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질주한 ‘코덕’의 성지…리스크 덜어낸 올리브영의 승부수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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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H&B 강자 올리브영, 온라인서도 매출 비중 늘었다
해외 사업 본격 추진하며 고성장 드라이브…IPO 추진도 주목
“외국인 관광객 등 수혜로 매출 성장에도 탄력 붙을 것”

CJ그룹의 캐시카우로 성장한 CJ올리브영(올리브영)의 기세가 매섭다. 오프라인 헬스앤뷰티(H&B) 시장의 강자였던 올리브영은 지난해 온라인몰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내며 3조원 이상의 매출을 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리스크’까지 털어낸 올리브영은 해외 사업까지 본격적으로 확장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아울러 미뤄뒀던 기업공개(IPO) 추진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CJ올리브영이 고속 성장하면서 승계를 위한 핵심 고리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명동의 올리브영 매장ⓒ시사저널 이종현<br>
서울 중구 명동의 올리브영 매장 ⓒ시사저널 이종현

온라인 매출 확대 중심에 ‘오늘드림’ 있었다

올리브영은 오프라인 H&B 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전국 올리브영 매장은 1339곳에 달한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시장 성장률이 3%에도 미치지 못할 때, 올리브영의 연간 실적은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오프라인 매장은 일명 ‘코덕(코스메틱 덕후)’들을 중심으로 활성화됐는데, ‘코덕들의 성지’라 불리는 오프라인 행사인 ‘올리브영 어워즈&페스타’를 두고는 치열한 티켓팅까지 벌어지고 있다.

다만 온라인 화장품 시장은 ‘올리브영 독주 체제’가 아니다. 온라인 화장품 시장의 성공 공식을 지켜본 컬리는 2022년 ‘뷰티 컬리’를 출시했고, 쿠팡은 지난해 ‘로켓 럭셔리’를 출시하면서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에 발을 들였다. 최근에는 다이소도 ‘가성비 제품’을 중심으로 화장품 전쟁에 참전했다.

지난달 올리브영이 공정위로부터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당초 예상했던 5800억원의 ‘과징금 폭탄‘을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은, 공정위가 온오프라인 화장품 시장을 모두 고려할 때 올리브영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보기 불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올리브영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21년 24.3%, 2022년 24.5%였던 온라인 매출액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6%까지 확대됐다. 온라인 배송 서비스인 ‘오늘드림’이 시장에 안착하면서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올리브영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선보인 오늘드림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낮 1시까지 주문시 낮 3~4시, 밤 8시까지 주문시 밤 10~12시에 배송이 완료된다. ‘3시간 빠름배송’을 선택하면 밤 8시까지 주문 건이 3시간 이내에 도착한다. 전국 각지의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던 올리브영은 오늘드림의 성과가 나타나자 수도권에 도심형물류거점 6곳을 추가로 열었고, 영남권에도 물류거점을 오픈하기로 했다.

온라인 화장품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자 올리브영은 프리미엄 화장품 전문관을 럭스에디트라는 이름으로 리뉴얼하고 헤라, 바비브라운, 빌리프, 크리니크 등 일명 ‘백화점 브랜드’를 선보인 바 있다. 고급 이미지를 고수하기 위해 백화점 입점을 고집하던 프리미엄 브랜드가 ‘MZ세대 잡기’에 나서면서 올리브영에 주목한 결과다.

올리브영 ⓒ올리브영 제공
올리브영은 해외 진출의 방향을 올리브영의 자체 브랜드인 PB화장품을 현지에 소개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올리브영 제공

과거 中·美 오프라인 전략 실패…PB브랜드로 해외 진출 가속

올리브영은 새해를 맞이해 해외 사업에도 가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올리브영 명동타운’이 면세점을 제치고 외국인들의 신흥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외국인들에게 올리브영이 ‘K뷰티 거점’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해외 사업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거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리브영은 과거 중국과 미국 등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현지 공략을 시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3년 중국 상하이에 첫 매장을 오픈했으나 사드(THAAD) 배치 보복 여파 등으로 적자가 이어졌고, 중국 자체 H&B스토어 등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오프라인 매장 문을 잇달아 닫아야 했다. 결국 2020년 모든 매장을 철수했고, 이후 중국 사업은 온라인에만 집중해 운영해왔다.

2018년에는 미국 현지에 올리브영 아메리카와 올리브영 뉴욕 등 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사정은 중국과 다르지 않았다. 이에 올리브영은 ‘역직구 플랫폼’인 글로벌몰을 통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폈다. 2019년 론칭한 글로벌몰은 현재 150여 개 국가에서 한국 화장품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해외 진출의 방향은 올리브영의 자체 브랜드인 PB화장품을 현지에 소개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일본 현지 복합 쇼핑몰에 PB화장품을 입점시킨 뒤 눈에 띄는 성과가 나자, 이 방식으로 현지 사업을 본격화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올리브영은 일본 최대 뷰티 전문 플랫폼인 앳코스메 도쿄에서 바이오힐보, 웨이크메이크, 필리밀리 등 PB브랜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정체됐던 중국 사업에도 다시 시동을 건다. 지난해 중국 사업 고도화를 위해 새로 설립한 신규 법인을 바탕으로 PB브랜드를 진출시키기로 했다.

고성장을 입증하고 리스크를 털어낸 올리브영이 올해 상장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올리브영의 몸값은 약 4조~5조원으로 거론된다. 증권가에서는 화장품 소비 트렌드가 단일 브랜드숍에서 온라인과 H&B 스토어 중심의 편집숍으로 바뀌고, 외국인 관광객의 화장품 핵심 구매처가 면세점에서 올리브영 등으로 분산된 데 따라 올리브영의 매출 성장에는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CJ올리브영은 국내 H&B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화장품 주요 오프라인 유통 채널로서 실적이 대폭 개선되고 있을 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 증가 등으로 수혜가 가능해지면서 가치 평가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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