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호소한 윤세영 창업회장 “태영건설, 사력 다해 살리겠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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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자 설명회서 호소문…“자기 관리 소홀로 뼈아픈 위기”
“PF 가능성 과신…실제 우발 채무 2조5000억원 정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28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 걸린 깃발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2월28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 걸린 깃발 모습 ⓒ연합뉴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최근 일부 보도를 통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가 9조원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실제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 정도”라고 강조했다. 또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리겠다”며 채권단에 눈물로 호소했다.

윤 창업회장은 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 400여 곳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설명회에서 호소문을 통해 “정상적으로 사업을 마무리짓고 제대로 채무를 상환할 기회를 주면 임직원 모두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려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1년 내내 유동성 위기로 가시밭길을 걷던 태영이 결국 흑자 부도 위기를 맞았고, 창립 50주년의 영광은 고사하고 망할 처지가 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태영이 이대로 무너지면 협력업체에 큰 피해를 남기게 돼 줄도산을 피할 수 없고, 국가 경제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채권자들에게 워크아웃 동의를 요청했다.

윤 창업회장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현재 수주잔고는 12조원이다. 그는 태영건설이 향후 3년간 연매출 3조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태영건설의 영업이익률은 4%로, 동종업계 상위권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태영은 지난 몇 년간 PF사업을 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뒀고 가능성을 증명했다”며 “이런 가능성을 과신한 나머지 자기 관리에 소홀한 탓에 뼈아픈 부도 위기를 몰고 왔다. 저를 비롯한 경영진의 실책”이라고 사과했다. 윤 회장은 호소문을 읽으면서 눈물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윤 창업회장은 “국가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힐까봐 너무나 두렵다”며 “협력업체와 투자해주신 기관, 채권단, 나라와 국민에게 큰 죄를 짓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1933년생인 윤 창업회장은 지난해 12월4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복귀했다. 지난 2019년 3월 아들인 윤석민 회장에게 태영그룹 회장직을 물려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5년여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그는 1973년 태영건설을 창업한 이후 1990년 민영방송사인 SBS를 창립했고, 현재 자산규모 10조원이 넘는 태영그룹을 일궈냈다.

시공순위 16위의 중견기업인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28일 부동산 PF에 따른 대출금 상환 문제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날 자구방안을 바탕으로 채권단은 이달 11일 열리는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채권단의 75%(신용공여액 기준) 이상이 동의하면 워크아웃 여부가 확정된다. 동의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법원의 회생절차(법정관리)로 넘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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