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개입은 위법”…法, ‘징계 취소’ 尹대통령 손 들어줬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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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검찰총장 시절 ‘정직 2개월’ 처분 징계취소 소송 승소
1심 ‘징계 적법·유효’→ 2심 ‘절차 위법·취소’로 뒤집혀
10월22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외출을 위해 경기도 정부 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 국정 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월22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외출을 위해 경기도 정부 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 국정 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받은 '정직 2개월' 징계를 취소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위법한 개입을 인정한 것으로, 징계 유효성을 인정한 1심과 정반대 결과다. 추 전 장관은 한동훈 장관을 겨냥해 "재판쇼"를 벌였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서울고법 행정1-1부(심준보 김종호 이승한 부장판사)는 19일 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사징계위원회의 윤 대통령에 대한 징계 의결과 징계처분 과정 모두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윤 대통령에게 적용된 구체적 징계사유에 대해서는 따져볼 필요가 없다고 결론냈다.

재판부는 우선 추 전 장관이 검찰총장 징계 절차에 관여한 점이 검사징계법상 제척 규정과 적법절차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검사징계법은 징계를 청구한 사람은 사건 심의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당시 징계 청구자였던 추 전 장관은 검사징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1차 심의기일을 2020년 12월10일로 지정·변경하는 등 절차에 관여했고 재판부는 이를 위법한 것으로 봤다. 

심의기일 지정은 징계 혐의자 방어 준비에 필요한 시간 확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추 전 장관의 이 같은 행위가 심의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추 전 장관이 1차 심의기일에 임박해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를 징계위원으로 위촉하고 그를 위원장 직무대리로 지정한 것 역시 적법절차의 원칙과 검사징계법에 어긋난 것으로 봤다. 

일부 위원에 대한 기피 신청과 관련해서도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에 미달하는 3인 이하의 징계위원만 출석해 적법한 기각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 상태에서 기피신청을 받은 위원이 모두 참여해 징계를 의결한 것도 위법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징계위가 당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작성한 진술서를 징계사유의 주요한 증거로 채택했음에도, 이를 반박하기 위한 윤 대통령의 증인 심문 청구를 합리적 이유 없이 기각하는 등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은 점도 위법하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 검사징계법 일부 위헌 ▲ 징계기록·위원 명단 미제공에 따른 방어권 침해 ▲ 감찰조사상 위법 ▲ 감찰조사 없는 징계청구 라는 윤 대통령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尹 측 '패소할 결심' 지적에 "질 낮다"…秋 "재판쇼"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인 2020년 12월 추 전 장관이 재직 중이던 법무부에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징계 사유는 주요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배포,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검사로서의 정치적 중립 훼손 등 4건이다.

윤 대통령은 징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10월 1심은 정치적 중립 훼손을 제외한 3건에 대한 징계 유효성을 인정했다. 

이날 선고 직후 윤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손경식 변호사는 "징계는 절차적 위법이 매우 컸고 내용도 정치권·권력과 결탁한 사건"이라며 "대한민국 사법부의 질서가 원활히 기능해 법치주의를 견고히 지켰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법무부가 해당 소송에 소극적으로 임하며 '패소할 결심'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행정소송은 민사와 달리 법원이 직권 조사하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부와 사법 질서를 모욕하는 질 낮은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추 전 장관은 선고 결과가 나온 후 한동훈 장관을 겨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추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참 재판쇼도 잘한다"며 "'패소할 결심' 시나리오, 연출, 배우로서 연기 모두 마치느라 수고하셨고 정치무대로 이동할 일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한동훈의 법무부가 소송을 최대한 소극 대응해 '패소' 선고를 이끌어낸 것이란 의미다. 추 전 장관은 "두 눈 뜨고 있는 국민을 직면해서 쇼가 안 통한다는 것 실감하셔야겠다"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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