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챙긴 ‘백현동 브로커’ “법무장관 통해 덮어주겠다”
  • 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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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정바울 회장, 브로커 이씨에 수사무마 대가로 13억 넘겨”

백현동 개발사업 민간업자에게 접근해 수사 무마를 대가로 거액을 챙긴 혐의를 받는 부동산 업자가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에게 얘기해 사건을 덮어주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김용식 부장검사)는 지난달 구속한 KH부동산중개법인 운영자 이아무개(68)씨 공소장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백현동 개발사업 민간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이 지난 6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백현동 개발사업 민간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이 지난 6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5월 백현동 개발사업 민간업자인 정바울(구속기소)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에게 “일개 부장검사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에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정 회장은 자신의 수사가 법인자금 횡령·배임까지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었고, 이씨가 이 점을 노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어 이씨는 정 회장에게 “10억원이 있으면 위에다 얘기해서 백현동 개발비리 관련 수사를 덮어버릴 수 있으니 우선 현금으로 2억원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후 5월4일 이씨가 정 회장으로부터 2억원을 현금으로 챙겼다는 것이 검찰 조사 결과다.

그러나 정 회장의 수사는 무마되지 않았다. 검찰은 6월5일 정 회장에 대해 법인자금 횡령 등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이씨의 금품 요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씨는 “구속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100분의 1 확률인데 그걸 뚫어냈다”며 “그 사람이 엊그저께도 영장전담판사와 함께 골프를 쳤다. 그 사람을 통해 구속영장 발부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정 회장은 6월7일 이씨에게 현금 3억원을 다시 건넸지만, 영장심사를 받고 구속됐다.

이씨의 이 같은 청탁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도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정 회장이 ‘백현동 사건’으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을 때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거론하며 돈을 요구했다. 이씨는 “무조건 경기남부청 단계에서 사건을 지어야 한다”면서 “확실하게 경찰 윗선에 로비해야 한다”고 2억2616만원을 송금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정 회장으로부터 이씨가 받은 금액만 총 13억3616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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