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종식, 본격적인 ‘반려 문화’의 시작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0 16:05
  • 호수 1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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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금지법 국회 본회의 통과…기나긴 논란의 역사에 종지부 

1월9일 개 식용금지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오랜 시간 동안 법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된 채로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개 식용 문제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개 식용 문제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비난받아 왔던 터라 이번 법안 통과를 CNN과 BBC 등 외신에서도 주목하며 한국 사회의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개 식용 논쟁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다. 1975년 축산물가공처리법상 가축의 범주에 개를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통해 개 식용을 법 테두리 안으로 가져오려는 첫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와 국제사회의 비난으로 1978년 개는 축산물가공처리법상 가축 범주에서 제외되고 축산법에서 정의하는 가축 범위에만 남겨져, 개 식용을 다루는 법이 없는 상태로 사실상 방치돼 왔다. 우리나라의 개 식용이 본격적으로 국제사회에 알려져 비판받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의 영향이 컸다. 한 프랑스 여배우가 한국의 개 식용 문화를 야만 문화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올림픽 보이콧 이야기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런 국제적인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보신탕집은 뒷골목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1500만반려인연대 등의 관계자들이 1월10일 국회 앞에서 ‘개 식용금지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환영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들어서야 논의 본격화

국제적인 여론은 과거부터 그러했지만 개 식용에 대한 국내 여론은 그렇지 않았다. 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몇몇 사건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2001년 MBC라디오에서 진행자인 손석희와 프랑스 여배우이자 동물애호가인 브리짓 바르도가 개고기에 대한 인터뷰를 한 사건이다. 당시 한국의 개 식용 문화를 야만이라 표현하며 더 이상 개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그녀의 주장에 손석희는 문화의 상대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태도이며, 한국에는 식용 개와 애완용 개가 따로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방송이 나가고 국내 여론은 압도적으로 손석희의 손을 들어줬다. 개 식용을 반대한 프랑스 여배우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인정하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편협한 사람으로 여겨졌다. 물론 이런 반응에는 해당 프랑스 여배우에 대한 평판도 크게 한몫했다.

2018년 《아침마당》이라는 프로그램은 개고기 식용금지법에 대한 찬반 토론을 다뤘다. 방송에서는 개 식용금지법 찬성과 반대의 양측 패널이 나와 설전을 펼쳤고, 마지막에는 여론 투표가 이뤄졌다. 투표 결과는 찬성 4129표, 반대 1만3039표로 개고기 식용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결과를 두고 방송 자체가 편파적으로 흘러가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항의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큰 차이가 벌어진 건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이후 개 식용 종식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21년이다. 당시 정부는 동물보호단체, 육견 업계, 전문가 등과 위원회를 구성해 수차례 회의를 통해 종식 방법을 논의했으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개 식용을 종식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어 1월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길고 길었던 개 식용 논쟁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실로 역사에 기록될 순간이며, 반려동물에 대한 높아진 인식을 반영하는 사건이라 할 만하다. 이제 우리나라도 개 식용 국가라는 이미지를 탈피해, 진정한 반려 문화를 꽃피우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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