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이 나갔다”…‘비명’ 사라지는 민주당, 손익은?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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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조응천‧이원욱‧김종민 연이어 탈당‧신당行
“단결력 더 강해져” vs “총선 전략에 마이너스”

총선을 3개월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분열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그간 이재명 대표를 비판해온 당내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의 ‘줄 탈당’이 이어지면서다. 친이재명(친명)계 의원들과 이 대표 강성 지지층들은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을 이르는 은어)이 나갔다’며 반색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당의 ‘친명색’이 짙어질수록 중도층 민심을 얻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연합(가칭)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가운데는 조응천 의원 ⓒ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연합(가칭)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가운데는 조응천 의원 ⓒ연합뉴스

당 박차고 나간 ‘비명들’

그간 이재명 대표를 비판해온 민주당 내 비명계 그룹은 최근 들어 ‘친정’을 연이어 떠났다. 연말 연초 탈당 국면에서 민주당을 박차고 나간 인사만 벌써 10명이 넘는다.

지난 11일 이낙연 전 대표가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고 민주당을 저격하며 당을 나간데 이어, 이석현 전 의원, 비명계 의원 3명(김종민·이원욱·조응천)도 탈당했다. 이낙연 신당 합류 의사를 밝혀온 신경민 최운열 전 의원도 15일 민주당을 나갔고, 최성 전 경기 고양시장 등 전직 기초자치단체장 3명도 따라나섰다.

호남 기반의 정치인들도 ‘이낙연 신당’에 몸을 싣기 시작했다. 이낙연계로 민주당 광주 광산을에 출마할 예정이던 박시종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17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했다.

박 전 행정관은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국정 파탄은 심판받아야 마땅하지만 민주주의자로서 이재명의 민주당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부끄러워서 민주당을 떠난다”고 밝혔다. ‘신당 합류 논의에 참여하는 광주·전남 현역 의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지 않다”고 답변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최근 이낙연 전 대표를 포함한 ‘탈당파’들은 친문재인계를 포함한 당내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혀가면서 간접적인 ‘스카웃 제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차기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과도 연쇄 회동하면서 이들에게 신당 합류 의사를 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새해 들어 이 전 대표 측에서 간접적으로 신당 합류 의사를 물었지만 마음만 받았다”며 “한때 동지였던 이들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서로의 길을 응원할 뿐”이라고 전했다.

당내 일부 친명계 의원들과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이들의 ‘이탈’을 악재가 아닌 호재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그간 비명계의 ‘이재명 흔들기’는 해당 행위였으며, 이들의 탈당으로 당의 단합력은 더 강해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이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탈당파 인사들을 거론하며 “총선 때만 날아오르는 철새” “당도 높은 수박이 나갔다” “배신자 나가서 속이 시원하다”라는 강도 높은 비판 글이 쇄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가 2023년 12월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회동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가 2023년 12월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회동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총선 영향 두고 ‘의견 분분’

비명계의 이탈이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두고 정치권 내 전망은 분분하다. 이들이 제3지대에서 ‘빅 텐트’를 친다면 민주당에는 악재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현재 탈당 규모와 현역 비율 등을 고려하면 총선의 ‘큰 변수’는 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낙연 신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의 대안이 될 수 없는 군소정당에 불과할 것”이라며 “이낙연 신당과 이준석 신당이 총선 연대를 할 가능성이 있고, 만약 그렇게 해서 두 정당이 22대 총선에서 10석씩만이라도 의석을 확보한다면 추후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해 국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도층 민심에 예민한 수도권 의원들은 ‘친명색’이 강화되는 것에 우려는 표하는 모습이다. 향후 공천 과정에서 친명계 후보들이 득세하고, 비명계 후보들이 연이어 낙마한다면 중도‧무당파를 잡기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또 비명계를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친명계와 이 대표 지지층의 거친 언사가 ‘정치 혐오’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명분 없는 출마를 넘어서서 본인들이 출마하고 싶어 하는 지역의 이른바 비주류 의원에 대해서 수박이니 배신자니 배신의 정치니, 이런 말들로 공격을 하는 그걸로 자신의 지지를 끌어 모으려고 하는 이런 모습들이 계속 보이면 그게 혐오 정치”라며 “이재명 대표가 매우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예민하게 바라보고 심각하게 판단해서 어떤 조치들을 해줘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들을 안 하고 그냥 경고만 하고 그냥 방치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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