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타이어家 ‘형제의 난’ 둘러싼 조희경·조현범 남매의 진실 공방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2 10:05
  • 호수 1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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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경 이사장 “조현식 고문 지지 결정, 경영권 분쟁과 무관”
조현범 회장 측 “조 이사장, 성년후견으로 건강한 아버지 겁박”

한국타이어가(家) ‘형제의 난’이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차녀 조희원씨 등 ‘삼남매 연합’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함께 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에 나섰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이번 분쟁 과정에서 조 회장을 대변하는 한국앤컴퍼니와 삼남매 연합에서 언로(言路)를 담당해온 조 이사장 간에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한국앤컴퍼니는 조 이사장이 사욕을 채우기 위해 조 명예회장을 겁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 이사장 측은 시사저널에 자신의 행보가 경영권 분쟁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시사저널 최준필·시사저널 자료 사진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사진) 측과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측은 최근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진실 공방을 벌였다. ⓒ시사저널 최준필·시사저널 자료 사진

MBK와의 공개매수 결국 실패로

이번 분쟁은 조 고문이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지난해 12월5일부터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MKB파트너스는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최소 20.35%에서 최대 27.32%까지 매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청약 물량이 최소 목표치인 20.35%에 미달하면 공개매수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조 고문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율은 기존 18.93%에서 최대 46.25%까지 높아지게 된다. 여기에 우군인 조 이사장(0.81%)과 희원씨(10.61%)의 보유 지분을 더하면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거머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런 구상은 현실화하지 못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12월26일 최종 응모주식 수가 838만8317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최소 모집 예정 수량인 1931만5214주(20.35%)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규모였다. MBK파트너스는 응모주식 수가 최소 목표 수량에 미달해 응모주식을 전부 매수하지 않기로 했다. 이로써 3주간 이어진 경영권 다툼은 막을 내렸다.

반면, 분쟁 과정에서 조 회장의 입지는 한층 확고해졌다. 조 회장은 기존 42.03%의 지분을 보유했는데, 분쟁이 확대되자 조 명예회장이 우군으로 나섰다. 그는 지난해 12월11일 150만 주를 시작으로 22일까지 모든 거래일에 지분을 확보해 지분율을 4.41%까지 끌어올렸다. 큰아버지인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이끄는 효성첨단소재(0.75%)도 조 회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로써 우호 지분을 포함한 조 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율은 47.19%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조 이사장은 최근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를 지지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통해 “1주라도 이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계속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삼남매가 대주주로서 한국앤컴퍼니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경영권 분쟁은 조 명예회장이 2020년 6월 조 회장에게 한국앤컴퍼니 보유 지분 전량(23.59%)을 시간 외 매매로 2400억원에 매각하면서 촉발됐다. 그 직전까지만 해도 한국앤컴퍼니그룹 후계구도는 명확하지 않았다. 조 고문과 조 회장은 2013년부터 공동으로 그룹 경영을 맡아왔고, 한국앤컴퍼니 지분율도 각각 19.32%와 19.31%로 별다른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명예회장이 조 회장에게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넘기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조 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율이 42.9%로 상승하면서 사실상 그룹 총수로 확정됐다. 이후 조 고문은 조 이사장, 조씨와 연합해 조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시작했다.

형제간 갈등의 최대 쟁점은 조 명예회장의 지분 매각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내려졌는지 여부다. 조 이사장과 조 고문이 2020년 7월 법원에 조 명예회장에 대한 한정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한정후견은 질병·장애·노령 등 이유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성인이 법원이 지정한 후견인을 통해 재산 관리와 일상생활에서 보호와 지원을 받는 제도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왼쪽 사진)과 그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 ⓒ한국타이어 제공·뉴스뱅크

“조 회장, 부친 노령과 판단능력 부족 이용”

조 이사장 측은 앞서 시사저널에 한국앤컴퍼니그룹 내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우선 조 이사장은 조 회장이 조 명예회장의 노령과 판단능력 부족을 이용해 한국앤컴퍼니그룹 경영권을 가져갔다고 판단한다. 그는 이번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과정에서 조 명예회장이 한국앤컴퍼니 지분 확보에 나선 것도 스스로의 판단력에 의한 결정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

조 이사장 측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애초에 조 회장에게 지분을 넘길 계획이 전혀 없었다. 평소 보유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려 했으며, 사후에도 지속 가능한 재단 운영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실제, 조 명예회장은 그동안 매년 한국타이어나눔재단 등에 15억원에서 20억원의 사재를 투입해 왔으며, 재단에서 진행하는 모든 행사에 참석하는 등 그룹의 사회공헌활동을 직접 챙겨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 명예회장은 평소 집안의 대소사를 조 이사장 내외와 자주 상의해 왔다. 그러나 조 회장에 대한 지분 매각 결정은 가족들 누구도 모르게 결정됐다. 특히 지분 매각이 이뤄진 시기는 조 회장이 업무상 횡령 및 배임수재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된 직후였다. 이로 인해 여론이 극도로 악화한 상황에서 조 회장을 총수로 내세운 건 평소의 부친답지 않은 결정이라고 여겼다.

조 이사장은 조 회장이 경영자로서 결격사유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 회장이 2020년 처음 구속됐을 때 형제들이 정도 경영을 하자고 요청했지만 이를 외면하고 집행유예 기간에 또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발언은 조 회장이 현재 200억원대 횡령·배임과 계열사 부당 지원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그는 지난해 3월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 11월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한국앤컴퍼니는 조 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조 명예회장이 수십 년간 조 회장의 경영능력을 시험한 후 일찍이 최대주주로 낙점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지적도 일축했다. 한국앤컴퍼니 측은 “조 회장은 뛰어난 경영능력을 발휘하고 있고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최근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며 “경영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이사장을 향해 날 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한국앤컴퍼니 측은 “조 이사장은 조 명예회장에게 한국앤컴퍼니 지분 5%를 본인이 운영하는 재단에 증여하면 한정후견개시심판 청구를 취하하겠다고 했다”며 “2020년 경영권을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이후 성년후견 심판을 무기로 건강한 아버지를 겁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 이사장 측은 자신의 행동이 경영권 분쟁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한국타이어나눔재단 관련 업무 외에 경영에 관여해 오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경영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조 고문을 지지하게 된 배경도 조 회장이 건강하지 않은 부친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기는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했다.

 

“최근 만남에서 부친 건강 이상 재확인”

조 이사장 측은 성년후견 신청의 배경도 부친의 건강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 이사장 등 삼남매가 조 명예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했지만, 조 회장이 부친을 ‘전담 마크’하며 만나지 못하게 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성년후견을 청구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법원이 지정한 후견인이 조 명예회장의 건강과 재산을 챙겨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특히 조 이사장 측은 애초에 성년후견 심판을 무기로 활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법원의 성년후견 청구 인용이 경영권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 회장에 대한 지분 매각이 무효화되기 위해서는 해당 거래 시점에 조 명예회장의 정신이 건강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조 이사장은 조 명예회장에게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조 명예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경영권과 무관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식을 평소 신념과 계획대로 재단에 출연하라고 제안한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조 이사장은 이날 만남에서 부친의 건강 이상 사실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조 명예회장이 대화 내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그는 이날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조 회장이 대화 내용을 왜곡해 자신을 공격한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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