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조작해 매출 5500억 올린 넥슨, 과징금 116억 부과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4.01.0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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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옵션 등장 확률 임의로 낮춰…전상법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
넥슨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 없던 시기 일…이의신청 검토”
경기도 성남시 넥슨코리아 본사 모습 ⓒ연합뉴스

넥슨코리아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등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넥슨코리아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4200만원을 부과한다고 3일 밝혔다.

공정위는 넥슨이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판매한 '확률형 아이템'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 이를 공지하지 행위가 거짓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와 거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은 2010년 5월 유료 판매 아이템인 '큐브'를 메이플스토리에 도입했다. 넥슨은 큐브 상품 도입 당시에는 옵션별 출현 확률을 균등하게 설정했으나, 같은해 9월부터 이용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인기 옵션이 덜 나오도록 확률 구조를 변경했다. 2011년 8월 이후에는 선호도가 특히 높은 특정 옵션이 아예 출현하지 않도록 확률 구조를 재차 변경했다. 이른바 '보보보', '드드드', '방방방' 등 인기 중복 옵션의 당첨 확률이 아예 '0'으로 설정된 것이다.

넥슨은 이러한 옵션 변경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오히려 2011년 8월 '큐브의 기능에 변경 사항이 없고 기존과 동일하다'는 내용의 거짓 공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큐브 확률이 처음 변경된 2010년 9월부터 확률이 외부에 공개된 2021년 3월까지 넥슨이 큐브를 통해 550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들에게 공지하지 않고 장비 등급 상승(등업) 확률을 임의로 낮춘 사실도 드러났다. 장비에 부여되는 잠재 능력에는 레어→에픽→유니크→레전드리 순으로 높아지는 등급이 있는데, 높은 등급일수록 더 좋은 옵션의 잠재 능력이 나올 수 있다. 등업은 장비 옵션을 재설정하는 큐브 사용 시 일정 확률로 이뤄진다.

넥슨은 2013년 7월 장비의 최상급 등급인 레전드리 등급을 만들고, 등급 상승 확률이 높은 '블랙큐브' 아이템을 함께 출시했다. 출시 당시 블랙큐브의 레전드리 등업 확률은 1.8%였지만 2017년 12월에는 1.4%까지 낮아졌다. 2016년 1월에는 1%까지 등업 확률이 떨어졌다.

넥슨의 또 다른 게임인 '버블파이터'에서도 뽑기형 아이템을 이용한 거짓·기만행위가 적발됐다. 2015년 2월 게임 내 이벤트인 '올빙고 이벤트'가 최초 진행될 당시에는 매직바늘을 사용하면 일정한 확률로 골드카드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17년 10월 10차 이벤트부터 2021년 3월 29차 이벤트까지는 매직바늘 1∼4개 사용 시까지 골든 숫자 카드를 획득할 확률이 0%로 변경됐다. 매직바늘을 4개 사용할 때까지는 '당첨'이 절대 나오지 않고, 5개째부터 일정 확률로 '당첨' 아이템이 나오는 구조로 변경된 것이다. 넥슨은 이런 확률 변경을 숨긴 채 이벤트 관련 공지에 '매직바늘 사용 시 골든 숫자가 획득된다'는 거짓 내용을 올렸다. 

공정위는 넥슨에 금지명령과 함께 영업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 116억42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영업정지 6개월 제재를 부과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서비스 정지에 따른 소비자 피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과징금으로 대체한다는 의미다. 이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부과된 과징금 중 역대 가장 높은 액수다. 종전 최고액은 2019년 음원상품 허위 광고와 관련해 카카오에 부과된 1억8500만원이었다.

공정위 결정에 대해 넥슨은 "이용자들께 큰 실망을 안겨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공정위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해당 논란은 2021년 '큐브' 확률을 선제적으로 공개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당시 선례가 없었다"며 "공정위가 문제로 지적한 2010년∼2016년은 전 세계적으로 게임 확률을 공개하지 않던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위 결정에 참고인으로 참여한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확률공개 의무가 없던 시점에 공개되지 않은 모든 확률 변경 행위를 처벌할 수 있음을 방증하는 결정으로 국내 게임산업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 된다"며 "행정적 제재를 위해 준수해야 하는 '과잉금지원칙 내지 비례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넥슨은 "공정위의 소급 처분으로 콘텐츠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게임 회사가 입을 피해는 예측하기조차 어렵다"며 "공정위 심사과정에서 소명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이 있어 의결서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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