은 무릎이 아프기 전에 미리 해둬야 한다. 그런데 무릎관절염이 생긴 이후에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아프면 염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휴식을 취하고, 통증이 줄어들면 그때부터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양익환 부장은 “평소에 꾸준한 운동으로 허벅지 근육을 강화해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고 표준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관절염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무릎관절은 하루에도 수백 번씩 굽혔다 펴는 것을 반복하는 부위이니만큼 젊은 시기부터 관리해 나갈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수영 등 물속 운동은 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이 적고 근력을 키울 수 있어 관절에 좋은 재활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
수영 등 물속 운동은 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이 적고 근력을 키울 수 있어 관절에 좋은 재활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일보

무릎 아프면 ‘파스’보다 ‘병원’부터

평지 걷기, 수영, 물에서 걷기, 실내자전거 타기 등은 의사들이 권장하는 무릎 근력운동이다. 그렇다고 운동을 너무 과하게 할 필요는 없다. 운동량이 많다고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물리치료과 연구팀은 장기간 무릎관절염을 겪고 있는 환자 189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매주 3회씩 12주 동안 운동하도록 했다. 한 그룹은 하루 70~90분 동안 11가지 운동을, 다른 그룹은 하루 20~30분 동안 5가지 운동을 실천했다. 3개월 후 두 그룹 모두 증상이 비슷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운동량이 많을 때가 적을 때보다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운동이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운동량 증가가 드라마틱한 개선 효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근력운동을 꾸준히 해도 관절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무릎이 아프다면 파스를 붙이고 버틸 것이 아니라 즉시 병원을 찾아 진료받는 것이 이롭다. 정호원 원장은 “자가 진단을 내리거나 자가 치료를 하지 말고 의사와 상담한 후 가장 적합한 치료 방식을 찾는 것이 빠른 회복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20·30대도 안심 못 하는 무릎연골연화증

무릎 통증을 흔히 노인의 전유물처럼 여기지만 젊은 연령대도 무릎 앞쪽의 뻐근함과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통증은 장시간 극장에서 영화를 보거나 차를 탈 때처럼 한 자세로 오래 앉아있는 경우 빈번히 발생한다. 이는 단단해야 할 연골이 약해지는 무릎연골연화증의 증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무릎연골연화증 환자는 지난해 약 9만 명이며 여성(62.5%)이 남성보다 많다. 일반적으로 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청장년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무릎연골연화증이란 무릎뼈의 관절 연골(물렁뼈)이 부드러워지거나 약해지는 질환이다. 대부분이 무릎이 붓고 뻐근하게 아프다. 안정을 취하고 있을 때는 거의 통증이 없고, 무릎을 꿇거나 쪼그리고 앉으면 통증이 심해진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달리기 등 체중이 실리는 활동을 할 때도 통증이 나타난다. 

통증이 있을 때는 병원을 즉시 방문해 연골 손상도를 파악하고,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물리치료, 주사치료, 약물치료 등 비수술적 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대부분 소염진통제와 허벅지 스트레칭 등 보존적 요법으로 치료한다. 그럼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만성화되면 수술을 고려한다. 무릎연골연화증을 예방하려면 평소 무릎을 무리하게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가파른 길을 오르내리거나 과격하게 달리거나 쪼그려 앉는 행동을 삼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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