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냐 이준석이냐”…‘빅 텐트’ 누가 이끌까?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1 17: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린 개혁 동지들”…연대 가능성 모두 열어둔 ‘제3지대’ 세력들
‘정책 기조 통합’ 등은 숙제…일각선 ‘바른미래당 데자뷔’ 우려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이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제3지대’ 선수들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협력’을 강조하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이들 내부에서도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분위기다. 연합체의 ‘지휘봉’을 누가 잡을지를 두고 파워게임이 펼쳐질 것이란 일각의 전망이 나오면서다. 실제 창당에 나선 주요 인사들 모두 서로 다른 진영에 속해있던 인사들인 만큼, 공약과 공천에 있어 타협이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부터)와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부터)와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이준석 연대’ 훈풍 기류 감지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은 방탄 정당으로 전락했다. 양당을 탈피해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며 전격 탈당을 선언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10일 같은 당에서 먼저 탈당한 비명(비이재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의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과 “협력 하겠다”며 첫 연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주의실천행동과 이석현 전 국회의장, 최성 전 고양시장 등 이 전 대표 측 세력들도 자연스럽게 비명계 신당에 뭉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준석 전 대표도 빠른 속도로 개혁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상황이 따라준다면 20일 내 중앙당 창당 절차를 마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른 신당과의) 구체적인 연대 수준이나 화학적 결합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대화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금태섭 대표의 ‘새로운 선택’과 양향자 대표의 ‘한국의 희망’ 등 신당도 “우리는 서로 개혁 동지”라며 화답하는 분위기다.

시사저널의 취재에 따르면, 이낙연·이준석 전 대표는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한 대담 방송에 참여해 녹화를 마쳤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회견 직후 대담 방송과 관련해 “(이 전 대표 등) 누구나 협력할 용의가 있다. 나라를 망가뜨릴 정도의 왜곡되는 양당 독점 정치의 구도를 깨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류’ 싫어 탈출했는데…지휘권 누가 잡을까

다만 일각에선 신당 주역들이 쉽사리 다른 신당과의 연대를 발표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들 모두 거대 양당의 우두머리를 따르는 ‘꼬리들’을 배격하며 창당에 나섰다. 각 그룹의 리더가 된 이들이기에, 이들 중 새로운 ‘머리’를 뽑는 것은 그만큼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 될 것이란 게 정치권 중론이다. 실제 원칙과 상식의 이원욱 의원도 지휘권을 잡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다. 그는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다양한 신당 그룹이 다 쪼개지면 국민한테 대안정당으로서 희망을 줄 수 있겠냐”며 “전체를 통합하는 역할을 먼저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또 신당들이 서로 정반대의 진영에서 파생된 만큼, 정체성이나 정책 기조를 통합하는 것도 숙제다. 젠더 갈등이나 장애인 이동권 문제 등 각종 이슈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관련해 천하람 위원장도 8일 이낙연계 핵심 실무진인 신경민 전 의원과의 토론회에서 “정체성과 경쟁력을 깎아먹는 연대라면 할 생각이 없다. 연대라는 것은 원칙이 있고 시너지가 동반돼야 하며 그 자체로서는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 같은 문제들 탓에 신당 간 연대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제3지대에서 활동 중인 한 인사도 시사저널에 “이준석-이낙연 신당 연대는 총선 정국에서 안할 이유가 없다. 연대는 확실히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하나의 당이 돼야 감동을 줄 수 있고 총선에서도 성공적인 의석수 확보가 가능할 것인데, 그 부분은 저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전했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선 신당 연대가 ‘바른미래당’의 데자뷔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른미래당은 2018년 안철수 의원이 이끌었던 국민의당과 유승민 전 의원이 주도한 바른정당이 뭉친 정당이다. 하지만 진영·계파 갈등이 분출하며 창당한 지 2년 만에 사라졌다. 관련해 제3지대의 한 관계자도 통화에서 “이준석 전 대표도 바른정당이 깨진 걸 직접 경험했던 만큼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다”며 “연대 후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